‘미니 동물원’ 만들고 피클볼 코트도 설치, 美 쇼핑몰들 생존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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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주의 대형 쇼핑몰 ‘웨스트필드 아나폴리스’ 내부에는 고양이·토끼·햄스터 같은 동물들이 머무는 보호소가 있다. 이런 공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마케팅 책임자 모건 맥루드. 3년 전 워싱턴에 갔다가 고양이 카페 앞에 수십 명이 몰린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쇼핑 공간에 ‘미니 동물원’을 만들면 쇼핑몰을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맥루드는 곧바로 지역 동물학대방지협회(SPCA)에 연락해 “임대료를 할인해 줄 테니 우리 쇼핑몰에서 보호소를 운영해 보라”고 제안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동물 보호소가 문을 연 뒤 방문객이 10%가량 늘었고 이들이 다른 매장에서도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 공간에 상점 수십 곳을 갖춘 대형 쇼핑몰이 시작된 나라다. 1950년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2005년까지 쇼핑몰 1500곳 이상이 지어졌다. 하지만 이후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며 ‘쇼핑몰의 죽음’을 예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암울한 전망에도 미국의 많은 쇼핑몰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방문객과 매출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동물 보호소는 물론 스포츠 시설이나 놀이 시설을 유치해 고객을 늘리는 데 성공한 쇼핑몰도 여럿이다. 온라인이라는 적에 맞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하는 ‘옴니 채널’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스포츠·오락 시설 적극 껴안아
요즘 쇼핑몰은 오프라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온라인 쇼핑몰이 흉내 낼 수 없는 ‘무기’를 찾는다는 얘기다. 해답 중 하나가 생활 체육 시설이다. 농구나 수영 같은 운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어 고객을 모으는 효과가 크다고 보는 것이다.
매사추세츠주의 노스쇼어몰은 재작년 7월 수영장·농구장을 갖춘 대규모 스포츠 시설을 들여놨다. 이 시설이 문을 열자마자 쇼핑몰에 오는 손님이 증가하기 시작해 작년에는 방문객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17%쯤 늘었다.
최근 미국인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피클볼(테니스와 탁구를 접목한 스포츠)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네티컷주의 스탬퍼드타운센터, 뉴저지주 쇼어몰 등이 다른 매장이 있던 자리를 피클볼 시설로 바꿨다.
체험용 놀이 시설을 추가해 재미를 본 쇼핑몰도 있다. 작년 4월 루이지애나주 피어보시어몰은 집라인·볼링·오락실을 갖춘 ‘서지 엔터테인먼트’를 새로운 세입자로 받았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손님이 증가했고 방문객 평균 체류 시간도 55분에서 78분으로 늘었다.
재작년 8월 카지노 시설 운영을 시작한 펜실베이니아주 요크갤러리아몰 역시 개장 직후 쇼핑몰 전체 방문객이 3년 전보다 30% 넘게 늘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코스타는 “쇼핑몰들이 소비자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오락·스포츠 시설은 물론 의료·미용 업체, 식료품점 등 비전통적 세입자들을 데려오고 있다”고 했다.
‘미니 동물원’이 고객 불러 모은다
쇼핑몰은 오랫동안 동물 출입 금지 공간이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제는 방문객을 늘릴 새로운 ‘미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12주에서 쇼핑몰 22곳을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사 ‘퍼시픽 리테일 캐피털 파트너스’는 쇼핑몰 6곳에서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밤’ 같은 행사도 적극적으로 연다. 동물이 매장을 어지럽히거나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이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출입을 허용하는 게 고객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동물 보호소를 새 임차인으로 맞이해 ‘미니 동물원’을 설치하는 곳도 늘었다. 보통은 동물 보호 단체에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약간만 임대료를 받는다. 쇼핑몰로선 방문객을 늘리는 동시에 동물에 친화적이며 선행을 한다는 이미지 쇄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실제 쇼핑몰로 자리를 옮긴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을 입양하는 사람이 늘었다. 쇼핑하러 왔다가 갈 곳 잃은 동물들을 집에 데려가 품어주는 이들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뉴욕주 윌턴몰에 들어선 동물 보호소는 작년 문을 연 이후 연간 입양률이 3배로 높아졌다.
온·오프라인 경계 허문다
오프라인 쇼핑몰의 ‘적’으로 여겨지던 온라인을 결합해 효과를 본 곳도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 ‘센테니얼’은 2020년 9월 ‘숍 나우’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소비자는 센테니얼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쇼핑몰 7곳에 있는 재고 상품을 웹사이트에서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 상품 주문 후 택배로 받아도 되고 쇼핑몰 지정 장소에서 차에 탄 채 받아 가도 된다.
캘리포니아주 메인플레이스몰은 ‘숍 나우’ 플랫폼을 사용하고 나서 작년 방문객이 3년 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웹사이트에서 상품 정보를 먼저 찾아보고 실제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온라인을 결합하면 데이터 활용이라는 부수 효과도 얻는다. 손님들이 어떤 상품을 검색했고 구매했는지를 파악해 쇼핑몰 매장 구성이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 플레이서에이아이는 “쇼핑센터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하는 옴니 채널 전략을 채택하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늘렸을 뿐 아니라 쇼핑몰 매출 증대 효과도 봤다”고 분석했다.
쇼핑몰 일부를 아파트로 바꾸기도
물론 이렇게 분투해도 많은 쇼핑몰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업체 JLL에 따르면, 미국 쇼핑몰의 순임대 면적은 코로나 사태가 끝났는데도 지난 1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줄어들었다. 새로 임대 계약을 맺은 면적보다 빠져나간 면적이 많았다는 의미다.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2016년 이후 170매장을 없앴고, 또다른 백화점 체인 시어스는 2018년 법원에 파산 보호(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힘든 쇼핑몰은 일부 매장을 허물고 아파트나 사무실을 결합한 복합 단지로 재개발하기도 한다. 플로리다주에 자리 잡은 세미놀타운센터는 메이시스가 쓰던 건물과 주차장 자리를 묶어 350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바꿀 예정이다. 1950년대 문 연 초기 쇼핑몰 중 하나인 ‘웨스트레이크 쇼핑센터’ 역시 일부 건물을 허물고 6층짜리 주상 복합 단지를 짓기로 했다. 소유주인 킴코리얼티는 아파트 거주자들이 주변 매장을 찾으면서 쇼핑몰 전체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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