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이야기]타다 사태로 본 혁신의 자유
사회가 다양화되고 다각화됨에 따라 개인이 누리는 자유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눈에 띄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기준으로 한다면 사상의 자유(다름), 기회의 자유(다양성), 표현의 자유(다채로움)로 표현된다. 다 같은 자유지만 자세히 보면 주체나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다채로움’이 개인을 중심으로 한 자유라면, ‘다양성’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자유다. ‘다름’은 국가나 인류사회적 가치 중심의 자유로 구분된다.
최근 신체적으로는 아직 남성이나 자신이 여성임을 주장하는 트랜스젠더가 여성탈의실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한 미국의 한 헬스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사례는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공동체의 가치의 충돌로 보인다. 성전환이라는 개인의 선택은 ‘다채로움’의 자유(free)이나 공동체에 있어서는 수천년간 내려온 전통법을 일시에 바꿔야 하는 갈등의 소지를 낳는다. 즉, 공동체가 갖는 ‘다양성’의 자유(freedom)와 개인의 자유가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퀴어 축제를 서울시청 광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열어달라는 일부 단체의 요청이 있었다. ‘다채로움’을 누리는 이들의 자유를 인정하되, 공동체가 갖는 다양성의 자유도 존중해 달라는 의미였다고 볼 수 있다. 바로 보지 않을 권리다. 여성 탈의실에 아직 남성의 신체를 가진 성소수자를 거절할 수 있는 것은 공동체의 권리일 수 있다. 지나치게 개인의 다채로움을 내세워 인권과 권리, 개인의 자유만을 주장한다면 공동체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 이미 사회가 인정하고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의 인권과 권리, 자유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동체가 갖는 ‘다양성’을 절대선으로 간주하고, 개인의 ‘다채로움’을 악으로 단정하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한 집단주의적 사고다. 중요한 것은 개인과 공동체간 상호 존중이다. 공동체가 개인의 다채로움에 대한 자유를 존중하지 않으면 집단주의가 되기 쉽고, 반대로 개인이 공동체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기주의가 되기 쉽다. 서로 상대에 대한 배려없이 권리만 요구한다면 사회적 갈등은 무한 반복될 것이다.
물론 다채로움은 혁신을 부른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공동체의 가치이동을 부르는 새로운 도전정신이 항상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인류사회를 멈추지 않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혁신의 상징 ‘타다’ 서비스가 법적다툼을 끝내고 4년 만에 결국 법원으로부터 합법이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기업 입장에서야 이제 와서 통탄할 일이지만 앞서 자유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타다’는 적법성 여부를 떠나 대중교통이라는 공동체의 ‘다양성’을 위협하는 사업모델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타다’와는 달리 현재까지 유료로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 택시’ 서비스는 혁신의 ‘다채로움’이 공동체의 ‘다양성’과 어떻게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선례로 남게 되었다.
혁신의 아이콘 스타트업은 자신의 혁신을 사회가 도입하지 않는다고 투정 부릴 일도 아니다. 그러기 전에 스타트업의 ‘다채로운 혁신’이 어떻게 공동체의 ‘다양성’과 융합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스타트업의 아이템이 혁신적이더라도 공동체의 가치이동과 병행하는 노력이 없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방해받고, 외면당하게 된다. 최근에는 사회적 불편함 해소를 앞세워 이익을 추구하던 기존 기업에 우리 사회는 공동체의 공동가치추구와 조화로움을 추가로 요구해 왔다. 대표적 지표가 바로 ESG다. ESG는 ‘상호 합의된 공동체의 가치를 사회다수가 참여하는 수단을 통해 투명하게 수행하라’는 21세기 인류사회가 기업에 주는 강력한 메시지다. ‘타다’의 판결을 환영하지만 다시 한번 이번 사례를 통해 스타트업이 혁신을 시장에 녹여 넣음에 ESG적 마음가짐과 지혜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hnawo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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