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경사노위 불참" 하루 뒤 입 뗀 여당 "폭력시위 방치는 안돼"

한기호 2023. 6. 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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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 "대정부투쟁" 선언…김기현 최고위 회의서 "노사 법치주의 확립" 강조
"정당한 법집행에 흉기·폭력 저항을 용인하나? 노사 모두 법 지켜야하는 시대"
與 대변인 논평 대응은 자제…일각선 김문수 교체설, 양대노총 독점 재편 양론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재옥 원내대표.<연합뉴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명(가운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는 양대노총의 한축인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화 불참을 결정한 지 하루 만에 입을 열었다. 정글도(刀)를 지참한 노조 간부 공권력 진압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 기조를 앞세우면서도, 김기현 당대표로 메시지 창구를 통일하면서 공격은 자제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노총 지도부가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적법한 진압을 이유로 경사노위에 불참하겠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불법집회시위를 계속 방치해둬야 한다는 건가. 정당한 법집행에 흉기와 폭력으로 저항한다는 게 용인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글도(刀) 시위 논란'을 상기시킨 셈이다. 그는 "노조든 경영자든 법을 지켜야 하는 시대다. 노사 모두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게 노동개혁의 시작이다. 그래야 정당한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투자도 이뤄지고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국민 살림살이도 넉넉해진다. 투자 없이 일자리창출 없고 일자리창출 없이 국민행복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집회 시위에 대해선 그 어떤 규제나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보장될 것"이라며 "그와 동시에 불법에 대해선 단호하게 엄정 대처를 해나갈 것이다. '떼법'이 통하는 비상식적 시대를 이제 청산해야 한다. 그게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절대다수 시민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일반론을 펼쳤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을 만나 '한노총이 7년5개월 만에 다시 경사노위 활동 중단, 노사정 대화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에 관해 "당대표님이 공개석상에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것으로 (입장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의 메시지로 통일하겠단 것으로, 대변인단에서도 이틀째 별도의 공식논평은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상황 등을 고려해 한국노총을 "함께 가야 할 그룹"으로 여기고 있고, 해당 노총 출신 전·현직 의원도 적지 않다. 다만 정부가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과도 대치하게 돼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의 광양제철소 앞 시위를 경찰이 진압한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기폭제가 됐다.

한국노총은 전날(7일) 전남 광양 지역지부에서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김준영 사무처장 체포 계기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불참과 대(對)정부 투쟁을 결정했다. 탈퇴 여부는 노총 집행부에 일임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으로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심판 투쟁"을 선언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법과 원칙은 공권력을 무기로 노동계를 진압해 굴복시키겠다는 말"이라며 "노동계에 막말을 서슴지 않는 인물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장(김문수 경사노위원장 지칭)으로 앉혀도, 회계를 문제 삼아 과태료를 때리고 국고보조금을 중단했을 때도 참고 또 참았다"면서 정부를 '노동탄압' 주체로 지목했다.

그는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 경사노위 탈퇴 자체엔 큰 의미가 없다면서 "윤석열 정권 내내 대화가 중단될 수도 있고 탈퇴할 수도 있다. 변화가 없다면 그렇게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고용노동부가 경사노위 불참 결정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데 대해선 한국노총 사무처장 출신인 이정식 장관을 "족보에서 파버리겠다"라고 맞받았다.

한편 정치권 일각의 김문수 경사노위원장 교체설에 관해 한국노총 측은 "대화 재개에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며 정권 차원의 태도변화를 요구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김문수 위원장 교체설 관련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저희가 아직까지 협의한 바가 없다"고 선 그었다.

반대로 현행 양대노총 중심의 경사노위 구성을 '재편'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전체 2000만 노동자 중 200만명의 노동자를 대변하는 기구(민주노총·한국노총)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처럼 돼 있다"며 "노조도 어느 정도 기득권을 내려놓는 방식"을 언급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노총 한노총을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독점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이른바 MZ노조와 비정규직을 아울러 "이 판에 경사노위 재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회계투명성 문제하고 폭력 시위, 이 두 가지 문제는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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