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헤드셋, 생산단가 낮추기 총력전… “LG 부품사와 파트너십 강화”
“시제품엔 최고 부품만 사용… 단가 인하 나설듯”
“핵심은 최첨단 센서 기술, LG이노텍과 기술 제휴 강화할 듯”
애플이 MR(혼합현실,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결합) 헤드셋 제품 ‘비전 프로’를 공개한 가운데 내년에 내놓을 양산 제품의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주요 협력사와 기술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시제품의 경우 생산단가를 고려하지 않고 최고의 부품만을 사용한 제품으로, 내년에 출시하는 양산제품 가격(3499달러·한화 약 457만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대량 양산을 위해서는 핵심 부품의 생산 최적화, 단가 절감이 필요한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각) MR 헤드셋 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한 애플은 올 들어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과의 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최첨단 부품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전 프로에 들어가는 최첨단·고가 부품을 소프트웨어와의 최적화를 통해 사양을 낮추고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양산이 가능하도록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부품사 관계자는 “애플의 비전 프로에 탑재되는 센서 제품의 경우 20여개가 넘고 특히 심도와 거리를 파악하는 뎁스 센서나 이미지를 인식하는 비전 센서는 애플이 직접 맞춤형으로 개발한 제품들”이라며 “대량 양산을 담당하게 될 LG이노텍 등의 부품사들이 양질의 부품을 낮은 가격에 납품하게 하도록 만들기 위해 양산 과정, 장비 등 모든 분야에서 애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공개한 비전 프로에는 스마트폰의 3~6배 수준의 센서가 대거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추후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20여개의 이미지센서, 적외선센서, 뎁스센서, 프로젝터가 탑재됐다. 12개의 카메라, 5개의 비전 센서, 6개의 마이크를 탑재해 안면, 홍채, 제스처를 포함한 주변 상황을 인식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4000PPI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소니와 커스텀 제작해 8K급 해상도를 구현한다.
IT업계에서는 애플이 내놓은 비전 프로에 대해 최고 사양, 최신 기술의 ‘집합체’라고 부를 정도로 최첨단 부품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제품은 애플이 재료비와 상관 없이 현 시대에 구현할 수 있는 최정점의 MR 기기를 만든 것”이라며 “당연히 완성도도 높고, 디자인도 준수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애플이 공개한 시제품의 경우 전력 소모, 부품 가격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이대로 양산용 제품을 생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즉 양산을 위해 부품 단가를 낮추는 프로세스가 필요한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고의 부품만을 써서 가성비나 전력 소모를 고려하지 않고 내놓은 비전 프로 시제품은 그대로 출시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일부 디스플레이 부품이나 센서는 합리적인 선에서 다운그레이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다만 제품 성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낮은 단가의 부품 생산을 하려면 부품사와의 공동 연구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애플은 국내에선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 입신정밀(기기 조립)과 코웨(카메라), 고어텍(마이크 및 섭모듈), 대만 라간(렌즈)과 GIS(팬케이크 렌즈 모듈), 유니마이크론(기판), 일본 무라타(MLCC, LCP 커넥터), 히로세(커넥터), TDK(RF부품) 등과 기술 제휴에 나서고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3D 센싱모듈을 개발·생산해왔으며 애플 아이폰 시리즈에 ToF(Time of Flight) 방식의 3D 센싱모듈을 납품한 만큼 파트너십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애플 시제품의 경우 센서 부품의 상당 부분이 커스텀 설계 방식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와의 최적화가 관건”이라며 “오랜 협업 노하우를 가진 LG이노텍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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