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값 내고 데이터 41% 남기는 통신요금제, 해결책은 없나

윤진우 기자 2023. 6. 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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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일 것이다.

휴대폰을 교체하기 위해 통신사 번호 이동을 준비 중이거나 데이터가 부족해 사용량을 확인하는 청소년이다.

최적 요금제는 통신사가 데이터 사용량 등을 기반으로 더 저렴한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하는 제도다.

통신사가 소비자를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추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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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데이터 몇 기가바이트(GB) 쓰세요?’

이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일 것이다. 휴대폰을 교체하기 위해 통신사 번호 이동을 준비 중이거나 데이터가 부족해 사용량을 확인하는 청소년이다. 생필품이 된 휴대폰을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건 통신망, 즉 데이터이지만, 정작 본인의 데이터 사용량을 아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내놓은 ‘통신 이용정보 사용자 조사’에 따르면 국내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85%가 데이터 제공량보다 적은 데이터를 사용(3개월 평균)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LTE(4세대 이동통신)는 46%, 3G(3세대 이동통신)는 80%가 제공량보다 적은 데이터를 사용했다. 대충 얼마 정도가 필요하다 판단해 통신 요금을 결정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적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평균 기본 데이터 제공량(월 기준)은 33.4GB다. 반면 소비자들이 실제 사용하는 평균 이용량은 19.7GB에 그쳤다. 매달 13.7GB(기본 데이터 제공량의 41%)를 사용하지 않고 날리는 셈이다.

날리는 데이터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지난달 통신 3사가 출시한 5G 중간요금제 11종의 1GB당 평균 단가는 976원이다. 기존 출시된 5G 요금제를 포함하면 1GB당 단가는 약 1000원이 된다. 이를 쓰지 않고 남긴 데이터로 곱하면 매달 1만3700원(1000원x13.7GB)이 된다. 신혼부부라면 매달 2만7400원, 4인 가구라면 매달 5만4800원을 쓰지 않은 데이터 사용료로 지출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데이터를 남기지 않고 통신료를 줄일 수 있을까. 먼저 내가 데이터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통신사 홈페이지나 앱(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거나 고객센터로 전화해 물어보면 된다.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했다면 더 저렴한 요금제로 바꾸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통신사 대부분이 최근 3개월치 평균 사용량만 제공하기 때문에 계절적 요인을 고려할 수 없다. “3개월치 평균만 보고 요금제를 바꿨다가 추가 요금이 나왔다”라는 불만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다. 6개월 이상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객센터로 전화해 복잡한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최적 요금제 도입이다. 최적 요금제는 통신사가 데이터 사용량 등을 기반으로 더 저렴한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하는 제도다.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그리스 등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에서 2020년부터 도입됐다. 통신사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통신사가 소비자를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추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최적 요금제가 통신사의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라며 최적 요금제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통신사가 최적 요금제를 설계하도록 의무화하는 대신 정부는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금융권이 제공하는 ‘금리 인하 요구권’처럼 말이다.

후불 요금제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요금제별 1GB당 단가를 사용한 만큼만 내면 쓰지 않은 데이터 만큼의 요금을 추가로 내지 않아도 된다. 최적 요금제와 후불 요금제를 통해 통신비 기본 단가 자체를 내려야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통신비 지출이 월평균 13만원을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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