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쇼] 공직자 ‘코인’ 신고, 법 바꿨지만 ‘반쪽짜리‘ 비판 나오는 이유
1.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
지난달 25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4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재산 신고·공개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이 국회에 신고하는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김 의원이 거액의 가상 자산을 보유한 것이 논란이 돼 입법이 본격화됐다. 앞서 행안위는 지난달 22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관련 법안들을 병합 심사했고, 24일 전체회의에서 국회 본회의 상정을 의결했다. 이번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총 268명 중 찬성 268명, 국회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269명에 찬성 269명으로 재석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2. ‘고지 거부’ 가능
기존 공직자윤리법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국가 정무직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지자체 정무직공무원, 4급 이상의 국가·지방 공무원 등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공직자는 부동산·현금·주식 등을 재산 신고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기준 시가총액 19조 원에 이른 가상자산은 공직자의 재산등록 대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 인사혁신처에서 고위 공직자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어도 재산으로 등록할 것을 안내할 뿐 의무는 아니었다.
이번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윤리법 제12조 제4항은 예외조항으로 ‘피부양자가 아닌 사람은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자신의 재산신고사항의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며 ‘고지 거부’의 권한을 인정한다. 법적으로 부모나 자녀가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면 그들의 재산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개정된 공윤법이 가상자산과 업무 연관성이 인정되는 기관 및 직무의 범위를 확대·구체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부패방지법에 근거한 공무원 행동강령에 의해 38개 중앙 행정기관 중 가상자산과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기관 및 직무일 경우 투자를 제한받아 왔다. 검찰청,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6개 기관에서 행동강령을 통해 소속 공무원에게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신고하도록 해왔으며 업무 연관성이 있으면 직무에서 배제해 왔다. 이번 개정안은 모든 부처 고위 공직자가 가상자산 보유 현황 및 거래내역을 신고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기관마다 기준이 제각각인 데다 직무 관련이 있을 때 신고하는 정도로는 가상자산 보유·거래 사실 확인 및 제재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 따라 시행 시기도 미뤄졌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재산 신고 이전에 가상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 이 경우 신고할 가상자산이 없게 된다.
한편 재산 의무 신고 대상이 아닌 4급 미만 공무원의 가상자산 투자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3. 국회법, 처벌·정보공개 없어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회의원이 국회에 재산을 등록할 때 가상자산 현황도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국회법 제32조의2에는 ‘사적 이해관계의 등록’에 대한 법률로 국회의원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적혀있다. 이번 개정으로 국회의원 당선인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에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도 포함되어 의정 활동에서 있을지 모를 이해충돌을 방지하도록 했다.
원래는 법안이 공포된 날부터 시행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부칙’으로 특례 조항을 뒀다. 이를 통해 현 국회의원들은 임기개시일부터 올해 5월 30일까지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 및 변동 내역을 6월 말까지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은 사실상 국회의원 본인이 거래내역 제출을 거부하면 무용지물이다. 법을 어겼을 때 처벌받는 벌칙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5월 30일 이전의 가상자산 현황과 거래 내역을 국회에 등록하지 않고 버티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 국회의원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제출된 정보는 공직자 재산공개처럼 국민에게 공개가 의무인 것이 아니다. 국회법 제32조의2 제1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된 사항이더라도 다른 법령에서 정보공개가 금지되지 않은 범위에서만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 공개와 관련해 아직 국회규칙이 제정되지 않아 사실상 비공개인 상태이다.
[김윤하·이민형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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