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Law] 타다 무죄의 교훈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23. 6. 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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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일 대법원은 주식회사 쏘카 전 대표, 브이씨엔씨 주식회사 대표 등이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1인승 승합차에 운전자를 함께 제공하는 ‘타다’ 서비스를 운영한 행위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위반죄를 구성한다고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 피고인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2도13414 판결) 타다라는 승합차 호출 서비스가 ‘불법 콜택시’라며 기소된 지 4년여 만에 불법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은 것이다.

2018년 시작된 타다 서비스는 11인승 카니발 승합차에 대기하고 있던 운전자에게 승객의 위치정보를 발송해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시켜 주고, 운전자가 승객의 위치로 찾아가 승객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면 승객이 ‘타다’ 앱에 미리 저장해 둔 신용카드를 통해 요금이 결제되도록 하는 서비스였다.

택시 호출 앱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렌터카 업체인 쏘카에서 차를 빌리면서 일반 운전기사를 함께 호출하는 서비스라는 점이 다르다. 이에 대해 택시업계는 동 서비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면허 없이 택시 영업을 한 것으로 보고 대표 등을 2019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도 같은 의견으로 대표 등을 기소했다.

1과 2심 모두 타다는 기존에 허용되고 있던 운전자 알선을 포함한 자동차 대여(렌터카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약관 등을 근거로 타다는 모바일 앱 기반 렌터카 서비스이고, 타다 이용자와 쏘카 사이엔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타다는 타다 서비스에 가입해 차량 이용을 사전 예약한 특정 회원에 대하여 기사를 알선하여 자동차를 대여할 뿐, 노상에서 승차를 요청하는 불특정인의 요구에 즉흥적으로 응하지 못하므로 불특정 다수의 여객을 자동차로 운송한다고 할 수 없어 유상 여객운송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또 타다는 기존에 허용된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에 정보기술(IT)와 통신을 결합한 것만으로 사업의 본질적인 내용이 달라진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법정 다툼과는 별개로 2020년 3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여론을 의식한 국회는 렌터카 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소위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타다 서비스는 역사에서 사라지게 됐다.

이번 대법원의 무죄 선고는 몇 가지 측면에서 시사점이 있다. 우선 타다 사례는 행정부와 정치권이 구 산업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치중하면서 혁신으로 인한 소비자 이익과 산업적 성과를 놓친 나쁜 본보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타다 합법성 논쟁, 타다 금지법 제정까지 걸린 수년의 시간은 혁신산업을 도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마치 영국에서 행인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동차의 속도를 교외에서는 시속 6㎞, 시내에서는 3㎞로 제한하고, 또한 붉은 기를 든 운전원이 자동차의 운행을 알리도록 한 1861년 적기조례법이 연상된다. 이로 인해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 등에 뒤지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법률 플랫폼, 미용 플랫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슈에서 기득권 집단과 플랫폼 기업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데 정부도 국회도 이 문제에 대한 정책방향이나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함으로써 소비자가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비교·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봉쇄되고 있는 것이다.

입법, 행정, 사법이라는 3부 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사례에서 해당 부처와 검찰은 대법원 판단과 같이 법을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었지만 일단 위법으로 보고 추가적인 법적인 판단은 법원에 미루는 행태를 보였다. 자신의 권한과 책임하에 법을 해석, 집행할 권한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입법부는 다수의 국민의 목소리보다는 조직화된 이해관계자 집단의 요구를 반영하는 행태를 보였다. 결국 타다 사건은 행정부는 법 해석으로, 입법부는 법을 제정해서까지 혁신산업을 고사시킨 독특한 사례로 남게 됐다. 행정의 사법 의존 현상이나 입법의 과잉 정치편향 현상이 계속되는 한 혁신산업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초거대 인공지능(AI), 미디어, 클라우드 시장에서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고 한국 시장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토종 검색 플랫폼 등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는데, 이에 더해 타다와 같은 혁신 스타트업의 생존도 규제와 이해관계 조정의 실패로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권과 정책당국의 명확한 방향 설정과 실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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