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키보다 12㎝ 더 컸다"… 매일맞는 성장호르몬제, 이제 주 1회로
임상에 참여한 환자와 의료진 인터뷰
"주 1회 용법, 환자 만족도 높아… 키 성장 효과는 비슷"
"주사 맞기 전에는 화장실 세면대가 저한테 높았어요. 어느 날 손을 씻으려는데 세면대가 낮더라고요."
김모(15·여) 양은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을 받았다. 키가 또래 아이 100명 중에서 하위 3% 이하에 해당했다. 하루 한 번 주사 맞는 성장호르몬제가 이미 국내에서 널리 쓰였다. 하지만 김 양은 새로운 약의 임상 시험에 참여했다. 효과는 같지만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되는 성장호르몬제였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지금까지 5년 넘게 투약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 양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저의 키를 고려해 아이의 예상 키를 계산하니 150㎝ 초반대로 추측됐었다"며 "그러나 지금 키가 162㎝를 넘어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 양도 "중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친구 4명 중 제일 작았는데, 지금은 2번째로 크다"고 덧붙였다.
김 양이 투여한 성장호르몬제는 '소마트로곤'이다.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일주일에 한 번, 매주 같은 날 투약하면 된다. 하루 중 아무 때나 맞으면 된다.
소마트로곤의 가장 큰 장점은 주사 놓는 횟수이다. 기존 성장호르몬제는 매일 맞아야 했다. 김 양의 남동생은 실제로 1일 1회 투약하는 성장호르몬제를 사용하고 있다. 김 양은 "동생은 매일 저녁에 씻고 주사를 맞아야 해서 부담스러워 보이는데, 저는 일주일에 하루만 맞아도 된다. 아침에 공부하기 전에 맞아도 되기 때문에 매우 편하다"고 말했다.
김 양의 어머니는 "의료진과 상의해 아침에 주사맞는 것으로 스케줄을 정했다. 출근 시간과 겹치다 보니 주사를 놓치는 경우도 있긴 했다"면서도 "그러나 정해진 시간을 놓쳐도 퇴근 이후에 주사를 맞아도 된다. 주 1회 주사로는 투약을 놓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생의 경우 매일 챙겨야 하다 보니 힘든 점이 있다. 아이가 잠이 들었거나, 주사를 거부하거나, 제가 깜박하는 경우에는 2~3개월에 한 번씩은 주사를 놓치기도 했다"며 "이와 비교할 때, 주 1회 주사는 보호자 입장에서 훨씬 편하다"고 강조했다.
소마트로곤 투약 시기를 놓쳤다고 해도 괜찮다. 원래 주사를 맞아야 했던 날부터 3일 이내 가능한 한 빨리 약을 맞으면 된다. 이후 일상적인 스케줄 대로 주 1회 투약 일정을 재개하면 된다.
김 양의 동생처럼 이미 1일 1회 성장호르몬제를 맞는 환자라도 주 1회 제형으로 약을 변경할 수 있다. 매일 맞는 성장호르몬제의 마지막 주사 이후 다음 날 0.66㎎/㎏ 용량으로 소마트로곤 주 1회 투약 용법을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소마트로곤은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모경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마트로곤 국내 임상을 진행했던 의료진 중 하나다. 김 양을 포함해 2명의 환자를 담당했다. 김 양 외에도 당시 10살이었던 남학생의 치료 경과를 지켜봤다.
정 교수는 "해당 환자는 키 성장이 하위 1%였을 때 병원에 내원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받아 5년 넘게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며 "지금은 중간 키에 가깝게 성장했고, 특별한 이상 반응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 1회 주사제 도입은 환자의 순응도를 높여 치료 성적을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소마트로곤은 주사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였지만 약효에서 기존 치료제와 다르지 않았다.
정 교수는 "실제로 매일 투여하는 주사를 맞는 초등학교 고학년 환자들은 주사가 반 이상 남는 경우도 있다"며 "임상 시험에서 환자의 키·골연령·사춘기 진행 속도 등을 확인한 결과, 매일 투약하는 주사제와 비교해 소마트로곤의 키 성장 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1회 성장호르몬은 치료 순응도가 높아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자녀의 키가 또래보다 작다고 무조건 성장호르몬제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선천적·후천적 원인으로 시상하부 또는 뇌하수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뇌하수체 저하증, 즉 질병이다. 같은 성별의 또래 100명 중에서 키가 하위 3등 이하이거나 신장 표준편차 점수가 -2 SD(Standard deviation·표준편차) 미만일 경우에 해당한다.
정 교수는 "키가 작다는 이유로 병원에 오는 환자 중 실제 성장호르몬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단순히 성장 속도가 늦을 수도 있고,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지속적인 추적 관찰 등을 통해 정확히 진단받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만 전문가 진료를 받아 안전하게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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