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렌이 울린다 방어막을 올려라 [김태엽의 PEF썰전]

2023. 6. 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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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엽 어펄마캐피탈 한국대표 taeyub.kim@affirmacapital.com
이 기사는 06월 07일 09: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다들 놀라셨는가?  북에서 날라온 소식으로 오랫만에 힘찬 모닝콜과 함께 새벽을 맞이하신 여러분.  자 이제 좀 일찍일찍 일어납시다.  필자는 휴대폰에서 싸이렌이 힘껏 울릴 때 이미 이번주 읽던 책을 마치고, 석촌 호수 한바퀴 조깅을 끝낸 후, 찬물로 샤워를 하고, 미국 증시 마감을 보면서, 아보카도 바나나 쉐이크를 4인분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는 꿈을 꾸다가 깼다.

비록 평소의 멜랑꼴리한 음악과 다른, 강렬한 EDM으로 시작한 하루였지만 솔직히 필자는 이 오보가 울리고 60초 내로 실수라고 규정 짓고 잽싸게 침대로 복귀 했다.  그 이유는 (1) 알람이 울리자마자 TV를 틀었는데 재난방송이나 자막이 1도 없었고, (2) 네이버는 다운이었는데 유튜브나 인스타, 카톡이 엄청 잠잠했고, (3) 창밖을 내려다 보니 차들이 늘상처럼 차분히 출근/등교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4) 마지막으로,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내가 지금 딱히 할 수 있는 어떤 대책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배째 전략.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번의 오보가 너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잉 반응이네, 메뉴얼이 없네 어쩌네 하지만, 이런 해프닝 없이 바로 실전에 돌입했다면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주변 방공호도 살펴보고, 재난 문자 시스템도 점검하고, 집에 금반지랑 생수도 좀 사둘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조기 경보 체계는 그 강렬함이 클수록 효과가 좋다.

반면에 이런 조기 경보를 무시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위험의 파괴력은 막강해진다.  16년전 (스무살 때) 다친 어깨에서 몇년 전부터 버라이어티한 소리가 났는데, 애써 나는 아직 어리니깐 (진짜 죄송하다), 근육 운동과 스트레칭을 자주 하니깐, 골프로 단련 되어 있으니깐 등등의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기에 바빴다 (사실은 귀찮).  뭐 인생이 늘 그렇듯, 결국 지난주 왼쪽 극상근 인대가 중딩 때 입던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청바지 무릎 마냥 너덜너덜 해졌다는 판정을 받은 필자는 뒤늦은 후회와 함께, 본격적인 드라이버 비거리 감소를 온몸으로 경험 중에 있다.  남의 일이 아니신가?

자, 그럼 우리의 귀염둥이들을 뒤돌아 보자.  당신 회사의 회전근개들은 안녕하신가?  불행할 지도 모르는 미래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오늘 당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체계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싸이렌 소리가 밀려올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오늘은 재린이 (재무관리 + 어린이)들도 손쉽게 쓸 수 있는 일상적 지표들을 중심으로 비법 공개를 해보겠다.

 1) 조직 건정성 - (임직원 만족도가 제일 좋지만) 퇴사율과 노조원 수의 변화

물론 황금빛 미래가 넘실대는 이상향에서야 3개월 마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미국계 인사 노무컨설팅 회사에서 대면으로 진행하는 직무 만족도 평가 지표를 측정 & 비교하면 좋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너무 바쁘다. 이럴 때 대표이사들이, 혹은 이사회에서 간단히 찾아볼 수 있는 선행지표 싸이렌들이 있으니, (i) 퇴사율과 (ii) 노조원 수의 변화이다.

이제 벌써 10년도 더 된 투자인데, 제조업을 주로 하던 A기업의 사례를 살펴 보자.

A기업은 창업주와 그의 아내분, 그리고 귀여운 아들과 딸, 그리고 사위가 우루루 함께 맡아서 경영을 하던 지방 소재의 제조기업이었다. 비록 매출이 크진 않았지만 업계 1위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었고, 인수 당시 최근 3년 동안 전통기업으로서는 보기 힘든 연평균 15% 이상의 매출 성장율과 영업이익률 20% 달성이라는, 지금 봐도 상당히 훌륭한 실적을 기록하던 회사였다. (아니 이렇게 좋은 회사인데 왜 팔았을까 태엽아???)

실사도 꼼꼼히 마쳤고,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재무 실사에서 환경 실사까지 우리가 요구하는 온갖 인터뷰와 자료 요청을 대응해 주던 창업주 일가를 상대로 나름의 꼼꼼한 계약서를 맺고 우리는 회사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인수가 마무리 될 무렵, 회사에 잔류하여 공장장을 맡아 주기로한 K임원의 지나가는 말에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찜찜함이 내 뒤통수를 내리쳤다.

“지방이라 공장 직원들이 좀 자주 바뀌었어요.  참, 최근에 생전 없던 노조가 생기긴 했는데 아직 5명 뿐이에요....(침묵)...”

실제로 주변에 대규모 주거 단지가 없을 경우 인접한 공단에서 시급을 조금씩 조정해서 현장 인력들을 뺏고 빼앗기는 일들이 종종 있긴 하다.  찝찝한 맘을 안고 살짝 들춰보니, '음 생산직 인원 수의 절대 숫자는 크게 변함이 없었구만.'  이렇게 순진했던 30대의 태엽이는 딜 클로징의 막다른 길을 걸어 버렸다. 이거슨 나의 실수!

정작 계약서를 사인하고 회사에 들어와보니, 5명 뿐이라던 노조원들은 20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아직 적은 인원이다. 공장에 가서 직원들에게 처음 인사를 하러 간 날, 뭔가 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연구소에 왜 이렇게 입사한 지 1년도 안되는 젊은 직원들이 많지? 

기분이 다시 쎄했다.  나는 잽싸게 대표이사에게 긴급 비밀 미션을 내려 보냈다.  “좀 불안한데, 일단 직원들 면담 통해서 노조 현황 먼저 파악해 보죠”

실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창업주의 이쁨을 한 몸에 받던 연구소장은 연구 보다는 소장에 더 가까운 꼰대였고, 이 때문에 젊은 연구직 직원들의 “조용한 퇴사”가 몇년째 지속되고 있었다.  그나마 이전 연구소장 시절 개발해둔 기술을 바탕으로 공급관계에 있던 대기업의 R&D 센터 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개발한 신제품이 성공해서, 그걸 자기만 공으로 포장한 '성격 파탄' 연구소장은 호가호위를 수년째 하고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성격 파탄 연구소장이 깽판질을 하는 동안, 그나마 남아있는 강직한 현장 직원들은 창업주와 그의 아들에게 1년 넘게 면담 요청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공장장 직함을 달고 있던 왕자님, 아니 창업주 아드님은 '어렵고 귀찮은' 노무 관리 경험이 전무했고, 무서운 창업 1세대 아빠 눈밖에 날까봐 무대응의 대응을 지속 중이었다.  덕분에 2명으로 시작한 노조가 5명이 되고, 5명이 다시 10명, 다시 20명으로 새록새록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태가 커지기 전에 우리가 모셔온 베테랑 대표이사님은 바로 조치를 취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은, 워낙 기존 사업주가 관리를 안하던 통에 우리가 인수 직후 현장 직원들에게 조금만 관심과 사랑의 손길을 주어도 쉽게 감동했다.  생긴지 얼마 안 된 순진한 노조원들은, 우리의 능구렁이 신임 노무팀장의 현란한 드리블 하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얼마 안가서 성과급 체계가 도입된 자본주의의 선구자... 아니 PE 투자 기업의 직원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반면, 오히려 난이도가 높은 것은 오랜기간 버티고 있던 연구소장의 대체자를 찾는 것이었다.  조용한 퇴사가 쓸고간 조직은 이른바 쓸만한 인재가 클 토양이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당장 연구소장부터 짜를 수는 없는 판이었다.  좁은 업계에서 소문이 쫙 난 마당에, 독사같은 PE로 주인이 바뀐 회사에, 게다가 이 악명 높은 연구소장 밑으로 2인자가 될 만한 인재가 순순히 들어올 리도 만무 하였다.

그러나 포기란 없다 노빠꾸 아닌가? 우리는 꺼진 불도 다시 보기 위해 퇴사자들을 다시 뒤져보았다.  빙고!

불행 중 다행으로 A기업은 퇴사자 인사 파일들을 모조리 다 보관 하고 있었고 (음,,, 엄밀히 말하면 버리는 걸 잊어버린 듯 했지만), 수소문 끝에 연구소장 K씨와 각을 세우며 변혁을 꿈꾸다 밀려나간 우리의 새로운 희망, Y 부장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이 이후로 반드시 투자를 검토할 때 퇴사율을 간단하게 나마 보는걸 필수로 하고 있는데, 몇년간 보다보니 퇴사율 중에서도 직군별로는 (1) 영업 및 기술개발 관련 퇴사율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고, (2) 퇴사의 원인이 경쟁사 이직에 있는지, (미스테리한) “일신상의 이유”인지 (이건 거의 정치에서 밀린 거다), 본인이나 가족이 아프기 때문인지 원인들을 살펴 봐서 사이렌급 경고등이 켜져있는지 반드시 알아본다. 

특히 최근 필자가 시도 중인 것은, S급 인재가 부모나 자식이 아파서 혹은 가족을 돌보기 위해 퇴사를 하거나 집 근처 직장으로 이직을 한 경우, 다시 접근해서 “재택근무와 비상근 고문 계약을 적절히 섞어서” 싼 값에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제안해서 다시 채용하는 것이다.  노령화 때문인지 여기 저기 포트폴리오 회사에서 이런 일들이 종종 나오는데, 아직 내 스스로 결론을 내기 전이지만 몇 년 해보고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반드시 독자 여러분과 속편을 통해서 공유하겠다. (음, 비법 공개에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알쥬?)    

 2) (인적) 자원 배분 효율성 - (노동생산성 지표가 제일 좋지만) 임원 일정 및 판관비 사용처

회사의 조직이 건전해야 우리 몸의 인대, 관절, 근육이 건전한 것 처럼 기초가 탄탄해 진다.  그럼 이런 기초를 챙긴 다음 여유가 생겼을 때 바로 다음 해야하는 것이 운동을 통한 탄탄한 근육.  즉,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이른바 조직 효율성, 혹은 노동 생산성을 체크해 봐야 한다.

많은 수의 PE들이 대기업의 비주력 자회사나 사업부들을 인수해서 돈을 버는 걸 좋아하는데, 그게 멋지고 회사의 규모도 크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대기업의 비주력 사업으로 오랜기간 머물면서 뱃살 허벅지살 가득히 쌓인 지방이 많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과다한 인원을 줄이고 놀고 있는 임원/오래된 팀장님들을 정리하고, 의사결정을 효율화 하기만 해줘도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손쉬운 다이어트에 초기 1년간 경영의 촛점을 맞춘다.

반면 오너가 직접 운영하는 (지방의) 기업을 인수할 경우, 보통 뺄 지방이 없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건 난이도가 좀 높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표이사가 기술개발과 영업을, 사모님이 회계와 재무를, 아들이 지사장 혹은 해외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정말 장맛 속 빗방울처럼 많다. 물론 이 와중에도 솎아낼 사람들을 걸러내야 하지만, 중소 중견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다이어트 보다는 영양제와 단백질 보충제, 비아그라를 처방하고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는 저중량 고반복 운동을 시켜야 한다. (아 골치야)  즉, 없는 기능들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뽑고, 사람 구하기 힘들어진 지방 소재의 생산 설비들을 자동화하고, 두루뭉실했던 기능들을 명확히 해서 각 기능들을 담당하는 (임)직원을 할당하고 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A급 인재일 가능성이 있는 꿈나무들에게 스톡옵션 & 성과급이라는 전설 속에만 내려오던 드래곤볼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자, 그럼 내 조직 어디서 다이어트가 필요한지 아님 보충제가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을까?  제일 간단한 지표는 노동생산성, 즉 매출/인건비이다. 영업 효율이 궁금하면 영업인력 당 매출액을 경쟁사랑 비교하면 되고, 생산이 중요한 경우는 생산 인력 혹은 설비 당 생산량을 벤치마크 대비 비교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지표는 사실 선행지표라기 보다는 현상지표이다.  그럼, 생산성 지표들에 선행해서 재린이들도 쉽게 미리 알 수 있는 조기 경보는 없을까?  아주 엉성하지만 의외로 파악하기 쉽고 간단한 것들이 당연히 있다.  그것은 (주로 임원 혹은 영업 조직의) 일정 및 이른바 법카 사용처! 

사람은 마음 가는데 시간과 돈을 쓰게끔 되어 있다.  여러분의 지난 6개월간 카드값을 뒤져보시라.  운동에 돈을 쓰는지, 쇼핑에 쓰는지, 여행에 쓰는지, 아님 와이프한테 다 뺏기... 아니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다 주고 여러분은 절제된 숨쉬기만 하는지 카드값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일도 마찬가지 이다.

회사의 가장 중요한 유동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인력들의 근퇴와 일정만 봐도 어디서 여유가 넘치는지, 그리고 어떤 조직/팀의 스트레스 레벨이 높은지 알 수 있다.  필자가 컨설턴트로 뺑이를 칠 무렵,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거의 기계적으로 제일 먼저 측정하던 것이 ABC (아니 America-Borned Chinese가 아니고), Activity-Based Costing이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단순하게 이야기 하면 대표이사를 하루 종일 졸졸졸졸 따라 다니면서 분단위로 어느 일에 얼마나 쓰는지 시시콜콜 정리해서 분석하는.  ABC까지는 아니더라도 임원들의 내외부 일정만 보아도 대충의 감이 온다. 

이 때문에 필자의 회사에서도 전직원들이 모두 각자 일정들을 아웃룩에 기입하고 (최대한 자세히, 만나는 사람과 장소까지), 이 아웃룩을 전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15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아, 최대 단점은 내가 땡땡이 치고 놀고 있을 때 직원들이 기가 막히게 전화가 온다 젠장!)  이렇게 투명성만 높여도 무임승차자 (Free-rider)들을 바로 솎아 낼 수 있고, 팀들끼리 회의 시간 잡느라 전화돌리는 비효율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여기다 한 술 더 떠서 판관비의 사용이 매출과 연동되는지, 판관비를 대충이라도 어디에 쓰는지 '파악만 해도' 영업 조직의 긴장도는 단박에 높아진다.  과거 2-3년치 법카 내용을 뒤져보라.  만약 판관비 증감이 매출 증감과 즉각적인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면 돈이 샌다는 반증이다.  이런 조직을 그대로 두면 1-2년 내로 조직의 긴장도와 현금 계좌의 긴장도가 동시에 사라지는 미래가 닥치게 된다.  누구랑 뭘하느라 판관비를 쓰는지 파악만 해봐도 조직의 지방세포들은 긴장한다!  식스팩을 희망하는 우리 40대들의 카드값에 맥주와 치킨값이 가득하다면 통통한 지방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너무 훌륭한 조기 경보체계이다.

 3) 매출 건전성 - (매출채권 회전일수가 제일 좋지만) VOC 추이 (건수), 신제품 수 (비중)

일단 조직의 건정성과 효율성을 챙겼다면 이제는 매출 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조기 경보체계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내가 만든 매출이 얼마나 건전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미 과거 수차례 여러분의 귀에서 피가나도록 강조한 지표가 매출채권 회전일수인데, 오늘은 재린이 특집편이기 때문에 비재무적 경계경보 위주로 말씀 드리겠다. (아시쥬? 매출 10만원을 제일 헐렁하게 만드는 방법은 물건을 주고 돈은 12개월 있다 주쇼 하고 나중에 받는 것이라는 걸.  매출채권 회전일수 360일짜리 회사에 투자해본 사람만이 알도다)

너무 사례가 많아서 특정하지 않겠지만, 특히 B2C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 초반 제일 먼저 신경써서 보는 항목이 VoC, 즉 Voice of Customer (고객의 소리)이다.  옛날에는 주로 영수증 이벤트를 해서 영수증 하단에 깨알같이 “불만있거나 의견 있으신 고객 여러분~ 웹사이트 어쩌구로 들어가서 의견을 남겨주시면 알려주시는 이메일 주소로 어쩌구 쿠폰을 보내드릴께요 호호홍” 하고 적어두고 한 달에 한 번, 홈페이지나 이메일, 아님 더 구수하게 매장의 고객카드로 접수된 의견들을 다 모아서 갯수 증감도 파악하고 내용도 읽어보곤 했지만, 요즘 세상이 좋아졌다!  이런 VoC는 전문 외주업체도 많이 생겼고, 이제 다들 하나쯤 가지고 있는 자사 App에 객관식으로 답변을 듣고 보상으로 고객들에게 바로 쿠폰을  날려주는 기능을 탑재해서, 신경만 쓴다면 거의 공짜에 너무 소중한 아이디어들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이런 VoC를 두세 달 어치만 읽어봐도 대충 고객의 만족도가 어디로 가는지 “느낌”이 오는데 (그렇다, 조기 경보체계라는게 필자의 왼어깨 뚝뚝 소리마냥 자세히 들으면 나고, 또 무시하면 잘 모르는 느낌적인 느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의 경험상 VoC의 개선은 4-6개월 뒤 매출의 성장으로 나타난다.  잘은 모르겠는데 아마 재방문 주기 그리고 VoC가 주변에 퍼져나가는 속도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VoC를 활용하면 B2B 기업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쓸 수 있는데, 다만 통상 거래관계 혹은 납품관계에 있는 고객사로 부터의 만족도 설문조사는 의외로 좀 까다롭다.  그래서 영업 혹은 기술쪽 인력을 활용한 정성적 피드백을 모으는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그거라도 하는 걸 권한다.  사실 B2B 사업의 경우 반품율이라는 좀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VoC 지표가 있다.  근데 반품율이 올라갈 정도면 이건 경계 지표라기 보다는 떨어지는 모양이 보이는 핵폭탄인지라 피하기 좀 늦은 감이 있다.  펑~

VoC와 함께 독자 여러분들이 바로 할 수 있는 두번째 매출 건전성을 파악해보는 선행 지표는 신제품 수 혹은 매출에서 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음 근데 이야기 하고 나니, 이건 약간 재무지표 스럽네.  따지지 말자. 

신제품 수가 중요한 이유는, 모든 제품 혹은 서비스에는 유통기한이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래서 여러분이 매년 골프 드라이버를 바꾸는 것이다!)  주력 제품이 한참 잘 나갈 때 일수록 그 다음을 얼마나 성실하게 준비할 수 있느냐가 매출 성장의 안정성을 담보해주는 선행지표일 텐데, 창업주가 팔고 해외로 이주하시는 회사일수록 매각 직전 몇년간 개발해둔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별로 없고 capex, 연구개발비, 그리고 인건비를 극도로 줄여서 이익을 부풀려 놓은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해봐야 한다.  (이건 거의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i) 신제품 수가 줄어드는 추세인 경우, 혹은 출시하는 신제품의 숫자는 줄지 않는데, (ii) 매출에서 신제품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경우 모두 암울한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훌륭한 조기 경보이다.  필자는 통상 매출의 3-8% 정도는 전년도 개발된 신제품에서 나오는 것을 아주 건전한 지표라고 생각하고 관리한다.  개인마다, 산업마다 다르겠지만 각자의 기준을 갖고 접근해야 하겠다. (앗, 제발 오늘 퇴근하고 식탁에 신규 반찬의 갯수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불평 마시라, 구조조정 당하신다)

 4) 자산 건전성 - (재고 회전율과 cash conversion ratio를 반드시 봐야 하지만) 설비들의 나이, Capex 증감

앞에서 잠깐 예고 편처럼 이야기 했지만, 특히 제조업을 인수하는 경우, 자산 실사에서 아주 아주 아주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이 capex의 변동 추이이다.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지표인 cash conversion ratio (옛날 글에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기억들 나시쥬? 한 번 읽은 것들은 다들 기억 하시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늙고 병들어서 기억력 마저 사라진건 아니죠 그쵸?)인데, 회사의 이익에서 진짜 현금흐름의 비중을 높이는데 중요한 변수가 capex 즉 설비 혹은 기술 투자금액의 비중이다.  이걸 지나치게 영리한 일부 매도인들은 경영권 매각 전 capex 금액을 극도로 줄여서 (즉, 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설비와 기술로 매출을 최대한 쥐어짜내서) 현금흐름의 비중을 높이는 꼼수를 쓴다.  설비의 근본적인 개선이 없거나 여타의 이유로 (기술 개발 혹은 과점화) 판가의 레벨이 한단계 올라간 적이 없는데 cash conversion ratio가 매각 전 1-2년 사이에 좋아졌다면 이는 거의 99% 숫자를 만진 것이다.

비슷한 원리로, 매출은 느는데 매출채권이 같이 늘면 반품대상 매출만 늘린 것으로, 이는 근육이 아니고 가슴뽕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자 그럼 재린이들이 좀 손쉽게 볼 수 있는 모닝콜은 없나?  당연히 있다 (조기 소제목에 적어 두지 않았나!) 그것은 바로 나이!!  주요 자산, 설비들의 나이를 보면 대충의 미래가 보인다. (감이 오시나?  40대가 되면 노안이, 50대가 되면 오십견이, 60대가 되면 눈물이 우리를 기다린다. 아저씨 동료 여러분!)

필자는 신비하게도 경영권을 인수한 후 거의 늘 첫 1년간 다양한 불량율 증가와 불용재고의 발견, 대량 반품 사건을 접하게 되는데, 아마 그것은 필자가 극도로 재수탱이가 없기 때문이가 아니고 인수 초기에 도대체 뭘 산건지 샅샅이 뒤져보기 때문(일 것, 아니 이어야만 할 것)이다. 

최근 인수한 제조업 B사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인수한지 두달도 안되서 발생한 불량 재고가 왕창 발생해서 공정을 뒤져봤더니, 생산 라인 중 아주 작은 역할을 하는 모터 부품 3개의 연령이 20년을 넘어선 것이 그 원인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80살이 넘은 상태에서 현역으로 일을 하다보니, 그 모터 중 하나가 퍼지면서 결국 로트 하나를 통으로 말아먹은게 사건의 전말 이었다.  “이 회사는 cash conversion ratio가 높네” 하면서 희희닥거리며 좋아했던 한심한 태엽이를 뒤로 하고, 이제는 이런 일에 이골이 난 우리는 계약서상 배상 항목으로 일단 급한 피해를 복구하고, 라인 전체를 개선해서 생산성을 아예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바로 실행했다.  결과적으로는 1년쯤 뒤 생산성의 레벨업이 나타나겠지만, 그냥 이런 일들을 자꾸 겪으면 짜증이 난다. 에휴.

무형자산이나 IP 혹은 계약관계도 마찬가지 인데, 특정 IP의 의존도가 높거나 기술 사용계약의 의존도가 높은 사업일 경우, 주요 계약 혹은 권리의 만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부동산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면 현재 임차 조건이 언제 끝나는지, 특히 해외 공장의 원가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지, 클라우드가 보편화되는 요즘 핵심 소프트웨어 사용 혹은 데이터의 사용과 관련한 비용이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당초 계약한 좌수를 넘어가면서 갑자기 늘어날 리스크는 없는지 반드시 뒤져봐야한다. 

조기 경보 체계는 아는 것이 힘이다.  필자도 10년 넘게 빼먹지 않고 받는 정기 건강검진으로 황반변성도 찾아냈고, 위염도 이겼으며, 턱뼈 속에 숨어있던 종양도 찾아 냈다. 이제 앞으로 몇 년간은 내 몸 속에서 작고 소중하게 자라고 있는 팔꿈치 인대 석회를 조져내고, 마리떼 청바지 무릎같은 어깨 인대도 좀 덧대고, 오른쪽으로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있는 5번 요추 디스크도 다시 집으로 보내아 한다.  우리의 소중한 몸처럼 우리의 소중한 회사들도 꼼꼼히 뒤져보자.  여기저기 오직 사랑이 담긴 눈빛만이 찾아 낼 수 있는 조기 경보가 울리고 있다.  이런 조기 경보를 파악하는데 모든 이들이 재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최고 경영진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이런 조기 경보를 본다고 대놓고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못하겠으면 필자에게 SOS를 치던지, 아님 이런 걸 대신 해주는 수많은 컨설팅 회계법인 어쩌구 전문가들에게 손을 내밀어라.  작은 경보들을 무시하지 말고 미리미리 챙기자.  인생 100세 시대다.  내 무릎 내 허리 내 어깨를 잘 아끼고 닦아써야 한다.  그래야 80살 생일 전에 싱글 한 번 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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