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양육 공동체 '우가우가'…부산에 퍼져나간 돌봄의 가치

부산CBS 송호재 기자 2023. 6. 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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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⑫]
'우리는 가족'이란 의미 담은 마을육아공동체 '우가우가'
바이올린부터 환경교육까지…지역 내 봉사와 연주회도
부모는 문제 함께 해결하고, 아이는 또래 친구들 여럿 생겨
'부산형 육아친화마을' 연구 사례로…'함께 돌봄' 가치 전달
핵심요약
초저출생 문제가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까지 곤두박질쳐 서울을 제외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지역 소멸 위기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이에 부산 CBS는 부산시 등 각계와 함께 '생명돌봄 국민운동 부산캠프'를 구성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범사회 운동을 시작했다.

부산 CBS는 생명돌봄 운동의 일환으로 출생과 양육의 기쁨을 누리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본보기들을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한다. 오늘은 열두번째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인 육아 공동체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돌봄의 가치'를 보여준 부산 강서구 '우가우가' 공동체 이야기를 전한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꾸러기 환경감시단' 활동 모습. 우가우가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북적이는 집에서 사랑 넘치는 8남매…"서로 가장 좋은 친구"
②평균 출산율 3명인 교회…"아이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 덕분"
③다섯 남자아이 입양한 부부…6형제가 만드는 행복의 모양
④부모는 슈퍼맨이 아니야…'같이 육아'로 아빠도 배운다
⑤"내 자식 같아서" 온정 전하는 아버지들…"돌봄친화 사회로 이어져야"
⑥신생아 '1만 명' 만난 베테랑 의사가 말하는 '산부인과 의사생활'
⑦"나부터 먼저" 대한민국 1호 민간 출산전도사가 된 회장님
⑧"아이는 공동체가 함께" 교회가 시작한 돌봄…부산에도 퍼지나
⑨"한 지붕 아래 이모, 삼촌만 20명 넘어" 돌봄공동체 '일오집'
⑩"아이 가지려는 귀한마음, 비수로 돌아오네"난임여성 고군분투 임신기
⑪초저출생 위기, '가임력' 높이는 냉동난자 지원 정책 고민해야
⑫자발적 양육 공동체 '우가우가'…부산에 퍼져나간 돌봄의 가치
(계속)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마음으로 함께 돌봄의 우물을 파기 위해 모인 부모들이 있다. 부산 강서구의 육아 공동체 '우가우가'는 육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공동체를 조직했다. 4년 동안 이들이 실천한 '함께 돌봄'의 가치는 '부산형 육아친화마을' 사업으로 이어져 부산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교육·돌봄 인프라 부족한 지역 한계, 품앗이 육아로 극복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대에 가정으로 이뤄진 마을 육아 공동체 '우가우가'는 2020년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면서 시작됐다. 학교와 마을 규모가 작다 보니 소문은 금방 퍼졌고, 4년째인 올해에는 모두 15가구가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모임 이름의 뜻처럼, 어느덧 서로에게 한 가족같은 든든하고 돈독한 존재가 됐다.

이들이 똘똘 뭉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지역의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농촌과 공단이 많은 지역 특성상 아이들을 위한 교육·문화시설이 적다는 한계를 품앗이 육아로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우가우가'의 초기 구성원인 백소담씨는 "아무래도 동네에 교육이나 돌봄 인프라가 부족해 아이 키우기에 열악한 환경이다"며 "구청에서 도시재생지원사업이라는 걸 한다고 하니 부모들이 모여 다양한 체험이나 활동을 같이 추진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처음을 회상했다.

백 씨는 "주변에 학원도 없고 어차피 사교육을 못할 바에는 우리끼리 모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자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에게 중요하지만, 인근에서 접하기 어려운 문화 활동을 가장 먼저 추진하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화 교육에서 어르신 봉사, 동네 청소까지…지역 공동체로 자리 잡아


우가우가 공동체는 2020년부터 기부와 독거노인 간식 배달 등 지역사회 속에서 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우가우가 공동체 제공

우가우가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한 활동과 수업 내용까지 직접 구성하고 있다. 부모들이 발벗고 나선 덕분에 28명의 아이들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고, 지역 축제에서 바이올린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난타와 방송댄스, 독서토론 등 다양한 문화 활동도 경험했다.

우가우가의 공동체 활동은 단순히 양육에만 머물지 않았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어르신들 앞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명절이면 한복을 입고 직접 찾아가 간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쓰레기 줍기 등 봉사 활동도 벌이고 있다. 육아와 돌봄을 위해 시작한 공동체가 어느덧 지역 사회 구심점 역할까지 하게된 것이다.

백씨는 "어르신들에게 직접 담근 김치를 아이들과 배달하고, 간식이나 쌀을 전달하기도 했다"며 "아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어르신들도 좋아하시고 아이들한테도 여러 방면으로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과 공장지대가 많다보니 동네에 쓰레기가 많이 보이길래 아이들과 함께 청소하는 활동을 생각하게 됐다"며 "동네 곳곳을 함께 걸어 다니면서 쓰레기도 줍고, 아이들이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 서로 의지하고, 아이들은 '함께하는 방법' 배워

우가우가 소속 어린이들은 함께 바이올린을 배워 지역 내 여러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우가우가 제공

우가우가 가정들은 맞벌이 가정이 많고, 활동할 때 부모의 시간이 안 맞아 참석이 어려운 경우가 생기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다른 가정의 아이를 함께 데리고 활동에 참여하거나 보살펴주는 일은 일상이 됐다. 이들은 나름의 '공동 돌봄'을 통해 서로 의지하고 힘이되는 법을 배웠다.

백씨는 "사실 맞벌이 가정은 부모들이 직장 때문에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공동체 안에서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불만을 갖기 보단 다른 방면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분배해서 함께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비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과거 시골에서 모든 가정이 아이를 함께 키우던 것처럼 우가우가 공동체 안에서도 서로 돕고 보살피면서 부모들끼리도 각별한 사이가 됐다"며 "각 가정에 문제가 생겨도 서로 의지하면서 해결할 수 있어 '믿는 구석'이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연령대가 다양하다 보니 아이들도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백씨는 "학교에서 만나는 동갑친구 말고는 다양한 또래를 만나고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우리 공동체에서는 여럿이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협력과 양보, 배려 등 단체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배울 수 있다"고 전했다.

백씨는 수년 동안 공동체 활동을 이어오며 '거점 장소'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는 "구청에 여러 차례 부탁해도 장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부모들이 20곳 넘게 직접 활동 장소를 찾아다니기도 했다"며 "아이들만을 위한 보육 공간이 아니더라도, 지역 주민 공동체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공동체가 심은 '함께 돌봄'의 씨앗, 육아친화마을로 피어나

우가우가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공동 육아는 부산시의 육아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는 지난해 강서구와 수영구 등 2곳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환경과 사례를 조사했다. 당시 우가우가 역시 이 사례에 포함돼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부산시는 이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부산형 육아친화마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저출생과 인구절벽 위기 속 출산을 무작정 권장하기보다 먼저 지역을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육아친화마을로 선정된 부산진·북·연제·수영구 네 지역은 생활권별 서비스, 인적네트워크, 철학과 가치 등 세 가지 핵심 내용으로 육아, 돌봄 관련 다양한 사업 진행 중이다. 핵심 활동인 '다가치키움해결단'은 영유아 부모들의 육아 고충을 나누고 지역 돌봄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사업이다. 또래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만나 정보와 고충을 나누기도 한다.

이밖에 '육아아빠단'은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연제구가 추진 중인 '연제형 공동육아 나눔터'는 은퇴 교원과 보육교사, 학부모 등 마을 주민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며 함께 돌봄의 가치를 실현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강서구를 비롯해 자발적으로 시작한 육아 공동체의 모범사례를 조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 맞는 육아친화 통합 콘텐츠를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육아친화 환경을 조성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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