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한겨레 2023. 6. 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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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자락 어느 숲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원숭이들은 고도의 비만 상태에 빠져 나무 위에 올라가지 않고 고릴라들은 땅 위를 겨우 걸을 정도로 병색이 완연했다.

이제 원숭이들은 나무 열매를 따기 위해 나무에 올라가지 않아도 되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원숭이들은 다시 나뭇가지 사이를 타고 다니며 과일들을 따기 시작했고 몸이 날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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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황산의 인문학 봉인풀기]

픽사베이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자락 어느 숲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원숭이들은 고도의 비만 상태에 빠져 나무 위에 올라가지 않고 고릴라들은 땅 위를 겨우 걸을 정도로 병색이 완연했다. 제보를 받은 국립공원 당국자들과 수의사들이 야생동물들의 건강상태를 조사했다. 원인은 인근 대형 호텔에서 내버린 음식물 쓰레기였다. 식자재 잔여물과 먹다 남긴 햄과 소시지, 피자, 핫도그, 스테이크, 치킨 등을 숲 속에 그대로 버린 것이다.

야생동물들이 모여들었다. 기름진 음식은 별미였고 그들의 입에도 잘 맞았다. 이제 원숭이들은 나무 열매를 따기 위해 나무에 올라가지 않아도 되었다. 다른 동물들도 애써 음식을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배를 불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5년, 10년이 지나자 야생 동물들은 본래의 야성을 잃어버리고 병약해지기 시작했다. 비만하여 둔해지고 고혈압, 당뇨 등 인간이 걸리는 온갖 만성 질병들에 걸렸다. 이후 케냐 정부가 계몽과 단속을 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로 처리하여 땅 깊이 매립하게 하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원숭이들은 다시 나뭇가지 사이를 타고 다니며 과일들을 따기 시작했고 몸이 날씬해졌다. 다른 동물들도 먹이를 찾아 숲속을 부지런히 다니기 시작했다. 이내 야생의 생태계가 복원되고 동물들은 자기 삶을 되찾았다.

픽사베이

인간의 행위와 개발로 자연 생태계가 위협받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기후 위기가 재앙을 넘어 인류 멸종을 초래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질학자들은 인간의 힘이 지구의 지질과 대기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지구의 지질학적 연대를 ‘인류세’로 칭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촌 모든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경제학자들은 탈성장 탈개발 노선이 최선의 길이라고 제안한다. 이 모든 상황은 그간 우리가 지녔던 인간중심주의 가치를 근원적으로 재검토하게 한다. 티모시 모튼은 <생태적 사고>에서 강조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항상 공존하는 것이다.” 그렇다. 모두가 공존하고 자생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 힘을 합쳐 실행할 거시적 실천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내 삶에서 수행할 미시적 실천 거리를 찾을 일이다.

픽사베이

서울대공원에 봄나들이를 갔다. 호숫가 풀밭에 자리 잡은 우리 가족은 햇볕과 바람과 물빛을 즐겼다. 갑자기 오리 떼가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과자를 얻어먹기 위해서였다. 여기저기 봉지를 들고 과자를 던져주는 이들이 있었다. 오리들은 재빨리 달려가서 부스러기를 집어삼켰다. 슬펐다. 오리는 작은 물고기와 곤충, 갑각류나 양서류나 온갖 수생 식물을 먹고 사는 법이다. 저렇게 인간이 던져주는 것들에 익숙해지면 어떻게 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코 멀리 호수 중심부를 바라보았다가 나는 탄성을 질렀다. 오리 한 마리가 홀로 자맥질하고 있었다. 머리를 곤두박질치며 물속으로 들어가 한참 후 올라왔다. 먹이를 채집하고 있었다. 난 환히 웃으며 다짐했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황산(인문학연구자·씨알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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