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1000가구 매입해 2500억 편취…전세사기 조직 어떻게 움직였나[부동산360]

입력 2023. 6. 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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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및 기획조사 결과 발표
깡통오피스텔 29가구 사들인 임대인도 수사 대상
건축주, 높은 보증금 계약 후 바지임대인에 통매수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50대 임대사업자 A씨는 공인중개사 등 모집책을 모아 매매가격보다 전셋값이 더 높은 오피스텔을 물색하게 했다. 이를 통해 같은 지역 내 깡통주택 오피스텔 29가구를 자기자본 없이 매수했다. A씨는 매수대금을 보증금으로 조달하기 위해 전세계약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사들였다. A씨가 매수한 오피스텔은 모두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높았기 때문에 매수할 때마다 오히려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받았다. 이 중 일부는 거래를 성사시킨 공인중개사에게 중개 보수를 초과하는 수준의 높은 리베이트로 썼다. 그러나 A씨는 전세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계약 당시의 전셋값으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고, 다수의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전세사기 특별단속 및 기획조사 결과 발표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의심 사례들을 포함해 총 1322건의 거래에서 조직적 전세사기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유형 중엔 업계약서를 활용한 것도 있었다. 중개업자 B씨는 매물을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에 올린 30대 C씨에게 접근해 팔아주는 조건으로 매도 희망가격인 1억75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인 2억원으로 ‘업계약서’를 쓸 것을 제안했다. B씨는 임차인 D씨를 유인해 2억원의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이후 D씨로부터 받은 보증금 2억원 중 1억7500만원은 매매대금으로 쓰고, 차액인 2500만원은 B씨 일당이 수수료로 나눠 가졌다.

최근 대형 빌라 전세사기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건축주와 분양·컨설팅업자가 바지 사장을 동원한 사례도 발견됐다.

서울에 빌라를 신축한 건축주 E씨는 분양·컨설팅업자 F씨와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하면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공모했다. F씨는 이사지원금을 주겠다며 임차인을 모집해 높은 보증금으로 E씨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이후 ‘바지’임대인 G씨가 건물을 통째로 매수토록 했다. G씨는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는 시기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돈이 없는 G씨는 같은 날 한꺼번에 한 건물의 다른 호실 15채를 매수하거나, 멀리 떨어진 주소지 주택 8채를 사는 등 이상 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E씨와 F씨가 형식적으로 법적 책임을 G씨에게 모두 전가 한후, G씨는 의도적으로 파산하는 상황을 의도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국토부는 이런 사례를 찾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부동산 거래신고 데이터, 전세피해지원센터 피해상담사례를 바탕으로 조직적 전세사기 의심사례를 선별한 후 12차에 걸쳐 전세사기 의심자 및 관련자 970명을 수사의뢰했다.

국토부는 수사의뢰 외에도 신고가격 거짓신고 등 국세청에 316건, 거래신고법 위반, 자료제출 불응 등 지방자치단체에 1164건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국토부의 12차례 수사의뢰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1만300여채를 보유한 10개 ‘무자본 갭투자’ 편취조직과, 허위 전세계약서로 공적자금 성격의 전세자금 대출금 약 788억원을 가로챈 21개 ‘전세자금대출 사기조직’ 등 전국 총 31개 조직을 일망타진했다고 밝혔다.

예를들어 인천청·광역수사대는 범죄집단을 조직한 뒤 담보 대출 연체, 세금체납 등으로 경매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숨긴 채 전세계약을 체결해 임차인 533명으로부터 보증금 총 430억원 상당을 편취한 건축주, 공인중개사 등 피의자 51명 검거했다. 이중 1명은 구속했다.

경기북부청·구리경찰서는 범죄집단을 조직해 빌라 900여 가구를 매입한 후 전세계약을 체결해 보증금 약 2500억원 상당을 편취한 임대사업자 등 피의자 19명을, 서울청·금융범죄수사대는 빌라 1000여 가구를 취득한 사망임대인과 공모해 임차인 347명으로부터 보증금 542억원 상당을 편취한 중개인 및 명의자 3명을 각각 검거했다.

앞서 국토부와 대검찰청·경찰청은 지난 1월 ‘전세사기 대응 협의회’를 개최해 수사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두 차례에 걸쳐 범정부 전국 특별단속을 시행하는 등 전세사기 범죄에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 세 부처는 향후에도 형사절차 전 과정에 있어 긴밀히 협조해 전세사기 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실질적 피해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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