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가슴에 품어야 할 건 사직서인가 혹은 지옥 속에 핀 꽃일까

심영구 기자 입력 2023. 6. 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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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리] 모 아니면 도! 그래도 사내 연애를 도모? (글: 김혜경)
 

스브스프리미엄은 오늘부터 '직장고민상담소-대나무슾'의 서브 코너 '비밀리'를 시작합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인생의 고민 중 어쩌면 가장 크게 다가올지도 모를 '연애', 이 둘이 결합했다면? 연애전문가들의 발랄하고도 진지한 경험담과 조언을 들어보세요!
 


신기루처럼 쫓게 되는 사내 연애의 꿈

직장인에게 사내 연애란 무엇일까? 한국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대략 9시간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는 소리다. 그렇게 살다 보면 회사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서 목에 사원증 걸고 커피 맛을 즐기던 신입 사원 시절이 까마득하다. 연차가 쌓일 때마다 연봉보다 분노의 상승 폭이 더 높다. 커피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음료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사내 연애라고? 대체 어디서 사랑이 샘솟은 거야? 사내 연애는 사막 같은 회사 생활에 나타난 오아시스의 기적이나 다름없다. 그런 줄 알고 뛰어들었다가 신기루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바야흐로 연애에 미친 사회다. 연애 안 하냐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눈치 없는 친척의 명절 단골 대사나 부모님의 핀잔뿐만이 아니다. 요즘 콘텐츠를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연애를 원하는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연애를 하는 게 한국 드라마의 특징인데, 요즘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마저 연애하느라 바쁘다. 대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전 애인을 대동하고 나타나질 않나(맞아요, '환승 연애' 얘기), 누군가와 커플이 되어야만 탈출할 수 있다는 '솔로 지옥'에다, 전 국민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구애하는 '나는 솔로'까지.
 

반대파 : 설렘보다는 사직서를 가슴에 먼저 품어야

사내 연애도 그럴까? 신기하게도, 연애하라고 난리인 이 사회에서 유독 사내 연애만큼은 말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 말라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회사'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성 탓이다. 사랑만으로도 벅찬 '너와 나' 사이에 직급과 연차까지 끼어들면 문제는 복잡해지기 마련이니까. 일로도 엮여있는데 감정까지 엮이면 그야말로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가 될 확률도 높다. 심지어 그렇게 엉킬 대로 엉킨 실타래를 신나게 갖고 노는 건 주변의 동료들이다.

사생활은 알지도 못하는 연예인들의 연애가 흐릿한 사진으로 실린 디스패치만 봐도 눈에 불을 켜는 한국인들에게 주변인들의 연애란 너무나도 씹기 좋은 안줏거리나 마찬가지라서, 사내 연애를 하는 사람은 애인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

그런데 그 눈치는 주변 사람들도 본다. 공과 사 구분을 못 하는 커플들을 볼 때, 이별 후 미묘해진 둘 사이에 낀 동료가 됐을 때의 피곤함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사내 연애는 주변인들까지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만들기에, 할 거면 퇴사할 각오로 하라는 조언도 부지기수다. 연애 한 번 하겠다고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찬성파 : 사내 연애는 지옥 속에서 핀 꽃이 아닐까?

그래도 하는 사람은 다 하는 게 또 사내 연애다. 사내 연애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한결같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남의 눈치 보지 말라는 것. 잘 되면 좋고 헤어지면 만다는, 굉장히 초연한 태도다. 사내 연애를 가로막는 장벽들을 헤쳐 나갈 구체적인 방식이나 이별 후의 대처법은 차후 문제다. 헤어지면 출근길이 지옥길이 된다고들 하지만, 연애하기 전에도 회사는 지옥이었고 솔로도 지옥이라며?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게 사내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인생관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사내 연애의 대가를 하나하나 따져봤자 무용지물이다. 애초에 연애할 때 결말을 생각하며 고백하는 사람이 있을까? 결혼 역시 무작정 해피엔딩인 것도 아닌데. 잃는다고 생각하고 주식을 사는 사람이 없듯, 내 사랑은 언제나 우상향일 거라는 믿음으로 시작하는 게 연애다. 학연, 지연, 혈연, 우연까지 다 동원해도 마음에 드는 인연을 만들기 힘든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축복 아닌가! 사내 연애도 회사에서 시작된 사랑일 뿐, 마찬가지다.
 

모 아니면 도! 윷을 던져야 판이 시작된다

사내 연애는 모 아니면 도다. 윷 4개가 전부 뒤집어지지 않으면 모지만, 하나만 뒤집어져도 도다. 단 하나의 차이만으로도 판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게 바로 사내 연애란 뜻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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