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이 현실로?…‘견인 광선’ 쏴 우주쓰레기 치우는 기술 초읽기

이정호 기자 2023. 6. 8. 12: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연구진, 정전기 이용한 광선 개발 중
수t짜리 대형위성 끌어당겨 폐기
5~10년 내 시제품 발사 가능 전망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의 암흑물질을 연구하기 위해 설치된 ‘알파자기분광계(AMS)’의 부품이 지구 궤도를 떠돌고 있다. 2019년 AMS 수리 중 분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견인용 인공위성이 쏜 정전기를 이용한 광선이 눈에 보이지 않는 끈 역할을 하며 우주쓰레기를 끌어당긴다. 우주쓰레기를 먼 우주에 버리면 ‘청소’ 임무는 끝난다. 미 콜로라도 볼더대 제공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튼튼한 밧줄 역할을 하는 이른바 ‘견인 광선’으로 우주쓰레기를 끌어당겨 버리는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기술은 그동안 공상과학(SF)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최근 우주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구 주변 궤도에서 사용할 만한 실전 청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과학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은 7일(현지시간)은 미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진이 최근 전기적인 힘으로 만든 일종의 끈을 이용해 버려진 위성 등 우주쓰레기를 안전한 곳으로 끌고 가 폐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견인 광선은 ‘스타 트렉’ 같은 SF영화에서 볼 수 있다. 우주에서 고장 난 아군 함선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킬 때 사용한다. 당연히 현재는 상상 속 개념이다.

연구진은 이런 상상을 현실 앞에 끌어다 놓았다.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우주쓰레기는 최근 인간의 우주 진출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쓰레기는 지름 10㎝ 이상만 추려도 3만4000개이다. 여기에는 수명을 다한 수천기의 위성이 포함된다.

연구진이 우주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사용한 견인 능력의 원천은 ‘정전기’다. 풍선에 문지른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원리다. 우주쓰레기를 포착한 견인용 인공위성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우주쓰레기를 향해 정전기 광선을 쏘는 것이다. 사거리는 15~27m다.

이 광선은 양전하를 띠는데, 우주쓰레기에 명중되면 음전하를 동시에 생성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질의 전하를 만들어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끌어당기는 듯한 효과를 낸다. 견인용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가 단단히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뒤 견인용 인공위성이 지구로부터 먼 곳을 향해 우주쓰레기를 끌고 가서 버리면 ‘청소’ 작업은 끝난다. 수t짜리 무거운 물체도 얼마든지 끌어당길 수 있다.

지금까지 세계 과학계에서 고안된 비슷한 목적의 기술은 대개 청소를 하려는 인공위성이 우주쓰레기에 접근한 뒤 작살이나 그물을 쏴 포획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을 쓰려면 우주쓰레기와 청소 위성이 물리적으로 직접 닿아야 한다.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진은 광선을 이용한 비접촉 방식을 고안해 우주쓰레기를 치우는 방법을 다양화했다. 특히 광선은 우주쓰레기를 향해 여러 번 발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회용이라는 뜻이다.

작살 투척과 같은 기존 우주쓰레기 처리 방식은 대개 일회용이다. 연구진은 콜로라도 볼더대 공식자료를 통해 “최대 수십개의 우주쓰레기를 치우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번 기술의 탁월한 우주쓰레기 견인 능력은 향후 군사적으로 주목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주쓰레기 대신 적국의 정찰 위성 등을 끌어당기는 데 활용될 공산이 있다는 뜻이다. 현재도 미국은 중국이 개발 중인 각종 우주쓰레기 처리 위성의 움직임과 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한계도 있다. 현재 추진 기술로는 우주쓰레기를 끌고 2~3개월 쉬지 않고 움직여도 우주에서 이동거리가 320㎞에 그친다. 연구진은 “적절한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5~10년 안에 시제품을 우주에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