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혼자 알을 낳았다…악어 단성생식 사례 첫 발견
스트레스·멸종위기 때 발생 추정
암컷 악어가 수컷과의 접촉 없이 임신해 알을 낳은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7일(현지시간)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렙틸라니아 동물원의 한 암컷 악어가 2018년 1월 알 14개를 낳았다.
아메리카악어에 속하는 이 악어는 2살 때 포획돼 동물원으로 옮겨진 뒤 16년 동안 다른 악어들과 접촉 없이 지냈다. 그런데 18살이 되는 해 혼자 알을 낳은 것이다. 알 가운데 하나는 완전한 형태를 갖춘 새끼가 자라고 있었으나 부화하지는 못했다.
동물원은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단성생식을 11년 동안 연구한 미국 버지니아 공대 워런 부스 박사에게 분석을 맡겼다. 단성생식은 암컷이 수정 과정 없이 배아를 형성시키는 방식을 뜻한다. ‘처녀 생식’이라고도 불린다.
부스 박사는 심장과 피부 조직 등을 분석한 결과 죽은 새끼는 유전적으로 어미 악어와 99.9% 일치했으며, 어미를 임신시킨 수컷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악어의 단성생식 사례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부스 박사는 단성생식은 종종 일어나는 현상이며 상어, 새, 뱀, 도마뱀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BBC에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애완 뱀을 기르면서부터 단성생식에 대한 보고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파충류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악어를 기르진 않는다”고 말했다. 악어류의 단성생식이 이제서야 발견된 이유는 사람들이 사례를 찾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단성생식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짝짓기 상대 부족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할 때 나타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부스 박사는 단성생식이 조류나 파충류의 매우 다양한 종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과거 공룡이 단성생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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