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범죄 87%가 집유·무죄... 대만은 간첩죄, 美는 최대 405개월형
전경련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전경련은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의 해외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는데 비해, 기술유출 시 실제 처벌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①법정형 대비 약한 수준의 양형기준, ②악용될 소지가 큰 형의 감경요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은 산업기술보호법에 기술의 해외 유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의 경우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병과하고, 그 외 산업기술의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이밖에 부정경쟁방지법, 방위산업기술보호법,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에서도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 수위는 낮다. 지난 5월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 산업기술 해외 유출 건수는 총 93건으로 월평균 1.6건의 기술 유출 사건이 있었다. 전경련이 대법원 사법연감에 나온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33건을 따로 검토한 결과, 무죄(60.6%) 또는 집행유예(27.2%)가 대부분(87.8%)이었고, 재산형과와 유기징역(실형)은 각각 2건(6.1%)에 그쳤다.
이는 대법원의 양형기준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 법원은 기술유출 사건의 경우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용한다. 기본 징역형은 1년~3년 6개월이며, 가중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 전경련은 “이와 같은 형량이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처벌규정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양형기준을 상향조정하고, 국가핵심기술 등의 유출에 대해 일반적인 영업비밀과 별도의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형기준 상의 감경요소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검찰청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 판결문 60건에 기술된 감경요소 중 형사처벌 전력 없음(32건), 진지한 반성(15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기술유출 범죄는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초범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는 등 현행 감경요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했다.
반도체 경쟁국 대만은 작년 6월8일부터 개정된 국가안전법을 시행해 군사·정치영역이 아닌 경제·산업분야 기술유출도 간첩행위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을 중국·홍콩·마카오 등 해외에 유출하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대만달러 500만 위안 이상 1억 위안(약 4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기술대국인 미국은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형량을 늘릴 수 있다. 기술유출은 기본적으로 6등급의 범죄에 해당돼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할 수 있고, 이 경우 188개월(15년 8개월)에서 최대 405개월(33년 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 국외유출 1건당 평균 피해액(약 2.3억달러)에 미국의 연방 양형기준을 적용한다면, 32등급 범죄행위에 해당돼 121개월(10년 1개월)에서 262개월(21년 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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