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편파·타락 심판 척결할 때

방승배 기자 2023. 6. 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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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심판의 공정성은 생명과도 같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 하나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승패를 뒤집을 수 있다.

심판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스포츠 종목에 판정 시비를 줄이고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보조장치가 도입되고 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라는 큰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심판의 자격 문제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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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정치부 부장

스포츠에서 심판의 공정성은 생명과도 같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 하나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승패를 뒤집을 수 있다. 심판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스포츠 종목에 판정 시비를 줄이고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보조장치가 도입되고 있다. 축구·야구·배구 경기에서 카메라가 찍은 영상으로 경기 과정을 판독하는 VAR(비디오보조심판) 등이 대표적이다. 태권도는 게임화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자호구를 도입했고, 이도 모자라 인공지능(AI)까지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선거의 심판’이다. ‘아빠 찬스’ ‘형님 찬스’로 불리는 특혜 채용 의혹들과 도덕적 해이들이 연일 드러나고 있는 선관위는 스스로 중립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 조직이 곪아 터지는데 ‘내부 고발’ 한번 없었다는 것은 조직 전체가 사실상 ‘한통속’이 된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정하지 않은 심판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한 기관에 감사원 감사 같은 외부 통제를 받게 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이참에 중립적이지 않은 심판 구성을 바꾸는 구조개혁도 함께 논의됐으면 한다. 현재 중앙선관위원은 헌법상 대통령 3명, 국회 3명, 대법원장이 3명 지명하도록 돼 있다. 헌법재판소와 유사하게 외견상으로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분할하는 선관위원 인적 구성을 하고 있지만 대통령과 여당 몫 위원은 사실상 같은 색깔이고, 대법원장도 실상 대통령과 코드를 맞춘 사람이다. ‘임명 방식’으로 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려는 나라는 전 세계 우리나라밖에 없고, 그 효과가 상실된 것을 이미 국민 모두가 눈으로 봐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관례를 깨고 캠프 특보 출신의 조해주 전 선관위 상임위원의 연임을 시도하다 직원 반발에 좌초된 것은 정권이 대놓고 개입한 사례다.

친여 성향의 선관위 인적 구성과 편향성 시비도 전 정부 시절에 가장 심했다. 2021년 4월 보궐선거 당시 선관위는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시민단체 캠페인을 막았다. “이미 유권자가 선거 실시 사유를 잘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들의 성 비위를 연상시키면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란 단어가 특정 정당을 떠올리게 유도한다며 현수막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런 편파 판정들은 선관위가 집권 세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돼야 막을 수 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라는 큰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심판의 자격 문제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검도는 공정성 확보가 안 돼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검도 경기에서는 ‘기(氣·기합)-검(劍·칼)-체(體·몸)’가 일치되고 타격 이후에 기세를 유지하며 방심을 경계하는 ‘존심(잔심)’까지 있어야 점수로 인정받는다.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도, 기준도 없는 요소들이 오로지 고단자인 심판의 경험과 양심에 의해 결정된다. 한마디로 ‘심판 마음대로’다. 지금의 선관위를 개혁하지 않고 선거를 계속하는 것은 검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는 것과 유사하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는 올림픽 경기보다 더 공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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