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피렌체에선 인간 뼈로 체스를 만들었다 [BOOKS]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해나무 펴냄, 2만원
인간이 만들어낸 사물의 재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아마도 ‘뼈’일 것이다. 뼈의 역사는 수백만 년 시간을 넘나들고, 최고(最古)의 동물화석은 무려 ‘5억 살’에 달하기도 한다. 인간은 때로 불가사의했고 때로 경이로웠던 뼈를 섬기거나 장난감 삼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신간 ‘숨겨진 뼈, 드러난 뼈’는 미국 UCLA 교수이자 의사인 저자가 뼈를 통해 역사, 예술, 종교, 질병을 탐구한 책이다. 이를테면 ‘뼈 덕후’인 정형외과 의사가 써내려간 ‘뼈의 일생’이라 할 만하다.
고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은 1970년대 “아와시 계곡은 인류의 기원과 관련된 유골의 보고일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는 계곡이 위치한 에티오피아로 무작정 탐사를 떠났다. 1974년, 조핸슨은 320만년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보존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고대 여성의 뼈를 발견했다. 그 유명한 ‘루시(Lucy)’의 뼈다. 루시는 지금도 세계 모든 자연사박물관에서 복제된 모습으로 수백만 년을 건너 매일 현대인을 만난다.
신앙의 영역에서도 뼈는 중대한 주제였다. 신은 아담의 갈빗대로 하와를 만들었고(창세기 2장) 삼손은 나귀 턱뼈로 1000명을 죽였다(사사기 15장). 멕시코에선 3월에 열리는 ‘죽은 자의 날’ 축제에서 먼저 떠난 친지나 친구를 기억하곤 한다. 이 축제에서 사람들은 뼈로 몸을 치장하거나 뼈 모양 쿠기, 두개골 모양의 캔디를 즐긴다. 뼈는 거창하거나 심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여러 문화권에서 가볍게 소비되기도 했다.
중세 피렌체의 외교관 엠브리아키에게 뼈는 비즈니스였다. 그가 부린 공예가들은 동물 뼈에 형상을 새긴 장식함을 만들어 팔았는데, 그 수준이 매우 정교했다. 엠브리아키의 뼈 장식함이나 뼈 체스판은 요즘에도 미술품 경매시장에 등장한다. 18세기 본차이나 제품은 오븐에서 고온에 구운 후 남은 뼈의 잔해인 골회를 도자기에 배합한 제조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본차이나 식기는 뛰어난 내구성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죽음의 상징인 뼈는 아이들 장난감이 되기도 했다. 단단하고 내구성이 놓았던 뼈는 인형, 회전목마, 썰매, 카약의 재료로 쓰였다. 민속 음악가들은 뼈를 악기로 삼았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바텀은 뼈 연주를 이야기한다. 19세기 화가 윌리엄 시드니 마운트도 ‘뼈 연주자’라는 그림을 남겼다.
골절을 의학적으로 본격 치료하기 시작한 건 20세기 초였다. 당시만 해도 정형외과 의사들은 모두 남자였다. 어긋난 엉덩관절을 바로잡고 단단한 뼈를 ‘망치질’하고 ‘톱질’하려면 육체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뼈가 부러졌을 때 왜 스스로 붙으며 치유되는지, 뢴트겐의 X선 사진이 의학계에 미친 의미가 무엇인지도 책에 설명이 자세하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신혼부부들 많이 몰리겠네…“이 위치와 이 시설에 이 가격이라니” - 매일경제
- “한방에 4억 벌 절호의 기회”...한강 보이는데 9억도 안된다니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한번쯤 고민해본 편의점 사업…20대 점주들의 현실은? - 매일경제
- “성관계 특정 부위 좋아했다”…‘부산 돌려차기’男 전여친 충격폭로 - 매일경제
- 냉장고야, 작품이야?...“4도어 패널 가격만 100만원이래” - 매일경제
- 평범해 보이는데 어떻게 이런 짓을…정유정 고교 졸업사진 공개 - 매일경제
- "중고라도 좋으니 당장 사겠다"…K9 자주포, 이유있는 질주 [사람과 현장] - 매일경제
- 과자왕도 열받은 영양군 옛날 과자…“칼만 안들었지 강도다” - 매일경제
- “여기가 중국?”…댓글창 빼고 채팅창 넣자 다음뉴스 이용자 ‘부글’ - 매일경제
- ‘음주파문’ 김광현·이용찬·정철원, 사회봉사 40~80시간·제재금 300~500만원 징계 (종합2보) -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