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국가시험 거친 관상어 전문 `魚醫`… "물고기카페에 물멍하러 오세요"
수산질병관리원 근무하다 새로운 도전
수원에 카페·물고기병원·질병연구소
학생들에 재능기부·체험교실 계획도
'물고기병원' 개원한 청년창업가 조영삼 원장
가축이나 야생동물의 질병은 수의사들이 치료한다. 그렇다면 양식장의 물고기들이나 관상어들의 질병은 누가 치료할까? 어의(魚醫)가 치료한다.
직업군 분류로는 '수산질병관리사'로, 수산생물의 질병을 진료하고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수산질병관리사는 어류, 갑각류, 패류, 해양포유류 같은 수생동물과 수상식물을 아우르는 수산 생물의 질병 예방과 진료, 치료를 담당하는 국가고시를 거쳐 면허를 발급받는 물고기의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 음식 재료 중 하나인 횟감이나 조개류 등 수산 생물의 질병 혹은 감염은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를 관리하는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관상용 수산물이 늘어나면서 수산생물의 다양한 질병을 진단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관상어들은 대부분 수입하는데, 비싼 어종인 아로와나(과배금용)는 마리 당 100만원을 호가하고 블랙다이아몬드 가오리는 한 쌍에 140만원을 넘나든다. 물론 1000원에서 1500원을 오가는 테트라, 백운산, 생이새우 등 작은 어종도 있다.
경기 수원에서 총면적 150평을 넘는 5층 건물에 물고기병원과 질병연구소 등을 차려 수산생물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조영삼(29·사진) 원장은 청년창업가다.
"사람을 알아보고, 밥을 주러오는구나 정도는 대부분의 어종이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정서적인 교감은 충분히 가능하고 손으로 만지는 핸들링이 가능한 물고기들도 존재하구요." 조 원장은 수원에 개업하기 전 인근 도시에서 1년여 시장 상황을 두드려본 철저한 MZ세대 CEO다. "면허를 취득한 후 제주도 수산질병관리원에 취업해 인근 해역의 대규모 양식장들을 관리했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 신 시장 개척에 눈을 돌려 뭍에 상륙했다.
수산질병관리사로 종사하기 위해서는 수산생물질병관리법에 따라 국가시험을 거쳐 면허를 부여받아야 하는데,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한국해양수산연구원에서 고지하고 있는 대학 또는 학과를 졸업해 학사 학위를 취득해야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2021년에는 48.1%, 2020년에는 56.1%의 합격률로 면허취득이 만만치 않다.
제도가 도입된 지는 20여년이며, 현재 전국에 1000여명이 양식장에 취업 하거나 개업해서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모든 수입수산물 검역에는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최근에는 펫인구 폭증으로 수의사들의 주가가 솟구치고 있는 가운데 '수산질병관리사'가 관상어 등을 케어하는 토털 해양 생태전문가로 떠오르고 있다. 조 원장은 관상어 전문의다.
그는 "시대 패러다임을 반영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한국관상어산업박람회를 비롯한 '돌봄시설', '방과 후 교실' 등 일련의 관상어 문화의 저변 확대는 MZ세대들의 도전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야다. 개척자 정신으로 임하고 있다"며 "물생활 하시는 분들이 더욱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만의 작은 생태계를 열어가는 '수산질병관리사'가 천직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관상어의 질병과 치료예방에서 수족관 관리까지 원스톱 케어를 한다는 특별한 자긍심이 있다"고 했다.
물고기들을 진료하는 첫 단계는 육안으로 어류들의 피맺힘이나 지느러미 꼬리들을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표본(대부분 기생충)을 적출, 현미경 검사 등을 거쳐 진료한다.
새로운 문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관상어 열풍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물론 정부의 종합대책에서도 나타난다.
해양수산부의 '제2차 관상어산업 육성 종합계획(2021~2025)'에 따르면 관상어산업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 고부가가치 혁신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아래 관상어 산업규모를 2025년 6571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 원장은 "관상어가 질병에 결렸을 때 여기 저기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이를 신뢰감을 갖고 치료 예방해주고 싶었다"며 "대부분 집안에서 키우는 물고기들이 시름시름 하다가 죽어도 크게 관심두지 않는데, 생명을 다루는 숭고함을 느낀다"고 물고기 병원 개업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관상어는 타 동물에 비해 이동성이 제한돼 있다 보니 발병하면 전염율이 높아 면밀한 진료가 필요하다"며 "적절한 감수성 테스트를 거쳐 물고기를 입원조치하거나 직접 출장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을 내리기도 하는데 어류 특성상 물고기 병원까지 이동 과정에 물고기가 죽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휴대전화 영상 등을 통해 물고기의 상태를 관찰 진단하는 방법이다.
특히 관상어의 매력에 대해 "작은 어항이라는 생태 공간에서 관상어들이 새끼를 낳고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 또한 생명에 대한 무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힐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관상어 치료뿐만 아니라 철갑상어, 우파루파, 구피, 베타피쉬, 금붕어 등 다양한 어종은 물론이고 어항, 수초, 유목 등 수족관 내부 인테리어 용품도 구비해 관상어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 원장이 운영하는 메디피쉬 물고기병원은 규모가 아주 큰 대형으로 일종의 종합병원급으로 수도권에 메디피쉬 규모의 물고기 병원은 서울에 한 곳 정도 있다.
조 원장의 물고기병원 건물 1층에는 관상어의 자유로운 유영과 '물멍'을 할 수 있는 '물고기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물고기 카페'를 찾는 학생 대다수는 '물고기 사랑꾼'들로 자연친화적인 공간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특히 인근 학교 학생들의 카페 방문이 활성화되고 있어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고 있다.
조 원장은 "앞으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생명의 고귀함을 알리는 재능기부나 체험교실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양식장이나 덩치가 큰 어류에게 투약하는 약품의 용량은 많다. 하지만 관상어 같은 작은 어류들을 치료하는데 투여하는 용량은 당연히 적다. 그런데 현행 약사법은 투약 후 남은 대용량의 약품을 폐기 시켜야만 하는 어려움이 아쉽다"고 했다.
조 원장은 "생물을 처음 입수할 시, 온도변화와 물의 변화의 차이를 대처하기 위해 온도맞댐, 물맞댐 등의 과정을 꼭 거쳐야 안전하게 생물을 입수할 수 있다"면서 "관상어를 키우는데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으로 '염소'와 '백점병(White Sport)'을 꼽았는데 이 두 가지는 수족관의 물고기 전부를 몰살시키는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질개선제를 비롯해 질병예방제, 보조제 등을 꾸준히 연구 개발해 물고기들의 '건강'과 소비자들의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등 최근 이슈에 대해서는 젊은 청년답게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유해 약품류는 바닷물에 대부분 쉽게 희석되나 방사능 수치는 좀처럼 희석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일 방류가 이뤄진다면 제주를 비롯한 연안 양식장들의 타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5층 건물의 물고기병원 1층 수족관카페와 지하 아쿠아리움은 누구나 언제든 찾아가 쾌적한 '편안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MZ세대가 열어가는 블루오션이다. 조영삼 원장은 취업난에 힘든 같은 세대들에게는 "단순히 돈과 명예만을 위해 원하지 않는 일, 경쟁만 가득한 일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면서 "처음은 금전적으로는 주변 시선 모두 부정적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좋아하고, 일을 할 때 즐거운 일을 찾아 노력하다 보면 충분한 보상과 만족감이 찾아올 거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수원=김춘성기자 kcs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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