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우주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안혜민 기자 입력 2023. 6. 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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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보는 우주 산업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5월 25일에 누리호의 세 번째 발사가 있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났더라고요. 시간은 조금 지났지만, 마부뉴스 피드백에 누리호 관련된 내용을 다뤄보면 좋겠다는 구독자 분의 의견이 들어왔습니다. 마부뉴스가 준비하던 주제 리스트에도 마침 누리호 관련된 내용이 있었던지라, 오늘 마부뉴스는 누리호로 준비해 봤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번 누리호 발사를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지점 혹시 발견한 것 있나요? 그건 바로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발사 준비와 운용 과정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작년 10월 누리호 고도화 사업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성능 고도화 작업에 참여하면서 정부의 로켓 기술 전 과정을 이전받게 되죠. 정부가 주도하던 우주산업이 민간기업으로 옮겨가는 그 첫 발걸음을 이번 발사에서 볼 수 있었어요. 마부뉴스가 집중해 보려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오늘 마부뉴스는 독자 여러분에게 이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해 볼게요.

기업들이 우주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가 뭘까?
 
로켓, 우주발사체, 미사일… 차이점은 뭐지? 간단히 용어 정리부터!

우주로 쏘아 올린 녀석들의 종류가 참 많습니다. 로켓도 있고, 우주발사체라는 표현도 있죠. 이러한 단어들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도록, 용어 정리부터 시작해 볼게요. 일단 로켓, 우주발사체, 미사일 세 단어 중에선 로켓이 가장 큰 개념입니다. 로켓은 기체나 액체같이 흐를 수 있는 물질(유체)을 분출해서 얻는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비행체를 의미하죠. 어렸을 적에 해봤던 물로켓이 로켓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로켓은 물을 분출해서 그 추진력으로 비행하니까, 물+로켓인 거죠.

그리고 이 로켓이라는 개념 안에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의 차이는 뭘까요? 사실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은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뿐 큰 차이는 없다고 봐도 됩니다. 우주발사체는 위성 같은 탑재물을 싣고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운반 수단을 의미합니다. 만약에 위성 대신 포탄의 탄두를 싣게 되면 그 녀석은 탄도 미사일이 되는 거고요. 다만 필요한 기술이 조금씩 다릅니다.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같은 경우엔 우주로 나갔다가 다시 지상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재진입 기술이 필수적인 반면 우주발사체는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지구 곡면과 평행하게 날 수 있는 제어 기술이 필요하죠.
 
 

대한민국 우주발사체의 역사

5월에 발사된 누리호는 우주발사체입니다. 한국의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인만큼 한국형발사체라는 근사한 이름을 달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는 1990년 항공우주연구소가 설립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됐습니다. 초창기 우주발사체들은 KSR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죠. KSR은 Korea Sounding Rocket의 줄임말인데, 번역하면 한국형 과학관측 로켓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옛날에는 해저 지형을 관측하는 데 음파(Sound)를 사용했거든요. 그래서 관측이라는 표현을 쓸 때 sounding이라는 단어를 쓰죠.

1993년 대전 엑스포와 일정을 맞춰서 6월, 9월에 한국형 과학관측 로켓 1호, KSR-I이 발사됐습니다. 두 차례 발사 모두 한 번에 성공했어요. KSR-I은 처음이니만큼 1단형으로 개발됐습니다. 1997년에 발사된 KSR-Ⅱ는 그보다 발전된 2단형으로 개발되었죠. 2002년에 발사한 KSR-Ⅲ은 앞서 발사한 두 발사체와는 다르게 액체연료를 사용했습니다. KSR-Ⅲ 발사까지 성공시키면서 우리나라는 소형위성을 실을 수 있는 발사체 기반 기술을 확보했죠. 이렇게 차근차근 발사체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KSR 계획을 통해 어느 정도 발사체에 대한 기반을 쌓은 다음엔, 우리나라 스스로의 힘으로 우주발사체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름하여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 한국형발사체 계획입니다. 최근에 독자 여러분이 뉴스를 통해 들어온 나로호와 누리호 같은 발사체들이 모두 이 계획의 일환들입니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개발한 KSLV-I, 나로호는 100㎏ 규모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2009년과 2010년의 1차, 2차 발사는 안타깝게도 실패했지만 2013년 3차 발사는 성공! 국내 최초의 위성발사체를 개발했다는 의미가 크지만 러시아와 공동 개발이라는 한계도 있었죠. 하지만 우주 선진국인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발사체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82.4% 정도로 확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KSLV-Ⅱ, 누리호 프로젝트는 외국의 도움 없이 우리나라 자력으로 발사체를 발사해 보겠다는 목표로 진행됐어요. 2021년 1차 시험 발사가 진행됐지만 안타깝게도 완전한 성공에 도달하진 못했죠. 작년에 진행된 2차 시험 발사에선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되면서 1t 이상의 상용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국가 명단에 우리나라의 이름을 당당히 올리게 됐습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EU, 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라는 사실! 그리고 지난달, 실제로 사용할 위성을 태우고 누리호가 발사됐고, 당당히 그 미션을 성공했어요.
 

없는 살림에 해낸 우리나라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개발에 더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건 빠듯한 예산이라는 한계가 있는데도 달성한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정부의 우주개발 예산은 2021년보다 약 19% 증가한 7,340억 원 정도죠. 물론 2022년 예산은 시행계획상의 예산이라 실제 올해 집행 금액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 유념해야 합니다. 7,340억 원이 큰돈이긴 하지만 다른 예산들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많은 수준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예산이냐면 우리나라 R&D 예산 대비 2.46% 정도거든요. GDP 대비 우주산업 예산 비율을 보면 0.035% 수준이고요.
 

2005년부터 2022년까지 대한민국 우주 예산 규모를 그려봤어요. 2000년대 후반엔 2,000억~3,000억 대를 유지하다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계속 예산이 늘어난 게 보일 겁니다. 이때 우주 관련 예산이 확 늘어난 영향으로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R&D 대비 우주 예산의 비율을 살펴보면 그렇게 넉넉한 상황이 아닙니다. 2016년 3.91%를 정점으로 최근까지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다가 2022년에 처음 반등에 성공한 거거든요.

분야별로 살펴보면 앞서 살펴본 우주발사체와 위성 개발 같이 우주기기 제작 분야의 예산이 전체 우주 관련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발사체에 들어가는 돈이 2,144억 원으로 전체의 29% 정도고, 위성 개발이 2,237억 원으로 30% 정도죠. 두 영역 합치면 59% 입니다. 나머지 41%엔 위성 활용이라던가 우주탐사, 우주 개발 관련 생태계 조성 등의 분야가 포함되어 있어요.


다른 나라의 우주 개발 예산과 비교해 보면 훨씬 더 우리나라의 상황을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실제 예산이 집행된 2021년 데이터를 가지고 비교해 볼게요. 데이터는 Euroconsult가 작성한 <Government Space Programs> 보고서를 참조했어요. 보고서에선 전 세계 우주 예산 상위 20개 국가들을 담아두었지만, 마부뉴스에선 1t 이상의 상용 위성을 궤도에 올린 7개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7개국 가운데 가장 우주 예산이 많은 건 단연 미국입니다. 미국의 2021년 우주 예산은 545억 8,900만 달러죠. 우리나라는 가장 규모가 작아요. 6억 7,900만 달러인데, 6위인 인도(19억 6,300만 달러)와도 2.9배나 차이가 납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막대의 크기가 각 국의 우주 예산 규모를 나타냅니다. GDP 대비 우주 산업 비율도 우리나라는 하위권이죠. 러시아(0.24%)가 이 부문에선 미국(0.23%)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0.04%)는 7개국 중 6위입니다. 가장 비율이 낮은 건 GDP 대비 0.01%를 투자하는 EU였고요.

예산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겠죠? 한정된 예산에서 달성한 대단한 성과인 만큼 관련 연구진 모두 박수받아 마땅할 겁니다. 다행히 2023년 우주개발 진흥 시행계획안에 실려있는 2023년 우주 관련 예산이 8,742억 원으로 늘어났더라고요. 여전히 우주 선진국과 비교하기엔 많다고 볼 순 없는 규모이지만 그래도 2016년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 규모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우주 개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우주산업은 거대과학 분야 중 하나입니다. 거대과학은 막대한 예산과 인원, 자원이 들어가는 과학 프로젝트를 뜻합니다. 핵개발이나, 우주 과학, 입자가속기 같은 분야가 거대과학의 대표적인 연구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 우주산업도 과기정통부의 거대공공연구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고요.

거대과학의 특징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그만큼의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실패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위험성도 있죠. 실제로 우주발사체의 첫 발사 실험만 모아보고 성공률을 계산해 보면 27%에 불과합니다. 과거 우주산업 초기에는 냉전이라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막대한 예산이 지원됐어요. 실패하더라도 상대방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미국과 소련, 두 진영이 말 그대로 거대한 자본과 인적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연구가 진행됐죠. 하지만 냉전이 끝난 이후에는 그만큼의 예산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됐고 그러면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민간 자본이었죠.

특히 오바마 정부 들어서 적극적으로 정부기관의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기 시작했어요. NASA 기술에 대한 산학연(산업-학계-연구) 간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기술을 이전하고 민간에 위탁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 시점부터 우주산업 분야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이 확 늘어났습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미국의 우주 로켓 발사의 주축이 바뀌고 있다는 걸 말이죠. 항상 우주 관련된 내용의 중심엔 NASA가 있었다면 어느 순간부터 Space X 같은 민간 기업들의 이름이 더 많이 들리잖아요.


위의 그래프를 보면 2010년대 후반에 급증하는 우주 관련 기업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2015년 한 해에만 1,043개의 기업이 새로 설립될 정도죠. 2000년대 초반 창립된 일론 머스크의 Space X, 제프 베조스의 Blue Origin, 버진 그룹의 Virgin Galactic 등의 기업들은 2010년대부터 NASA와 협력하면서 경쟁력을 높여왔고, 우주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사실 정부 주도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던 과거 우주 산업에선 당연히 보수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혁신성은 떨어지고 급진적인 발전이 나오기 어려웠죠. 하지만 민간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등장했거든요.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재사용 로켓입니다. 우주 개발 역사상 최초로 로켓을 재사용한 Space X의 팰컨9은 6월 7일 기준으로 벌써 163회나 재사용했더라고요. 이 재사용 로켓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되는 발사비용을 줄이면서 우주 산업에서도 효율성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죠.

게다가 우주 산업이 돈이 된다는 지점도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관심이 가는 지점이었어요. 사실 기업들이 기술 이전만으로 기업들이 뛰어들리는 없잖아요? 사업성이 있는지를 하나하나 따지는 게 기업이니까요. 우주산업은 High Risk이지만, 그만큼 High Return이기도 하거든요. 민간 기업이 600억 원짜리 인공위성 한 대를 팔면 이익이 무려 15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익률이 15% 정도 되는 거죠.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차량 부문 영업 이익률이 10% 대니까 6,000만 원 차 2,500대를 팔아야 1대의 인공위성과 이익이 같습니다. 사업성이 보장되자 위성 산업에 뛰어든 민간 업체의 비율도 확 늘었어요. 현재 위성 중 민간에서 운영하는 위성이 전체의 74.2%나 차지할 정도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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