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제처에서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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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주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스포츠의 하나로 족구가 있다.
법제처와 교육부는 새로운 교육과정의 본질이 법령에 반영되면서도 외래어가 아닌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한 끝에 '소단위 전공과정'이라는 용어를 법령에 담고, 과정 이수에 필요한 사항들도 함께 마련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넣어 공포, 시행했다.
수비수로서, 세터로서, 때로는 공격수로서 법제처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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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완규 법제처장 = 생활 주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스포츠의 하나로 족구가 있다. 족구는 네 명이 한 팀을 이뤄 승부를 겨룬다. 수비수는 상대편에서 오는 공을 잘 받아야 하므로 머리와 무릎 아래의 발을 자유자재로 쓸 줄 알아야 한다. 세터는 수비수가 받은 공을 공격수에게 보내주어야 하므로 공을 섬세하게 다룰 줄 아는 기술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공격수는 강하게 힘을 써서 다양한 방향으로 공을 보내야 하기에 빠른 상황판단이 필요하다.
법제처장으로서 1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법제 업무는 족구와 비슷한 점이 많다. 법령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생각하며 법령을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또 법령은 정책이 시행되어야 하는 시기에 딱 맞추어 만들어져야 한다. 시기가 지나면 소용이 없다. 법제처는 헌법에 위반되는 법령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꼼꼼하지만 부지런하게, 법령을 만들고 법령의 의미를 해석하며, 법령을 다듬어 고쳐 실질적 법치주의를 실행하는 현장이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법령 조문은 제때 제정하거나 개정하여 정책이 국민들의 삶에 안착되어 시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법령을 개정했던 사례들을 살펴보자. 교육부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9학점에서 12학점 정도의 적은 학점으로 다양한 전공 분야의 과목들을 연계하거나 융합한 과정으로서, 외국에서는 ‘나노디그리(Nano Degree)’ 또는 ‘마이크로디그리(Micro Degree)’라고 일컫는 교육과정을 법령에 반영하고 싶어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교육과정이다. 법제처와 교육부는 새로운 교육과정의 본질이 법령에 반영되면서도 외래어가 아닌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한 끝에 ‘소단위 전공과정’이라는 용어를 법령에 담고, 과정 이수에 필요한 사항들도 함께 마련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넣어 공포, 시행했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법령상 근거가 마련된 만큼, 많은 대학들이 소단위 전공과정을 운영하고 학생들의 학습권도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육성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산업체 등과 계약한 학과의 학생 선발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도 개정했다. 대학의 학생 선발과 학과 운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완화된 규정이 문제없이 시행되어야 했다. 법제처는 소관 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계약학과의 학생 정원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사항과 학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 그리고 계약학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담아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법제처는 청년 세대, 한부모가정,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정이 필요한 법령을 찾아 정비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 강화될 수 있도록, 조례에서 법령의 근거 없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발굴해 고쳐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규정들이 앞으로 다시 조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해외법령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수비수로서, 세터로서, 때로는 공격수로서 법제처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한다. 정부 입법을 총괄하는 법제처에서, 법제인으로서 자세를 가다듬는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며 법령 심사, 해석, 정비 등의 법제 업무를 수행하여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가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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