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4억 드는 희귀 혈액질환 치료제…부담 낮춘 시밀러 필수"
삼성바이오에피스·암젠, 솔리리스 시밀러 유럽허가 획득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약과 똑같은 효능을 지녔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비싼 약 값에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국가 재정도 보다 튼튼히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7일(현지시간 기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발작성 야간 혈색 소뇨증(PNH) 등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제인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가 출격을 앞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PNH는 혈관 내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혈전이 생기고, 야간에 용혈 현상이 생겨 혈색 소변을 보이는 증상을 동반하는 희귀질환이다. 급성 신부전, 폐부전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 당 1~5명 발생한다. 그 동안 미국 알렉시온의 솔리리스가 유일한 치료대안으로 꼽혀왔으나 솔리리스의 유럽 내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해졌다. 지난 4월 암젠(제품명 베켐브), 5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클리)가 잇따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장 교수는 에피스클리 임상 3상 총괄 책임자로 참여했다.
장 교수는 "국내 PNH 환자 450명 중 적극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300명인데 이중 150명(임상 50명 포함)만 치료를 받고 있다"며 "솔리리스란 치료제가 있고 효과도 좋지만 약이 비싸다보니 150명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솔리리스를 활용한 PNH 치료 비용은 환자 1명 당 연간 4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완치가 되진 않아 평생 발생하는 비용이다.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하면 동일한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같은 재정으로도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들을 치료할 수 있단 게 장 교수의 주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웨덴 등 유럽에선 재정 경감 차원에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란 전언이다. 유럽은 한국처럼 사회주의적 의료보험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다. 장 교수는 "스웨덴에선 이전부터 PNH 환자들에 '바이오시밀러가 개발되면 당신은 바이오시밀러를 맞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병원에 두 달에 1번이 아닌 2주에 1번 와야한다'고 안내해왔다"며 "소비자 편익은 줄 수밖에 없지만 같은 약(오리지널 약과 바이오시밀러)이면 정부 예산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웨덴 사례는 알렉시온이 출시한 다른 PNH 치료제 '울토미리스' 투약 환자도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투약 환자로 바꾸겠단 인식을 보여준다. 솔리리스는 투약 주기가 2주에 1번이지만, 울토미리스는 두 달에 1번이다. 알렉시온이 추가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뒤 일부 환자에서 솔리리스에서 울토미리스로 전환이 이뤄졌다. 장 교수는 "울토미리스와 솔리리스는 기술적으로 다른 약이지만 사실상 같은 약"이라며 "솔리리스 투약 환자는 물론, 울토미리스를 맞는 환자들까지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로 처방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바이오시밀러의 효능에 대해서도 거듭 강조했다. 장 교수는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약과 동등한 위치, 동등한 약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약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8일(현지시간 기준)부터 개막하는 EHA(유럽 혈액학회) 2023에서 솔리리스와 에피스클리 간 임상 의학적 동등성을 입증하는 추가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연구는 모델링을 통해 SB12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유효성, 약동학, 약력학 측면에서의 동등성을 추가적으로 입증하고 영향을 주는 인자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 및 2019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PNH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데이터가 활용됐다. 그 결과 SB12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유효성, 약동학, 약력학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희귀질환 치료제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가격을 깎지 않고 보장해준다. 이러지 않으면 기업들이 연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도 PNH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어려운 시도였고 잘한 시도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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