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는 현대차의 ‘정체성’…정의선 “포니 쿠페 복원하겠다”

최우리 2023. 6. 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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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첫 국산차 ‘포니의 시간’ 전시 8월6일까지
포니 해치백·왜건·픽업·쿠페·아이오닉5 전시
포니의 시간 전시 개막행사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가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등 전동화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상황에서 저희는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갖고 나아가야 하는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7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의 시간’ 전시를 둘러본 뒤 열린 개막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의 존재 이유와 지향점을 언급했다. 정 회장은 이어 “도로는 혈관, 자동차는 혈액에 비유하시던 할아버지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정세영 전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을 차례대로 언급했다.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현대차그룹이 전동화·항공·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자동차 포니를 다시 조명하는 것은 기업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서였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 전시된 포니. 최우리 기자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 전시된 포니웨건. 최우리 기자

현대차그룹이 포니에게 갖는 애정은 특별하다. 외국 완성차 회사의 기술제휴로 차를 만들어 팔던 1970년대 한국에서 직접 만든 고유의 자동차이다. 1974년 10월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포니1과 포니쿠페가 선보였다. 포니를 가짐으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9번째, 아시아에서 2번째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자국 브랜드의 고유모델 자동차를 가진 나라가 됐다. 해치백 포니에 이어 왜건, 픽업, 3도어 등 다양한 라인업을 출시되며 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세계 60개국에 수출했다. 포니 관련 과거 도면과 서류, 인터뷰 기록들을 복원한 이상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지류 복원)가 “포니 원본 도면을 받았을 때 훼손이 심했다. ‘유물’의 도면이 왜 이렇게 손상됐나 생각하니 그만큼 많은 용도로 사용됐다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김 교수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시를 위해 포니와 함께 찍은 과거 사진 공모전을 열고 네덜란드에서 포니를 여전히 타고 있는 청년을 인터뷰하는 등 공을 들였다. 포니 차량과 과거 현대차의 기록들은 전시장에 복원했다. 관람객들이 포니 차 문을 열어볼 수도 있다. 포니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포니의 디자인과 느낌을 담아내며 현대차 전동화 모델의 시작으로 꼽히는 아이오닉5도 포니 옆에 전시했다.

전시장은 1970년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고도성장기의 한국의 분위기를 복원하고자 노력했다. 1992년생 키라라 작가가 만든 ‘1980 경음악 큰잔치’라는 음악을 배경으로 당시 인기있던 영화포스터와 포니1보다 기능이 추가된 포니2(1982)도 전시했다. 당시 중소형 아파트 가격(600만원)의 절반을 넘는 포니2(324만원)를 구매한다는 것은 중산층의 상징이었다. 나라도 성장하고 개인도 성장했던 당시를 재현하면서 국산차 포니가 1980년대 국내 자동차 시장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있던 당시 상황, 국내 유일 세계적 완성차 기업 이미지를 강조했다. 지성원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은 “포니를 알고 있는 분들에게는 추억과 향수. 포니와 관련한 추억이 없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공감대 형성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왼쪽에서 다섯번째)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왼쪽에서 여섯번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무대 위 김상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오른쪽 첫번째), 김범상 전시기획사 피크닉 대표(가운데), 지성원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의 대화를 듣고 있다. 최우리 기자

이날 행사는 과거와 현재의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을 위한 자리이자 미래를 짚어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정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사장 오른쪽에는 1970년대 국내 자동차 수요 전망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한 김뇌명씨, 완성차 주·단조 공장 설립과 생산기술을 국내에 도입한 이수일씨, 포니 차체 1호 생산현장에 있었던 서창명씨와 파라과이·영국 등 초창기 해외딜러들이 앉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장들과 모빌리티·스타트업 기업 대표들도 현장에 초대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지금 우리는 과도기이다. 스스로 정체성을 알고 회사의 뿌리를 상기시켜보고 우리의 선배들이 놀라운 이야기를 되새겨보는 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포니가 출시됐던 1974년을 기념해 엔(N)시리즈 컨셉트카인 ‘엔비전74’도 전시장 3층 중앙에 전시해두었다.

정 회장은 이날 포니 쿠페 복원 의지를 다시 언급했다. 다른 차 복원 계획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 회장은 “포니 쿠페 복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포니 쿠페를 복원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만나 당시 컨셉트카에 그쳤던 ‘포니 쿠페’ 대량 생산에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또 기아가 만든 자동차를 복원할 계획에 대해서도 “삼륜차도 있고 브리사도 있다. (일정 등은) 검토해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과거부터 축적해온 경험적·정신적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의 유산을 정리하고 계승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포니 개발, 생산, 수출했던 자료를 아카이빙하는 과정에서 오늘날 현대차와 한국이 있기까지 선배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포니의 시간은 이달 9일부터 8월6일까지 서울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다.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포니 쿠페. 최우리 기자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N비전74. 최우리 기자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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