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해진 영향력 바탕으로 제품 기획, 마케팅까지 적극 참여하는 소비자들
최근 식음료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초개인화 시대의 개인 취향과 니즈가 점차 세분화됨에 따라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들은 새로운 소비 흐름을 주도하는 것보다 역으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트렌드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반응이다. 소비자의 요청에 응할 때 상품의 매출은 물론 브랜드의 성패까지 좌우되기도 한다.
이전과 달리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화되고, 참여와 소통을 좋아하는 MZ세대가 주 소비층이 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거나 기획∙제작∙유통 과정에 참여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일컬어 ‘팬슈머’라고 부른다. 팬(F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팬슈머는 기업과 동등한 존재가 되어 소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 광동제약은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을 새 모델로 ‘비타500 제로’ 광고를 공개했다. 메가존 계열 종합광고회사 펜타클이 제작한 신규 캠페인은 세련되고 당당한 이미지의 르세라핌이 건강 음료와 제격이라는 평가와 함께 3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350만 회를 돌파했다. 뜨거운 반응 속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서 에디션 패키지를 출시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열띤 요청이었다.
르세라핌 팬덤을 중심으로 시작된 요청이었으나 광동제약은 팬덤의 의견을 반영해 멤버별 이미지가 담긴 한정판 에디션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에 앞서 에디션 출시를 위해 자사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8천 개 및 댓글 300개 이벤트’를 진행했다. 팬슈머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7시간 만에 목표치를 달성했다. 광동제약은 소비자이기도 한 팬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과정을 통해 기업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브랜드에 충성하는 팬슈머가 되도록 한 것이다.
한정판 패키지 출시 이후 병 라벨이 잘 안 떼어져 아쉽다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이어지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이를 재빠르게 반영하여 르세라핌 스티커를 스페셜 굿즈로 곧바로 출시했다. 스티커는 출시하자마자 품절 대란을 일으켜 2차 판매하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팬십과 대중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소통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외에도 팬슈머의 영향력은 다양한 제품 기획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과거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탕면’이 있다. 지난 2016년 처음 출시된 불닭볶음탕면은 오리지날 불닭볶음면이나 까르보 불닭볶음면에 비해 인기가 저조하여 지난해 단종되었다. 그러나 단종 이후 불닭볶음탕면의 마늘 풍미와 걸쭉한 국물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되었고, 수출 제품을 역직구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공식 홈페이지에 재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 문의 글만 1천 건을 넘으면서 삼양식품은 재판매를 결정하게 됐다.
단종한 지 8년 만에 재출시한 제품도 있다. 바로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립파이’의 후속 제품인 ‘립파이 초코’다. 이 제품은 2015년 단종됐지만 재출시에 대한 지속적인 문의가 있었고 롯데웰푸드는 맛과 품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립파이 초코를 최근에 새롭게 선보였다.
식음료업계에서는 기존 제품의 특장점을 살리되 팬슈머의 의견을 반영한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위험성이 큰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실패 위험은 줄이면서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지난달 기존 컵누들 소컵보다 중량을 1.6배 늘린 ‘컵누들 큰컵’을 출시했다. 그동안 SNS 등을 통해 컵누들을 더욱 많은 양으로 든든하게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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