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감독 “‘차정숙’다운 엔딩, 불륜미화 NO..로이킴 결말? 나도 섭섭”[인터뷰②]

김나연 2023. 6. 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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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나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닥터 차정숙’ 김대진 감독이 결말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최근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종영을 맞아 연출을 맡은 김대진 감독의 인터뷰가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진행됐다.

앞서 지난 4일 방송된 ‘닥터 차정숙’의 최종회에서 차정숙(엄정화 분)은 서인호(김병철 분)와 이혼한 후 그의 간을 이식받았다. 이후 서인호는 병원장이 됐고, 차정숙은 로이킴(민우혁 분)의 마음도 거절한 채 자신의 이름을 건 병원을 열며 완전한 독립을 이뤄냈다.

다만 엔딩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불륜 캐릭터였던 서인호의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김대진 감독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무조건 이런 캐릭터는 파멸하고 망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차정숙’의 톤을 생각하면 현재 엔딩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인호가 병원장이 되든 안 되든 파멸하고, 정숙이가 벌을 줬건 안 줬건 복수를 했다면 정숙이가 배를 타고 햇살을 맞으며 웃는 장면을 보면서 편하고 마음 따뜻해졌을 수 있었을까 싶다”며 현재의 엔딩이 가장 ‘닥터 차정숙’에 걸맞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병원장은 허울에 불과하다. 그럼 뭐 하나, 가족이 없는데. 두 여자한테 다 선택도 못 받고. 남은 건 썰렁한 병원장실에서 눈물 흘리며 지난 날을 돌아보는 것 뿐이지 않나. 그게 ‘차정숙’의 엔딩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그 엔딩도 대본이 늦게 나온 게 아니라 빨리 탈고 돼서 작가님과 미리 맞춰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본을 맡은 정여랑 작가와 엔딩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김대진 감독은 “처음 작가님과 만났을 때 대본이 6개가 있었다. 장면마다 의미가 뭐인지 쭉 끝까지 대화를 했다. 작가님은 짜증났을 수도 있겠지만, 그걸 알아야 오해가 없고 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며 “그러다 엔딩을 물었을 때, 보통 대답을 못하는 작가분들도 많은데 (정여랑 작가는) 엔딩을 분명히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닥터 차정숙’은 차정숙이 자신의 정체성, 삶을 찾는 이야기다. 승희, 인호도 여러가지 있었지만 각자의 삶을 찾아간다. 작가님이 착하신 분이라 누구를 추락시키거나 나쁘게 만들지 않는다. 다만 그 서사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택한게 당사자가 아니라 아이들끼리 싸우게 한다거나, 인호가 환자 보호자에게 침을 맞는다거나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빗겨나가서 표현하는 게 ‘닥터 차정숙’의 톤 앤 매너지 않나. 파멸하고 머리채 잡고 끝까지 갈 수 있는 드라마도 아니고, 그런 장면을 배우들한테 시키기도 싫었다. 그래서 엔딩을 듣고 ‘괜찮겠다’, ‘잘 생각하셨다’는 게 제 반응이었다”며 “작가님이 엔딩까지 가는 과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다. 저는 엔딩을 처음부터 알고있었다 보니 연출에 대한 준비를 잘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부 시청자들의 불호 반응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김대진 감독은 “서운함보다는 드라마라는게 내보낸 후에는 시청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청률도 의도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시청자들이 만들어주는 거니까. 우리는 ‘배를 타고 앞으로 나가가는 장면에 음악을 깔면 감동이겠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구나’, ‘이런 해석도 가능했겠구나’ 싶더라”며 “조금 서운한 건, 처음엔 사이다라고 했던 사람들이 확 돌아서는걸 보며 시청자분들이 민감하고 칼같다는 걸 느꼈다. 너무 정확히 봐주시니 앞으로 만들 때 더 생각을 많이 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대진 감독은 “그동안 많은 시청자들이 많은 드라마를 보며 클리셰나 선입견을 갖고 있구나 싶었다. 예를들면 은서(소아린 분)가 승희와 인호의 딸이라는걸 저희는 계속 알려주고 있는데 시청자들은 못 받아들이더. 우리는 그걸 혼란 시킬 생각도 없었고, 드러내놓고 갔는데 왈가왈부 되고 2, 3회가 지나도 계속 그 얘기를 하고 있더라.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동안 드라마를 봐오면서 학습된 것이라는 걸 느꼈다. 그런 드라마도 있지만 우리 드라마는 그런 걸 보여주고자 했던 드라마는 아니다. 그런 부분에 많이 놀랐고, 또 한편으로 여러 생각 하게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특히 ‘불륜 미화’ 의혹에 대해 김대진 감독은 “처음 작가님이 관계자들한테 대본을 읽혔을 때 다들 ‘불륜드라마 아니냐’고 해서 서운하다는 얘기를 했다. 불륜 소재가 들어는 가는데 작가는 그걸 정통으로 다룰 생각 없었고 장치 중 하나로 생각했다. 정숙이가 결국 간이식 받고 새 삶과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가 큰 틀인데, 결국 장해물을 넘어서 목적을 성취하는 내용이다. 그 장해 중 하나가 남편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코드를 넣는 순간 모두에게 강렬하게 보인다는 걸 알기때문에 작가님도 걱정이 많았다. 어차피 그 소재를 가지고 ‘부부의 세계’처럼 갈 엄두도 안 나고 그런 목적도 아니었다. 불륜이라는 불쾌한 소재가 있는걸 알기때문에 너무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불편하지 않게 가고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작가님도 한 신 진지하고 슬프면 한신은 웃기고 이렇게 배치했다. 그걸 넘나드는게 연출의 몫인데, 김병철 배우가 너무 잘해줬다. 역량이 뛰어나서 캐릭터를 끌어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분들은 좋아했지만, 그 반면 (불륜 캐릭터가) 너무 미화되는 건 아니냐는 얘기를 한 것 같다”며 “정면으로 불륜 이야기를 담아서 파멸시키는 것보다는, 어려움을 넘어서 내 삶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그 사람도 삶이 있을텐데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를 보여주면 의미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무리는 ‘차정숙’의 톤 앤 매너에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차정숙과 이어지지 못한 로이킴이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장면에 대해서는 김대진 감독 역시 “저도 섭섭했다”고 시청자들의 반응에 공감했다. 그는 “작가님하고도 수정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굳이 로이킴에 여자친구를 만들어 준 이유가 있냐고 했더니, 어차피 작가님은 차정숙과 로이킴을 연결할 생각이 없었다. ‘차정숙’은 남자로부터 독립해서 자기 삶을 찾는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해도 로이킴을 판타지 영역으로 봐왔는데, 다른 사람에게 곁을 내 주지 않아도 괜찮지 않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작가님 생각은 로이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한국에 왔는데 정숙이를 보고 마음이 갔고, 거기에는 어느 정도 부족했던 모성을 채우려는 욕구가 있었다. 이후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 정숙이로 인해 마음이 많이 치료된 거다. 그렇다면 혼자 보다는 로이 역시 마음이 치유돼서 다른 사람과 시작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런 면에서는 수긍이 되더라. 다만 저 역시 로이가 혼자 남길 바랐다. 민우혁 씨랑도 항상 ‘그럼 뭐 해, 딴 여자 만나는데’라는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다”며 “민우혁 씨는 (엔딩 장면이) 싫다면서도 너무 다정하게 잘 하더라. 얼른 컷 시키고 넘어갔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강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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