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내조로, 정치적 스피커로… 美대선만큼 뜨거운 ‘배우자 전쟁’[Global Focus]

김선영 기자 2023. 6. 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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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퍼스트레이디 후보 경쟁도 서막
‘일하는 여성상’ 강조하는 질
통합·지속 가능성 메시지 주력
“트럼프는 나의 지지받고 있다”
멜라니아, 침묵깨고 지원 행보
케이시, 디샌티스뒤 실세 소문
펜스 부인 캐런, 중년여성 표심
헤일리 前유엔대사 남편 마이클
부인 당선땐 첫 퍼스트 젠틀맨
그래픽 = 권호영 기자

미국 대통령 대선 선거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미국 퍼스트레이디 후보들 간의 경쟁도 함께 막을 올렸다. 퍼스트레이디가 어떤 이미지로 활동을 하느냐가 남편의 대통령 당선 여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퍼스트레이디 후보들의 정치적 행보는 대선 후보의 정치적 방향성과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전 TV 앵커·현직 군인… ‘얼굴 도장 찍기’ 나선 신흥 후보 배우자들

인지도가 낮은 후보의 배우자들은 ‘얼굴 도장 찍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미국 공화당 잠룡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부인 케이시 디샌티스는 남편의 정치 고문으로 활발한 외부활동을 하고 있다. 세 자녀의 어머니인 그는 수년 동안 플로리다에서 TV 기자로 활동하다가 2006년 골프연습장에서 남편을 만나 2009년 디즈니월드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케이시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최종 병기’로 불리는데, 특히 유방암 진단을 받은 지 5개월 만인 2022년 3월 남편의 선거 유세를 돕는 강단을 보였다. 그는 연설에서 “남편은 내가 병과 싸울 힘이 없을 때, 나를 위해 싸웠다”고 말하며 디샌티스의 이미지 메이킹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아내의 이런 활약 덕에 지난해 11월 재선에 가볍게 성공했다.

하지만 케이시는 남편의 정치 참모를 넘어 사실상 주지사 업무까지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케이시는 디샌티스보다 편집증이 심하다”며 “그녀는 왕관 뒤 숨은 권력”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케이시는 플로리다 주 청사에 주지사 비서실보다 더 큰 규모의 사무실을 설치하고 행정 업무를 보고 있다. 한 평론가는 케이시가 남편을 조종한다며 그를 ‘레이디 맥베스’라고 평하기도 했다.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펜스룰로 유명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아내 캐런 펜스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미국 보수층의 표심을 다잡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교 동창과 이혼하고 초등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교회에서 펜스 전 부통령을 만난 뒤, 그의 청혼을 기다리며 ‘Yes’라고 적힌 십자가 금 펜던트를 만들어서 지니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펜스 전 부통령과 1985년 결혼한 후 1남 2녀를 두고 있는 캐런은 늘 웃는 얼굴로 자녀들을 데리고 남편의 유세현장에 따라다녀 미국 중년 여성층에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캐런은 지난 2016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내인 멜라니아와 식사를 한 뒤 호평을 받아, 남편을 부통령으로 만드는 데 공헌했다. 하지만 캐런은 성소수자(LGBT) 학생을 거부하는 학교의 교사로 일해 ‘동성애 혐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남편인 마이클 헤일리는 군인이다. 지난 2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방위군은 헤일리 소령이 아프리카에 1년간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에 헤일리 전 대사는 AP에 성명을 보내 “사랑하는 가족이 (국가의) 부름을 받았을 때 개인적인 희생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면서 “마이클과 그의 전우들이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밝혔다.

아내가 대통령이 되면 헤일리 소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 ‘퍼스트 젠틀맨’이 된다. 헤일리 소령은 아내가 2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선거 운동 행사에 끊임없이 참석하는 등 ‘외조왕’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4일 아이오와주 자선 행사에 참석한 니키 헤일리(오른쪽)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남편 마이클 헤일리 소령. 니키 헤일리 트위터 캡처

◇일하는 여성상 강조·그림자 지원… ‘정치적 입’ 역할 등 노련한 전·현 대통령 배우자들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 후보들의 아내는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하게 남편의 ‘정치적 입’ 역할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내 질 바이든 여사는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2년제)의 영작문 교수로 ‘일하는 영부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현재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에도 퍼스트레이디가 아니라 ‘질 바이든 박사(Dr)’로 소개되는 등, 여성의 사회 진출과 역할에 대해 강조해왔다. 바이든 여사는 지난 대선 때도 조지아·텍사스 등 남부의 공화당 텃밭을 혼자 돌며 지원유세를 했고, 남편에게 달려드는 여성을 온몸으로 막아내 ‘최고의 보디가드’란 평을 받기도 했다.

질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저울질하던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남편이 재선 출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바이든 재선론’에 앞장섰다. 질 여사는 ‘패션 정치’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2021년 4월 남편 대통령 취임식 때는 미국 주와 영토를 상징하는 51개 꽃이 새겨진 드레스를 착용해 ‘통합’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고, 지난 5월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에선 손녀와 우크라이나 국기 색을 연상케 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의상을 입고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반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남편 재임 기간 ‘그림자 영부인’으로 불렸다. 그는 남편의 백악관 입성 6개월 뒤에 백악관에 들어가는 등 남편의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남편의 대선 캠페인 행사에 줄곧 불참하는 등 소극적인 행보로 ‘불화설’을 키웠다.

하지만 멜라니아는 5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년 간의 침묵을 깨고 “남편은 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재선 도전을 강력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이 또다시 영부인이 된다는 것은 “특권”이라면서 “남편이 이긴다면 내가 항상 해왔던 것처럼 아이들의 복지와 발전을 우선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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