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갤로퍼 등 클래식카 복원… ‘과거’를 ‘미래’로 바꾼 사내 스타트업[창의적 기업 문화가 경쟁력이다]

이근홍 기자 2023. 6. 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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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적 기업 문화가 경쟁력이다 - (4) 현대자동차
‘제로원 컴퍼니빌더’ 운영
번뜩이는 아이디어 선정
개발비 등 최대 3억 지원
설립이래 76개 선발·육성
올해까지 30개 독립 분사
외부 스타트업과 협업도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공유 오피스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팀원들이 클래식카 사이드미러 복원을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유 오피스.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팀들이 삼삼오오 회의실에 모여 분주히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있었다. 정해진 업무가 아닌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모여있는 만큼 사무실에서는 자유분방함과 함께 ‘뭔가 보여주겠다’는 직원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분사를 목표로 사업화가 논의되고 있는 아이디어는 다양했다. 폐배터리 재활용부터 미래 모빌리티 관련 기술까지 아이디어에는 제약도, 한계도 없었다.

현재 클래식카 복원 사업을 준비 중인 원명원 현대차그룹 H스타트업팀 연구원은 “얼마 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대차 갤로퍼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때 우리 팀도 참여했다”며 “국산 완성차가 역사를 쌓으면서 시장에서는 클래식카 복원에 대한 요구가 생각 이상으로 많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원 연구원은 “포니부터 시작해 ‘각 그랜저’, 다이너스티 등 현대차 올드카의 헤리티지(유산)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고객이 많다”며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차량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국내 자동차 문화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창의적 기업 문화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아이디어를 거리낌 없이 개진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2021년부터는 프로그램 명칭을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바꾸고 기존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운영해오던 ‘제로원’ 브랜드와 통합해 자동차 위주에서 다양한 분야로 사업 선발 범위를 넓혔다.

현대차그룹은 제로원 컴퍼니빌더 참가자를 선발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공모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류, 인터뷰, 워크숍, 발표순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선발된 업체에는 1년간 제품·서비스 개발 및 사업화 기회와 함께 최대 3억 원의 개발비용을 지원한다. 1년 후에는 사업성, 재무계획, 창업 의지 등을 심의하고 분사 또는 사내사업화 여부를 결정한다.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분사 후 3년까지 재입사 기회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사내 스타트업 분사 후에도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사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제로원을 통해 사업 개발 및 확장, 운용 자금 마련, 해외 진출 등을 돕고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팀원들이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를 위해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문호남 기자

올해도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개발하고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빈’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공간별 맞춤 음악을 선정하고 재생하는 서비스인 ‘어플레이즈’ △물류업체 간 선박 적재 공간 실시간 공유·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서프컴퍼니’ △차량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차량 부품 수명과 유지비 예측 솔루션을 제공하는 ‘카레딧’ 등을 분사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이 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76개 팀을 선발·육성했고 올해까지 30개 기업을 독립 분사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업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제로원 액셀러레이터’는 현대차그룹 소속 현업팀이 직접 발제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우수한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해 공동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혁신 기술의 전략적 활용 가능성을 검증·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으로 현업 팀들이 스타트업과 협업을 희망하는 프로젝트 내용을 발제하고 선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과 회사 간 경계를 넘어 기술 개발에 대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차량 적용 기술(4건), 탑승자 경험 향상 기술(5건), 모빌리티 서비스(4건), 건축물 관리 솔루션(4건), 로보틱스(5건), 스마트 팩토리(1건), 메타버스(3건) 등 7가지 주제 총 26건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법인 설립이 완료된 스타트업에 한해 지원 자격이 주어지고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은 프로젝트 개발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현대차그룹이 운용하는 제로원 펀드의 지분 투자 검토 대상으로도 선정된다.

2018년 출범한 제로원 액셀러레이터에는 현재까지 현대차그룹 내 11개 그룹사, 150개 팀이 참여했다. 스타트업의 경우 총 140개사가 선정돼 107건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지분투자가 이뤄진 곳도 74개사에 달한다.

노현석 현대차그룹 H스타트업팀 팀장은 “전기차 시장 활성화와 함께 최근에는 전동화 관련 사업 아이템이 다수 제안되고 있다”며 “사내 스타트업은 육성 단계부터 현업 조직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그룹 전체 신사업 구도를 구축하는데 있어서도 ‘솔루션 제공자’ 역할을 톡톡히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노 팀장은 “사내 스타트업을 운영하면 유망 신사업 분야에 대한 이해와 사업화 가능성 등을 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 활동과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배터리 표준화 모듈 등 우수 아이디어 발굴… 전기차 핵심기술 적용

매년 사내 특허 경진대회
‘H-온드림’으론 창업지원

현대자동차·기아는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진을 장려하고,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할 우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사내 특허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16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우수 특허 개발자들을 선정해 포상하는 ‘2023 발명의 날’ 이벤트(사진)를 진행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에서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 8건의 특허가 최종 결선에 올랐고, 그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수소를 생산하는 음이온 교환막 금속 수계 전지 시스템(이윤수 책임연구원) △안정성이 높은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최선호 책임연구원) 등 2건의 특허가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현대차·기아는 사내 발명자, 특허담당자, 전문 특허사무소가 협업해 미래 기술 분야 특허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i-LAB’도 운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해 운영된 총 142개의 i-LAB 활동 중 환경차용 맞춤형 제어기술과 자율주행 인지기술 포트폴리오가 우수 사례로 선정돼 포상을 받았다.

발명의 날을 통해 선정된 현대차·기아 임직원의 아이디어는 실제 상품화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우수상에 뽑힌 배터리 표준화 모듈 체결 구조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 반영됐고, 지난해 우수 i-LAB으로 선정된 사운드 기반 감성 케어솔루션 포트폴리오는 주요 전기차의 가상 주행 사운드 개발 과정에서 핵심 기술로 적용됐다.

현대차그룹은 인재 육성과 발굴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정몽구 재단은 2012년부터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를 통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예비 창업∼법인 3년 차 스타트업의 시장 검증을 지원하는 ‘H-온드림 A’ 트랙 △연 매출 1억 원 이상 스타트업의 성장 가속화를 지원하는 ‘H-온드림 B’ 트랙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H-온드림 C’ 트랙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과 재단이 지난해까지 지원한 창업 팀은 총 294개, 누적 창출된 일자리는 5195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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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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