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 자산관리 노하우(1)_노후 생활은 현금으로 하지 벽돌로 할 수 없다

서울문화사 2023. 6. 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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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부자도 벼락거지도 없어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생애주기 자산관리가 뜬다. 김진영 밸런스자산연구소 대표에게 자산관리와 노후 준비에 대해 들었다.

나이대별 자산 관리 핵심 포인트&
각종 저축과 보험, 국민연금 등에 관한 모든 궁금증

코로나19 시대가 저물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마구 찍어냈던 돈도 금리 인상으로 점차 회수되고 있다. 부동산이나 코인으로 대박을 낼 수 있었던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 대박이 사라지면서 꾸준한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 자산관리는 모든 세대에 걸쳐 고민하는 문제가 됐다.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걱정도 자산관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다. 50대면 직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나이라는 점은 20년 전과 비슷하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어느덧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2021년 기준 83.6세(남자 80.6세, 여자 86.6세)로 늘어났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요즘 금융 상품 시장에서는 생애주기에 맞춘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조하는 문구가 많이 보인다. 자산관리 전문가 김진영 대표를 만나 자산관리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봤다.

노후 생활은 현금으로 하지 벽돌로 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자산관리를 고민하고 있고, 노후 생활에 대한 고민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관리는 어떤 점이 문제일까?

3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전체 가구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가계 금융 통계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전체 자산의 80%가 부동산 자산이다. 금융자산의 비중은 20%에 그친다. 하지만 그 20%의 금융자산에 전월세 보증금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전월세 보증금은 금융자산이라고 인식하지 않지만, 이론적으로는 금융자산이다. 전월세 보증금을 빼고 실질적 금융자산은 전체 자산의 15%에 그친다. 예를 들어 10억원 자산이 있으면 8억 5,000만원은 부동산이고 실질적 금융자산은 1억 5,000만원뿐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자산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결국 현금이 없다는 이야기다. 은퇴 후 노후 생활은 현금으로 하지 벽돌로 할 수 없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상황에서 최근 1년 동안 집값이 주춤하고 거래가 안 되니 사람들이 다시 불안해하고 있다.

둘째,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결국 다시 하향 조정될 것이다. 은퇴 후 소득이 없어지면 모아놓은 자산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결국 금리가 떨어지면 버는 돈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져야 몇 년이라도 더 버틸 수 있는데 모두 현재의 기대수명을 생각하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할 수도 없어 기댈 데가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셋째,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퇴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막연히 은퇴 이후를 걱정하지 실제로 준비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퇴직을 전후해 은퇴 상담을 하러 온다. 막상 퇴직하면 받는 퇴직금이 자녀 학자금과 결혼 자금 등에 쓰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자녀 앞에서 노후 자금 때문에 돈 쓰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는 거의 없다. 결국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이 모자라고 그 차이를 몸으로 때우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각종 경조사에 안 가거나 여행을 안 가고, 돈 안 드는 등산만 가거나 TV만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되면 결국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사람들과도 멀어진다. 사실상 독거노인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은퇴하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퇴직 후 창업 등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되는 사업도 퇴직하면 잘 못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멀쩡한 사업임에도 퇴직한 사람이 하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사실 퇴사 직전까지 정신없이 회사 일을 하다가 갑자기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창업이나 사업에서 꾸준한 경험을 쌓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회사에서 나와 벌인 사업이 한 번 실패하면 배우자가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다. 퇴직 후에 이것저것 충돌하면서 배울 기회가 사실상 없다는 말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금융사들은 자산관리와 관련해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자산관리는 대부분 고액 자산가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평범한 사람은 비슷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은행 등 금융사 입장에서는 돈 되는 고객만 상대하려고 한다. 일반 고객의 은퇴자산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남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은퇴자산 관리 관련 인력 수급과 소프트웨어도 정체하거나 후퇴하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 후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할지 많은 고민과 실험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부동산 자산이 급등하면서 집 한 채 있으면 노후 생활은 걱정 없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일시적으로 늘어났다. 노후 생활을 걱정하는 사람이 줄자 은행 등에서는 구조조정 등으로 은퇴 설계 관련 노하우를 쌓은 인력을 대거 정리했다.

명맥이 끊기면서 현재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예전에 만든 매뉴얼 그대로다. 금융사들이 현재 집중하는 것은 은퇴자산 관리가 아니라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 판매다. 은퇴자산 관리라고 해봤자 “한 달에 얼마 쓰세요? 한 달에 얼마 쓰시니 얼마가 필요하고 이 상품을 사셔야 합니다” 하는 식이다. 과거 보험설계사들이 했던 방식과 크게 차이가 없다.

금융사라고 했지만 은행과 증권,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을까? 사실 구체적으로 차이를 비교하기에는 복잡하다.

내가 은행, 증권, 보험업권 모두 겪어봤기에 잘 안다. 고객을 분석해보면 채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무슨 뜻이냐면 보험사 고객을 분석해보면 보험으로 저축, 건강, 사망, 투자, 자동차 등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친한 설계사가 매일 와서 수많은 상품을 팔아먹는 구조다. 반대로 증권사에 가보면 보험 상품에 가입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 증권업에 종사하거나 가족, 친인척이 증권업계에 있으면 은행이나 보험 쪽 상품은 거들떠도 안 본다.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은 주식을 잘 안 한다. 고금리 상품을 찾아서 가입하는 것이 전부다.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은행 창구에서 보험 상품을 팔기 때문이다. 투자는 신탁 상품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은 채널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설정하지 못하고 자산관리가 한쪽에 치우친 경우가 굉장히 많다.

김진영 밸런스자산연구소 대표

서울대와 동 대학원을 나와 삼성생명, 삼성증권, 신한은행에서 은퇴자산 관리 사업과 서비스를 새로 만들고 대중화한 은퇴자산 관리 전문가다. 저서로는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 <직업별로 알아보는 은퇴설계> <밸런스 은퇴지갑> 등이 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이승용(시사저널e 금융투자부 기자) | 사진 : 김동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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