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탄소 묻으면 지진난다?..."일본도 뛰어든 안전한 기술"
[편집자주] 연료를 땔 때 나오는 탄소만 포집해서 땅 속 깊은 곳에 묻는다. 공상과학이 아니다. 전 세계가 검증을 끝내고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떠올랐다. 앞으로 10년 안에 '뉴 노멀'이 될지도 모르는 기술. 탄소포집이다.
파이프를 따라 들어온 가스가 액체 흡수제를 통과한다. 액체 흡수제는 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스팀이 가해지고 있는 지점으로 이동한다. 열 작용에 따라 99.9% 순도의 이산화탄소만 분리된다. 나머지 질소 등 기체는 대기로 방출된다.
지난달 17일 대전에 위치한 씨이텍에서 직접 확인한 탄소포집 설비의 모습이었다. 씨이텍은 탄소포집 흡수제 등의 특허를 다수 보유한 업체로, SK E&S의 협력사다. 씨이텍이 공개한 것은 국내 및 미국에서 실제 운영하고 있는 실증시설을 축소한 모델이었다.
일반적으로 탄소포집 설비는 흡수탑과 재생탑 두 개로 구성한다. 처음 흡수탑으로 각종 가스가 들어오고, 재생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흡수탑에는 흡수제가 있어서, 탄소포집이 일어난다. 흡수제는 '습식(액체)'으로 만드는 게 스탠다드가 돼 가고 있다. 재생탑에서는 스팀 과정을 통해 탄소를 흡수제에서 분리할 수 있다. 포집을 완료한 탄소는 재자원화하거나,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하면 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탄소포집 프로세스를 두고 "수십 년 전부터 활용해오던 방식"이라고 한다. 각종 가스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검증이 끝난 방식이란 의미다. 실제 탄소포집은 20세기 초부터 천연가스를 지하에서 채굴하는 과정에서 순수한 가스를 생산하기 위해 불순물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로 활용해왔다.
최근 탄소포집 기술의 관건은 효율성과 경제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산업 전반에서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탄소포집을 위해서는 설비 설치뿐만 아니라 운영 과정(흡수제, 연료)에서도 돈이 든다. 이 변수를 최소화하는 게 최대 과제일 수밖에 없다.
흡수제와 탄소를 분리하는 스팀 과정이 있고, 여기에 '연료'를 써야하기 때문에 탄소도 일정수준 배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 포집량이 배출량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이라며 "연료 효율성을 높여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것도 숙제"라고 설명했다.
열쇠를 쥔 건 흡수제라는 평가다. 흡수제가 얼마나 잘 탄소를 포집하느냐에 따라 효율성과 경제성이 결정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플라워와 아이온, 네덜란드의 쉘, 독일의 린데와 바스프, 일본의 히타치 등이 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다. 씨이텍은 최근 탄소포집 과정에서 필요한 열 에너지를 기존 대비 60% 수준으로 낮춘 흡수제 'CT-1'의 실증에 성공하며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광순 씨이텍 대표는 "탄소포집을 안 할 수가 없는 단계가 왔기 때문에 기업들도 활발하게 사업들을 추진하기 시작하고 있다. 점점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어떻게 하든지 비용을 줄이는 기술을 만드는 것, 거기에 포커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수를 개발하면서도 지진이 날 수 있죠. 그런데 그 낮은 확률 때문에 인간에게 필요한 물을 안 먹을 것인가요? 탄소포집도 마찬가지입니다."
권이균 한국CCUS(탄소포집·활용·저장)추진단 단장(공주대 교수)은 지난 2일 머니투데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탄소포집은 위험한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CCUS추진단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에너지 관련 기업들, 한국전력공사, 학계가 연계해 만든 컨트롤타워다.
탄소포집은 에너지 생산 및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하는 게 현재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다. 심부지층에 탄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진을 유발할 수 있고, 또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 등 변수에 의해 저장소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다.
권 단장은 "기술적 특성과 사례에 대한 분석이 과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탄소포집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압력을 조절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다"며 "최근 관련 압력조절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땅속 깊은 곳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저장하는 것은 검증된 기술"이라고 수차례 힘을 주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노르웨이·미국 등에서 대규모 탄소포집 및 저장 사업들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지만, 탄소누출과 같은 문제가 불거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에서도 탄소를 포집한 후 대염수층에 저장하는 '토마코마이 프로젝트'가 2016년부터 순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소포집을 '물'에 비유한 것에서 엿볼 수 있듯 권 단장은 탄소포집을 '반드시 가야 할 길'로 간주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탄소포집 없이는 온실가스 제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서 4000만톤 이상의 탄소가 포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규모가 2030년에는 12억톤, 2050년에는 62억톤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권 단장은 "파리협정 이후 신기후체제에서 탄소포집은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기술로 인식되고 있다"며 "매우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상업적 규모에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이 확보되면 탄소포집 사업은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시장 형성이 당겨지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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