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태양의 검은 구멍, 샤워기처럼 태양풍 쏟아낸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3. 6. 8. 08:18 수정 2023. 6. 19. 11: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커 태양 탐사선, 고에너지 입자 흐름 분석
온도 낮은 코로나 구멍서 자기장 증폭
강력한 자기장이 태양풍 우주로 뿜어내
입자 몰린 곳 흩어져 샤워기 물줄기처럼 나와
파커 태양 탐사선이 태양에 근접하는 모습의 상상도. 파커는 태양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 흐름인 태양풍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우주기상 예보능력이 높아지면 지구 인프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NASA

태양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고에너지 입자들은 마치 샤워기 헤드에서 물줄기가 튀어나와 얼굴을 때리는 것과 같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태양풍의 요동을 예측할 수 있다면 예상치 못한 전력·통신망 붕괴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스튜어트 베일(Stuart D. Bale) 교수 연구진은 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파커 태양 탐사선(Parker Solar Probe)이 태양 표면의 검은 구멍에서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을 감지했으며, 이곳이 평균보다 빠른 ‘고속’ 태양풍이 시작되는 영역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파커는 2018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발사한 태양 탐사선이다. 1958년 태양풍의 존재를 처음 예측한 시카고대의 유진 파커(Eugene Parker) 교수의 이름을 땄다.

◇샤워기 헤드 역할 하는 코로나 구멍

코로나는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 층을 구성하는 부분으로, 시간당 160만㎞ 속도로 전기를 띤 입자들의 흐름인 태양풍을 우주로 내뿜는다. 태양 표면은 6000도인데 그보다 바깥에 있는 코로나는 150만도까지 올라간다.

베일 교수 연구진은 파커 탐사선이 코로나 구멍에서 태양풍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구멍은 물리적인 구멍이 아니라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이는 것이다. 이곳에서 고에너지 입자들이 샤워기 헤드에서 분사되는 물줄기처럼 방출됐다.

태양에서는 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융합하면서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감소되는 질량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바로 핵융합 반응이다. 핵융합이 만든 압력은 태양 표면을 위로 밀어 올린다. 반면 태양의 중력은 가벼운 원자로 구성된 대기를 아래로 당긴다. 평소 위아래 힘이 균형을 이뤄 태양이 무너지거나 폭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곳에서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 풍선이 새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코로나 구멍이다. 베일 교수 연구진은 코로나 구멍에서 증폭된 자기장이 태양풍을 우주로 밀어낸다고 설명했다. 자기장은 자석이 물체를 끌어당기는 자기력이 미치는 공간이다.

파커 태양 탐사선./조선DB

지구나 태양은 막대 자석과 같이 자기장을 형성한다. 자기장이 자기 남·북극에서 위로 곧게 뻗었다가 다시 휘어져 아래로 내려온다. 태양 활동이 안정적일 때는 태양의 자기장이 이런 형태를 띤다. 코로나 구멍은 자기장 선이 안쪽으로 다시 순환하지 않고 표면에서 나오는 영역이다.

태양이 안정기에 있을 때는 코로나 구멍이 극지방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빠른 태양풍이 지구에 닿지 않는다. 하지만 11년마다 태양의 자기장이 뒤집히면서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 코로나 구멍이 표면 전체에 나타난다. 이로 인해 지구를 직접 겨냥하는 태양풍이 폭발적으로 발생한다.

연구진은 태양풍의 흐름이 태양에서 뜨거운 기체가 상승하고 차가운 기체가 하강하는 형태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전기를 띤 입자의 대류는 자기장의 이동도 유발한다. 연구진은 코로나 구멍은 자기장이 빠져나가는 하수구와 같다고 설명했다. 대류 흐름이 집중된 초과립에서 끊어졌던 서로 반대 방향의 자기장들이 모인다. 마치 하수구에 머리카락들이 모여 뭉치를 이루듯, 자기장도 이곳에서 다시 연결되면서 강해진다. 이 힘이 태양풍 입자를 잡아당겨 우주로 방출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파커 탐사선이 태양풍 평균보다 10~100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고에너지 입자를 감지한 것을 근거로, 이는 자기장 재연결이라는 과정으로만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자기장 재연결은 코로나 구멍 모든 곳에서 이뤄지지 않고 대류가 집중된 초과립에서 다발처럼 나온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초과립은 자기장이 연결되는 하수구 역할을 하는 곳으로, 폭이 2만9000㎞였다. 실제 고속 태양풍은 코로나 구멍에서 고르게 분포된 밝은 부분에서 나왔다. 마치 샤워기 헤드에서 미세한 물줄기가 나오는 것과 같다.

인류 최초의 태양 탐사선 '파커 태양 탐사선(Parker Solar Probe)'이 2018년 8월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서 델타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AP연합

◇태양 비밀 밝히는 21세기 이카로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하늘을 날다가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땅으로 떨어져 죽었다. 21세기 이카로스인 파커는 떨어지지 않고 태양을 계속 관측하고 있다. 태양풍에 대한 정보가 쌓이면 우주기상 예보가 정확해져 전력·통신망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지구는 자체 자기장이 있어 태양풍을 막아내지만, 태양 대기에서 수소폭탄 수천만 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에 맞먹는 폭발(플레어)이 일어나면 지구 전력망과 통신망도 큰 영향을 받는다.

파커는 앞서 태양 주변의 자기장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밝혀냈다. 태양풍은 태양에서 방사상(放射狀)으로 뻗어 나오는 자기장을 따라 이동하는데, 중간 중간 수초에서 수시간에 걸쳐 자기장 방향이 바뀌어 S자 형태를 보였다. 베일 교수는 2019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기장 역전이 태양풍의 가속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했다. 마치 채찍을 휘두르듯 자기장이 S자로 요동치면서 태양풍도 속도가 빨라진다는 의미다.

또 태양풍이 자전하는 태양을 따라 도는데 그 속도가 지금까지 예상한 초속 수㎞가 아니라 35~50㎞에 이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태양풍의 회전 속도가 높다는 것은 태양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태양풍에 전달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태양의 자전 속도가 더 빨리 줄어들 수 있다. 즉 태양이 예상보다 더 빨리 나이가 든다고 볼 수 있다.

파커는 2018년 발사된 지 두 달 만에 태양에서 4230만㎞ 거리까지 비행했다. 이로써 1976년 발사된 헬리오스 2호 탐사선이 세운 태양 근접 기록 4340만㎞를 뛰어넘었다. 파커는 오는 2025년에는 620만㎞까지 최근접 비행을 할 계획이다. 그때 파커의 최고 속도가 시속 69만㎞에 이를 전망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탐사선 중 가장 빠르다.

태양에 최근접 비행을 하면 탐사선이 받는 온도가 1400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역시 탐사선이 견딜 수 있는 최고 온도 기록을 세우고 있다. NASA는 경량 탄소 복합재로 태양 가까이 가도 내부 장비 온도를 30도 이하로 유지하는 방열판을 개발했다. 파커 탐사선의 기록 경신이 얼마나 이어질지 과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참고자료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955-3

Nature(2019), DOI: https://doi.org/10.1038/s41586-019-1818-7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