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칼럼] 1393년과 2023년… 세종의사당

김재근 선임기자 2023. 6. 8. 07: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393년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옮길 때 신하들에게 한 얘기이다.

대신들이 온갖 이유를 들어 반대하자 "너희들은 개경에 오래 살아 풍족하고 편하니 마음 속으로 천도를 반대하는 게 아니냐?"고 힐난한 것이다.

나라를 세운 태조 이성계의 강한 의지와 조선 500년의 기틀을 다진 태종 이방원의 뚝심이 한양천도를 이뤄낸 것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21년 9월 28일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회법 개정 뒤 1년 8개월 허송
아무도 반대 않는데 왜 미뤄지나
당초 계획대로 2027년 완공해야
김재근 선임기자

"도읍을 옮기는 일은 세가 대족들이 함께 싫어하는 바이므로, 구실로 삼아 이를 중지시키려는 것이다. 재상은 송경(개경)에 오랫동안 살아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를 즐겨하지 않으니, 도읍을 옮기는 일이 어찌 그들의 본뜻이겠는가?"

1393년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옮길 때 신하들에게 한 얘기이다. 대신들이 온갖 이유를 들어 반대하자 "너희들은 개경에 오래 살아 풍족하고 편하니 마음 속으로 천도를 반대하는 게 아니냐?"고 힐난한 것이다.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뒤 곧바로 천도를 추진했다. 고려의 옛수도 개경에는 기득권 세력이 새 왕조를 위협했다. 비좁은 개경에서 벗어나 나라의 면모를 일신하고, 지리적으로 보다 나은 곳에서 국방과 경제도 챙기고 싶었던 것이다.

이성계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천도를 단행했지만 그의 아들 정종 때 왕자의 난이 발생하자 개경으로 돌아갔고, 태종 5년인 1405년 한양으로 다시 옮기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나라를 세운 태조 이성계의 강한 의지와 조선 500년의 기틀을 다진 태종 이방원의 뚝심이 한양천도를 이뤄낸 것이다.

행정수도 세종의 성패를 좌우하는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요구안에 세종의사당 건립비가 빠졌다고 한다. 사업 추진이 지체되자 행정도시건설청이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세종의사당 설치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21년 9월 28일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뒤 1년 8개월이 흘렀지만 별로 진척된 게 없다.

첫걸음인 국회규칙 제정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규칙은 세종의사당의 성격과 규모, 운영 방안 등을 담은 것이다. 12개 상임위원회의 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의 사무실 배치, 의사당 건립 실무를 추진하는 건립위원회와 추진단을 설치 등을 규정한 것이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1월에야 운영위원회에 규칙안을 제출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한참 지나 뒤늦게 안을 내놓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규칙안을 다루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3월 전문가 자문단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자문단으로 하여금 세종의사당의 건립 효과와 건립 규모, 설계 방향, 이전 범위 등을 심사한다고 한다.

세종의사당 설치는 이미 국토연구원 등 여러 곳에서 연구를 진행했고 결과물도 내놓았다. 생산 및 고용유발 효과도 막대하고, 행정부와 입법부의 기능 분산으로 인한 행정 및 사회적 비용이 2조 8000억-4조 8800억원이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다시 따져본다는 것은 시간을 끌겠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

세종시는 이미 47개 중앙행정기관을 비롯 16개 국책연구기관과 9개 공공기관이 옮겨왔다. 중앙부처를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가 이전하여 긴밀하게 소통하고 공조하면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로 인한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비용낭비도 줄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토 면적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경제의 80%가 몰려있는 세계 최악의 일극집중 국가이다. 공장부지 한 평(3.3㎡)에 수백만원이 넘고, 아파트 한 채가 수억-수십억원인데 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젊은이들이 무슨 수로 가정을 꾸리겠는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고 시대적 사명이다. 국회 세종의사당은 당초 계획대로 2027년까지 완공해야 한다. 600여년전 이성계와 이방원이 그랬던 것처럼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이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부처, 세종시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기 바란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