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대식 일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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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당시, PX 인기상품 '불닭볶음면'이 갑작스레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한 병사가 불닭볶음면을 먹고 극심한 위궤양을 앓았다는 이야기가 윗선에 보고되면서 PX 내에서의 매운 음식 판매가 일절 금지된 것이다.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캡사이신 마니아들은 좌절했고, 일부 병사는 불닭볶음면에 대한 금단 현상까지 호소했다.
최근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쏘아 올린 '전세 폐지론'을 보고 있자면, 불닭볶음면이 사라진 군대식 일처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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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당시, PX 인기상품 '불닭볶음면'이 갑작스레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내사(?) 결과 불닭볶음면의 실종 원인은 옆 중대에 있었다. 한 병사가 불닭볶음면을 먹고 극심한 위궤양을 앓았다는 이야기가 윗선에 보고되면서 PX 내에서의 매운 음식 판매가 일절 금지된 것이다.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캡사이신 마니아들은 좌절했고, 일부 병사는 불닭볶음면에 대한 금단 현상까지 호소했다. 그렇게 수개월 동안 모습을 감춘 불닭볶음면은 대대장이 바뀌던 어느 봄날, 우리의 곁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최근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쏘아 올린 '전세 폐지론'을 보고 있자면, 불닭볶음면이 사라진 군대식 일처리가 떠오른다. 원 장관은 지난달 국토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수명을 다했다"고 발언했고, 이로 인해 도마 위에 오른 전세 폐지 찬반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수십 년 동안 국민들의 일상 속에 스며든 전세 제도는 이제 서민들의 주거를 책임지는 핵심적인 제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이미 2020년 기준 국민의 약 15%가 전세 제도를 이용하며 주거를 영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세 사기로 임대차 제도의 폐지를 논하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반대 여론도 나온다.
전세 사기가 횡행하게 된 배경도 단순 제도의 문제라고 볼 수만은 없다. 임대차 3법 이후 폭등한 전셋값과 일반 임대 사업자 시장의 불황으로 활개 치게 된 갭 투자가 현 사태를 발생시킨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임대차 3법과 전세제도에 대한 연구용역 발주를 통해 제도 전반을 살펴볼 것이라 예고했다. 원 장관 또한 "전세를 제거하려는 접근은 하지 않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전세 폐지는 없을 것이라 공언한 셈이지만 향후 임대차 제도가 급격한 위축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에 따라 전세 시장이 또 다른 부작용을 안게 될 수도 있다. 전세 제도 개편에 나서는 정부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000조 원대 규모의 전세 시장을 두고 군대식 일 처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전세 사기 위험성을 제거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한 제도의 개편, 그리고 수습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춘 피해 대책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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