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술은 밥 먹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이은미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기획팀장·배재대 공연예술학과 외래교수 입력 2023. 6. 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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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특강의뢰를 받았다.

현재 출강하고 있는 배재대 공연예술학과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에 관한 강의였다.

지역대학의 학생 유치는 쉽지 않은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예술대학의 존폐여부까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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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기획팀장·배재대 공연예술학과 외래교수

필자는 얼마 전 특강의뢰를 받았다. 현재 출강하고 있는 배재대 공연예술학과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에 관한 강의였다. 문화예술계 현직에 있는 연사들이 릴레이로 펼치는 특강에 초청되어 영광이었지만 학생들에게 어떤 수업을 해줘야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

10대에는 대학진학을 위해 달려온 아이들이 20대에는 진로와 취업의 문 앞에서 어떤 문을 열어야 할지 혼돈의 시기에 나의 20대를 돌아보며 얘기해줘야 할까? 20년도 넘은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라떼는…'을 고집하는 꼰대의 경험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강 대상자들은 실용음악, 클래식피아노 전공자들이 주였다. 연주자들에게 취업이라니…. 아주 현실적인 과제이지만 그들의 꿈과 희망을 지키라고 해주고 싶었다.

'실연자가 알아야 할 공연기획'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서게 될 젊은 예술가들에게 공연기획의 개념과 그들이 무대에 서기 위해 '을'로서 당당히 요구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준비했다. 아는 만큼 권리를 찾고 누릴 수 있으며 몰라서 하는 실수를 줄여주고 싶었다. 섭외받았을 때, 그리고 거절해야 할 때, 나의 프로필을 관리하고 제공하는 법, 계약서를 쓰고 출연료를 받을 때 공제되는 세금, 심지어 리허설이나 공연 무대 뒤에서 지켜야 할 예의들에 대해 강의했다.

어쩌면 진로와 취업의 길, 공연기획자로 가는 길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학생들의 눈이 가장 빤짝이고 빛나던 대목은 계약서를 쓰는 방법과 '을'로서 요구하고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들은 아직 연주자를 꿈꾸며 실연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이 졸업 후 학교나 사회에서 원하는 기준의 취업, 다시 말해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에 취업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그들은 예술을 하고 싶어 음악을 선택했지만, 어른들은 먹고 살길을 찾으라고 재촉한다.

현재 필자가 재직 중인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단원들도 대학 졸업 후 연령 제한으로 합창단을 떠나는 친구들이 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합창단 활동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노래하고 무대를 갈망하는 친구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떠나는 단원들이 '선생님 노래 계속하고 싶어요', '다른 무대에서 뵙고 싶어요'라는 인사말이 그들이 말하는 선배, 선생님 입장에서 너무나 미안하고 맘이 아프다.

지역대학의 학생 유치는 쉽지 않은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고 예술대학의 존폐여부까지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 대학으로 줄서기처럼 진학하니 지방대학이 더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입시에서 내가 실패한 것 같고 또 예술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지 고민스럽겠지만 마지막까지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이 승자이며 예술은 밥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로, 취업… 참으로 고민스럽고 어려운 일이지만 '예술이 밥 먹여주냐고, 예술을 택하려는 젊은이들을 겁주지 마라. 세상에 밥 먹기 위해서 예술을 택하는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이외수)'라는 말처럼 이제 시작하는 예술가에서 꿈을 잃지 말라고 보이지 않는 미래가 불안하겠지만 거저 받은 젊음의 티켓을 맘껏 쓰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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