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또 韓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올해 1.5% 성장 전망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강진 2023. 6. 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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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종전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 3월 1.6%로 종전 대비 0.2%포인트 낮췄는데, 3개월 만에 더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셈이다.

◆OECD “고금리, 주택시장 부진이 단기적 부담 요인”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7일(현지시간) 6월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5%로 낮췄다. 이는 정부 전망치(1.6%)보다는 낮고, 한국은행 전망치(1.4%)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OECD는 이날 전망에서 “한국 성장률은 올해 1.5%로 둔화한 뒤 내년 2.1%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금리와 주택시장 부진이 민간소비·투자에 단기적 부담 요인이나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반등이 이를 완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내년에는 총수요 기반이 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올해 성장률을 1.4%로 낮춘 전망치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개월 만에 1.8%에서 1.5%로 낮춰 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며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1.7%)보다 0.2%포인트 내린 1.5%로 수정했다

OECD는 우리나라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과 달리 글로벌 성장률은 소폭 올렸다. 지난 3월 2.6%로 세계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던 OECD는 이번 전망에서는 2.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은 2.9%로 전망했다. 다만 OECD는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긴축과정에서의 금융시장·신흥국 불안, 에너지 위기 재점화 가능성 등은 하방리스크”라고 진단했다. 

한편 세계은행(WB)은 이날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1%포인트 하락한 2.1%로 예상했다. WB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수치를 제시하고,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 통화정책 지속으로 내년에는 2.4%의 완만한 성장을 예측했다.

◆수출 회복세 지연에 물가 등 위험요인 산재…“취약계층 지원 마련해야”

OECD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0.1%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을 이유로 OECD와 WB가 올해 세계 성장률을 각각 0.1%포인트, 0.4%포인트 끌어올려 2.7%, 2.1%로 예측한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 경제의 각종 호재가 한국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2.1%)도 종전(2.3%)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되는 등 향후 전망마저 어두워 취약계층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울한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기재부에 따르면 OECD는 지난해 9월만 해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2%로 전망했지만 지난해 11월 1.8%, 지난 3월 1.6%로 하향 조정한 뒤 이날 다시 1.5%로 내렸다.

성장률 전망치가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는 건 수출의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이 36.2% 줄고, 대중국 수출이 20.8% 감소하는 등 ‘반도체·대중국’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반기 전망 역시 어둡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하반기 수출액이 5.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올 하반기 수출이 0.9% 늘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전망치를 대폭 하향한 것이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좀처럼 한국산 중간재나 최종재의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성장 회복세를 저해할 위험요인도 산재한 상황이다. 우선 물가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3%로 낮아졌지만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는 4월(4%)에 이어 지난달(3.9%)에도 고공행진했다.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이상 기후 등에 따라 언제든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 OECD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4%로 제시해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췄지만 내년에는 2.4%에서 2.6%로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고물가 속 고금리가 소비를 추가로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소비는 전월보다 2.3% 줄어 지난해 11월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코로나19 사태 종식과 함께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민간소비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부동산 가격 하락이 민간소비를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OECD는 고금리로 민간투자도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내년 경기 기대감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정부의 각종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 감소가 본격화되는 시기인 만큼 정부의 정책 대응 여력이 올해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개정세법에 따라 올해 세수 감소분은 6조281억원이었지만 내년에는 14조4216억원으로 늘어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발 저성장은 중산층 및 저소득층에 더 큰 피해를 준다”며 “비용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경쟁을 활성화해 은행의 대출금리는 낮추면서 예금금리를 높이고, 통신료를 낮추도록 유도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지원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600선 회복한 코스피…투자 자금도 늘어나

코스피가 1년 만에 2600선을 회복하는 등 주식시장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투자 자금도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증가하는 추세다. 반도체 시장 반등 전망 등 시장을 둘러싼 긍정적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론도 제기된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코스피가 2615.60으로 장을 마감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99.0원에 개장해 장 초반 129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다 전 거래일보다 4.3원 내린 1303.8원에 마감했다. 남정탁 기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50조38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및 그에 따른 차액결제거래(CFD) 위축 등의 영향으로 투자자예탁금은 48조9377억원(5월17일)까지 줄었다가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52조7347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액’도 SG사태 이후 한때 줄었다가 최근 들어 다시 증가 추세다. 지난 2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액은 18조6238억원으로 지난달 17일의 18조3861억원 대비 2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증시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 ‘빚투’로 불리는 신용거래융자액이 모두 증가한 것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증가로 삼성전자 주식이 7만원을 넘어서는 등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강보합 흐름을 이어 갔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9포인트(0.01%) 상승한 2615.60에 장을 마치며 연고점을 다시 갈아치웠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424억원과 2952억원 매도했고, 기관이 3485억원 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하락했지만 7만1000원으로 마감하며 ‘7만전자’를 지켰다. 

증권가에서는 전반적으로 이러한 상승 기류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판단인 셈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증시에서는 예탁금과 신용잔고를 통해 투자심리를 엿볼 수 있는데, 증시 대기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예탁금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차익 실현 흐름이 발생하더라도 낙폭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종가 기준 저점 대비 20% 증가라는 소위 ‘강세장’의 기준에 맞는 걸맞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 증가 흐름을 이끌었던 반도체 산업이 하반기에는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묻어 나온다. 흥국증권은 보고서에서 “‘AI(인공지능)’가 전 세계 반도체를 일깨우고 있다”면서 “AI산업의 본격 태동에 따라 서버의 메모리칩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다면 하반기 반도체 산업의 회복은 메모리가 훨씬 탄력적인 모습을 보일 확률이 커 보인다”고 짚었다. 이러다 보니 하반기 낙관론도 나온다. KB증권은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기가 연말·연초부터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 속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800에서 2920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올해 1분기 자산운용사 당기순이익은 4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79.0% 감소했으나, 이는 작년 4분기 한국투자밸류의 카카오뱅크 지분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영향을 제외하면 전 분기 대비 당기 순이익은 7.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134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80.0%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5.6% 증가했다. 금감원은 “작년 대비 금융시장이 다소 호전됨에 따라 증권평가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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