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찾아 애타는 중소기업…행정기관은 제출 소극적

배지현 2023. 6. 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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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술 탈취 문제를 둘러싼 기업 간 분쟁과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피해 기업들은 실제 배상을 받기 위해선 결국 민사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소송을 해도 실제 배상까지 이어지기는 참으로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왜 그런지 배지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대구의 이 중소기업은 7년간 40억 원 넘게 투자해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원청인 한화가 자신들의 기술로 비슷한 장비를 만들었단 걸 알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정형찬/기술 탈취 피해 기업 대표 : "국내 대기업이 진짜 말로만 들었는데 실질적으로 이런 상황이 나한테도 생기는구나. 그것도 나는 진짜 한화의 신용과 의리를 믿었는데."]

3년 간의 행정조사 끝에 공정위는 한화의 기술 탈취를 인정했습니다.

곧바로 민사소송을 낸 정 대표, 그러나 증거불충분으로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법원이 요청했는데도 공정위 측에서 판단의 근거가 된 문서들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형찬/기술 탈취 피해 기업 대표 : "공정위에서 3년 동안 조사해서 자료를 다 모아 놓으면 뭐합니까. 우리가 볼 수 있는 거 한 개도 없어요."]

법원의 자료 제출 요청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는데다 업무상 비밀 엄수 의무 등을 이유로 공정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겁니다.

결국 끈질긴 요청으로 공정위 조사 자료 일부를 받아내고서야 항소심 재판부는 정 대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한화의 기술침해를 인정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금 1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에서 행정 조사 자료를 받아볼 수 있게 돼 있고, 법원의 문서 송부 지시에 행정기관이 어떻게 응해야 하는지 세부 기준도 마련돼 있습니다.

[김철민/변호사/일본 시티유와 법률사무소 : "행정 담당자의 재량으로 맡기고 있으면 보수적으로 (제출)될 수밖에 없을 거거든요. 기준이 있으면 그 기준에 맞게 하면 되는 거니까 부담이 덜하다는 부분은 있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로 인한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회에선 공정위 조사 자료를 법원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 유민철 하정현/영상편집:김지영/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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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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