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주자 지워드립니다” SSG 투명한 회계 장부, 하지만 조금씩 커지는 불안감

김태우 기자 2023. 6. 8.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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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승계주자 실점 허용률에서 괄목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고효준ⓒ곽혜미 기자
▲ 올 시즌 팀의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불을 끄고 있는 노경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투수의 자책점은 자신이 출루를 시킨 주자에 한해 계산된다. 앞선 투수가 남긴 주자는 자신의 자책점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팀 전체적으로는 모두 팀의 주자인 만큼, 승계주자를 얼마나 막아내느냐는 불펜 투수의 중요한 덕목이 된다.

팬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분식 회계’에서 올 시즌 가장 자유로운 팀은 SSG다. SSG 불펜 투수들은 7일 현재 올 시즌 총 80명의 승계주자가 있었다. 이중 홈을 허용한 주자는 총 17명으로, 비율은 21.3%다.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20%대를 기록 중인 팀은 SSG와 NC(24.1%)밖에 없고, 리그 평균이 35.3%임을 고려하면 SSG 투수들의 분전을 실감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투수는 좌완 불펜 고효준으로 올해 23명의 승계주자 중 딱 한 명에게만 홈을 허용했다. 비율은 4.3%에 불과하다. 고효준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3.00)은, 이 수치를 고려하면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정리하고 포효하는 모습은 고효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또 하나의 좌완 불펜인 임준섭 또한 11명의 승계주자 중 2명에게만 홈을 허용(18.2%)해 이 수치가 좋은 편이다. 박민호와 문승원은 아직 승계주자에 홈을 허용한 적이 없고, 고졸 신인인 이로운 또한 이 수치가 16.7%로 낮은 편이다. 세이브 상황에 딱딱 나서는 마무리 서진용은 올 시즌 아예 승계주자가 하나도 없었다. 벤치의 전략도 엿보인다.

김원형 SSG 감독은 올해 승계주자 실점 허용률이 낮은 것에 대해 “우리가 지금 잘 되는 게 승계주자를 잘 막는다. 나오는 투수들마다 그렇다”면서 “갑자기 구위가 좋아져서 그런 게 아니라 조금 더 다들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하는 모습이다. 볼넷이 많지만 그 상황에서는 또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포인트가 잘 어우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김 감독도 조금의 불안감은 느끼고 있다. 볼넷 때문이다.

결국 승계주자가 많은 원인이 볼넷에서 비롯된다는 게 김 감독의 확신인다. SSG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0.250으로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9이닝당 볼넷 개수는 4.21개로 리그 9위다. SSG보다 9이닝당 볼넷 개수가 많은 팀은 KIA(4.51개) 한 팀뿐이다. 그러다보니 팀 평균자책점(3.38)보다 팀 수비무관 평균자책점(4.18)이 훨씬 높다.

▲ 최근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서진용은 잔루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곽혜미 기자

보통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은 평균자책점(ERA)의 선행 지표로 뽑힌다. 결국은 시즌이 가면 갈수록 FIP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역으로 따지면 굳이 불필요한 주자를 내보내고 있다는 말도 된다. 평균자책점으로 치면 1~3등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볼넷이 가장 많다”고 쓴소리를 했다. 대투수 출신인 김 감독은 본능적으로 볼넷을 싫어하는 지도자다. 근래 들어 볼넷 개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가 했는데, 올해 다시 확 늘어났다. 볼넷이 많아지면 결국 마운드는 버티지 못한다는 게 김 감독의 우려다.

어쩌면 지금 성적은 약간의 운이 따랐다고도 볼 수 있다. 잔루율을 보면 그렇다. SSG의 잔루율은 올 시즌 무려 76.7%에 이른다. 리그에서 가장 높고, 리그 평균(70.9%)보다도 훨씬 높다. 김원형 감독 부임 이후, SSG의 잔루율은 리그 평균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잔루율은 시즌이 가면 갈수록 평균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홀로 이렇게 높은 잔루율을 유지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따라주던 행운의 여신이 다른 팀으로 갈 경우, SSG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은 확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불펜이 그렇다. 팀의 주축 필승조라고 할 수 있는 노경은의 잔루율은 개인 경력(67.6%)보다 훨씬 높은 89.1%에 이르고, 최민준은 85.2%, 고효준은 80.4%이다. 마무리 서진용은 아예 90.5%에 이른다. 이 수치가 시즌 끝까지 이어지기는 불가능하다. 분명 줄여야 할 것은 볼넷이다. 잘 나갈 때 미리미리 정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

▲ 김원형 감독은 투수들에게 볼넷을 줄일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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