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도둑놈 잡아라"…은닉재산 신고 포상금 최대 20억
징수율 6.54%뿐…최근 3년간 불법 청구 금액만 2조8984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불법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부당하게 타낸 돈만 최근 3년간 3조원에 육박하는데 당국은 제대로 회수도 못 한 채 속만 태우고 있다. 우선 국민 참여라도 이끌겠다는 구상으로 오는 28일부터 불법 기관이 숨긴 재산을 신고하는 이에게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부당이득 징수를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다.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공단은 유관기관 도움을 얻어 불법개설 의심기관 489개소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 공단은 이 기간 이들 기관이 요양급여 명목으로 진료비를 불법 청구해 2조8984억원을 빼간 것으로 추산한다.
불법 개설기관이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 못 하는 사람이 의사나 약사 또는 법인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곳이다. 흔히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으로 부르는데 개설 자체가 불법이니 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청구해 받아내다 적발되면 공단은 환수해야 한다.
공단 '불법 개설기관 환수 결정 및 징수현황 자료'를 보면 2009~2022년 14년간 불법 기관이 부당하게 청구해 타낸 요양급여액 중 환수 결정된 금액은 3조3415억원(불법 기관 1672개소)에 달한다. 그러나 징수 금액은 고작 6.54%인 2186억원이다. 93.46%에 달하는 3조1229억여원은 현재까지 돌려받지 못했다.
공단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는데, 경찰에 보건의료 전문 수사 인력이 적은 데다 이들에게 다른 사건도 많다 보니 불법 개설기관 수사에만 평균 11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공단 입장에서는 줬던 돈도 돌려받지 못하니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계속된다.
공단은 "국민 생명과 안전, 건강은 뒷전인 채 사익 추구를 위해 운영되는 불법 개설기관의 사회적 폐해는 심각하다. 과잉 진료 또는 값싼 진료 등으로 의료 질을 떨어뜨리며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주범이자 수익 증대에 몰두하면서 환자 안전에는 소홀해 인명피해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의심만으로 행정조사를 하더라도 자금흐름과 계좌를 추적할 수 없고, 공범 추정자를 직접 조사할 수 없어 혐의를 입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공단의 하소연이다. 공단은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는 법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사경은 특수 분야 범죄에 대해 통신사실 조회와 압수수색, 출국 금지 등 경찰과 같은 강제권 수사권을 지니고 수사하는 행정공무원을 말한다. 공단은 직원이 특사경으로 활동하면 신속히 수사에 들어가고 끝낼 수 있어 연간 2000억원 정도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당장은 어려우니 국민 참여를 구하는 모습이다. 불법 개설기관의 부당이득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오는 28일부터 '은닉재산 포상금제'를 도입하고, 불법 개설기관이 숨긴 재산을 신고하면 20억원 이하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행정조사 단계에서 확인된 불법 개설기관의 재산을 검찰이 기소할 때 즉시 압류한다. 또 재산 처분 행위를 사전에 막아 환수하고 압수 등의 경험이 많은 수사관 경력직원을 배치해 현장 징수를 강화한다. 불법 기관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사해행위 취소소송 대상과 은닉재산 종류도 늘리기로 했다.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은닉·매매·증여 등으로 자기 재산을 줄여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법에 따라 채권자는 이 재산을 다시 채무자 명의로 돌려달라고 소송을 걸 수 있다. 이밖에 불법 기관 체납자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고 신용정보에 체납정보를 제공하는 등 압박해 자진 납부를 유도할 계획이다.
공단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불법 기관 내부 종사자가 신분 노출 우려 없도록 익명신고도 도입했다. 공단 관계자는 "불법 개설기관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주변에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기관이 있다면 공단 홈페이지 또는 국민권익위원회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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