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종주국에서 선도국가로···[송석록의 생각 한편]
대한민국이 e스포츠가 종주국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나 대한민국이 선도국가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 출시가 가져온 e스포츠의 붐은 대한민국 e스포츠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확산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오늘날 20대 젊은이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명 ‘광안리 대첩’과 이로 인한 ‘e스포츠 현상’은 대한민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이자 선도국가로서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항저우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e스포츠 인정에 즈음해 급변하는 국제정세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가치를 발굴하고 보급하는 선도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 실천적 존재의 비존재감
e스포츠의 종주국임을 표방한 우리나라에서 한국e스포츠협회(KeSPA), 국제e스포츠연맹(IESF),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KeSAD) 및 국제e스포츠연맹(IeSA)이 탄생했다. 이에 장애인 및 비장애인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전국과 국제규모 단체의 설립은 초창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표준화, 경기화, 조직화 등 체계적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됐다. 그럼에도 2018년 발족해 홍콩에 본부를 둔 아시아e스포츠연맹(AESF), 2019년 싱가포르에서 탄생한 글로벌e스포츠연맹(GEF)이나 2016년 발족한 월드e스포츠협회(WESA)의 독자적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싱가포르는 2010년 제 1회 유스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으며, 올해 6월 IOC에서 인정한 올림픽e스포츠 시리즈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또한 항저우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종목은 AESF에서 주관한다. 그럼에도 장애인e스포츠에는 아직 기회가 있다. 스포츠 외교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시점이다.
■ e스포츠 스타의 독점권 보다는 지역화
스타크래프트 시절 ‘테란의 황제’ 임요환과 같은 e스포츠 스타 탄생은 e스포츠가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미국에서는 트레시(본명: Dennis Fong)가 ‘퀘이커’에서 존 카맥의 페라리를 상품으로 받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현재의 글로벌 스타인 이상혁도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미국 출신 카일 지어스도르프(Kyle Giersdorf)는 2019년 ‘포트나이트’ 결승전에서 우승하며 300만 달러를, 또 요한 선스테인(Johan Sundstein)도 ‘도타2’에서 100억 원에 육박하는 상금을 탈 정도로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에 의존하는 e스포츠의 발전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 스포츠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문제점이다. 장기적으로 지역에 기반을 둔 e스포츠의 조직적 확장성 없이는 e스포츠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는 시대로 다가 왔다.
대한민국의 콘텐츠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확장되는 것은 자랑스럽고 반가운 일이나 글로벌 무대에서 주도권 상실은 가치를 포기하는 일임에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e스포츠가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국제연맹의 지원, 전통e스포츠의 한계 극복을 위한 경기모델 발굴 및 지역화를 서둘러야 한다.
<송석록 경동대 교수(독일 루르대학교 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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