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평화협정’ 빼고 北 핵·WMD ‘최우선 위협’ 명시 [尹 정부 국가안보전략 공개]

곽은산 2023. 6. 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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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확 달라진 ‘안보 청사진’
‘원칙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 기조 부각
‘日 역사왜곡·독도 단호히 대응’ 대신에
“日과 지역·글로벌차원 협력 강화” 명시
동아시아 외교 ‘日-中-러’ 순서로 배치
“中 공급망 중요… 양자 협력 적극 추진
대러 외교정책 전면 재검토, 제재 동참”

윤석열정부 국가안보 전략 골격을 담은 최상위 지침서인 ‘윤석열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책자가 7일 공개됐다. 2018년 문재인정부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비전으로 한 국가안보전략을 펴낸 이후 5년 만의 개정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접근에 기반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최우선으로 했던 문재인정부와 달리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원칙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 추진 기조를 명시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치중하면서 ‘한·중 관계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책자를 펴낸 국가안보실은 향후 중국과의 양자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핵심 품목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을 대하는 미국 등 서방의 정책 기조가 국제 경제 무대로부터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뜻의 ‘디커플링’에서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만 제거한다는 의미의 ‘디리스킹’으로 전환하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합동 화력 격멸훈련 7일 경기 포천 육군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2023 연합·합동 화력 격멸훈련’이 실시돼 K2 탱크 뒤편에서 현궁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현궁은 우리나라가 개발한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로, 북한군 탱크 장갑의 관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천=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보전략 책자 서문에서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서 국가안보는 이제 더 이상 외부의 침략을 막는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개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은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능동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내일을 설계하고 준비하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은 자유와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며 “또한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기만 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닌,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와 번영이 보장된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책자는 우선 “북한의 핵·WMD(대량살상무기)는 당면한 최우선적 안보위협”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독자적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고자 한다”고 했다. 문재인정부가 북핵 위협에 대한 별다른 기술 없이 당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소개한 것과 대조된다. 문재인정부가 북한 비핵화 로드맵의 주요 단계로 삼았던 ‘종전선언’·‘평화협정’ 또한 이번 책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일 관계 또한 전임 정부와 차이를 보였다. 새로 펴낸 책자는 “일본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한반도와 지역·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서술했다. 또 동아시아 외교 부분에선 한·일 관계 개선 성과를 강조하며 ‘일본-중국-러시아’ 순서로 배치됐다. 문재인정부 책자에서 기술됐던 “역사 왜곡 및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 등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문구가 빠졌다.

중국에 대해선 “대한민국과 교역이 가장 많은 나라인 중국과 공급망 협력을 꾀하는 것은 우리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중 간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양자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양국 정상을 포함한 외교장관 상호 방문과 정례 소통, 외교차관 전략대화, 차관급 ‘2+2’(외교·국방) 외교안보 대화 등을 구체적 수단으로 들었다.
다만 국가안보실은 “우리 주권과 권익에 대해서는 국익과 원칙에 기반하여 일관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선 “우리의 안보 주권 사안임을 분명히 한다”고 명백히 선을 그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혀 우리 경제·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성도 거론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한·러 관계가 크게 악화한 가운데 책자는 “전례없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의 대러 외교정책도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펴는 등 국제공조에 긴밀히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란 내용도 포함됐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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