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현대차에 탑재…이재용·정의선 회장 ‘3세 동맹’

구교형·박순봉 기자 2023. 6.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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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고객사 늘리고, 현대차는 수급 안정 ‘윈윈’
차량 인포테인먼트용, 2025년부터 공급…다른 계열사와도 협력 확대
제네시스엔 삼성디스플레이 OLED…삼성SDI와 배터리 제휴 가능성도
이재용 회장(좌) 정의선 회장(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분야에서 처음으로 협력을 시작했다.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완성차 업체 현대차가 맞손을 잡았다. 다양한 정보(인포메이션)와 오락거리(엔터테인먼트) 제공이 필수적인 ‘인포테인먼트카 시대’에 피할 수 없는 합종연횡이다. 일본에서도 소니와 혼다가 힘을 합쳐 미래차 개발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현대차에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2025년 공급한다고 7일 밝혔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프리미엄 프로세서로 이전 세대보다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정보는 물론 고화질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 같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지원한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의 전장용 중앙처리장치(CPU) 10개가 탑재된 데카코어 프로세서로, 기존 CPU 대비 성능이 1.7배 높아졌다. 또 고성능·저전력 D램을 지원해 최대 6개의 고화소 디스플레이와 12개 카메라 센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운전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주변을 빠르게 파악해 더욱 안전한 주행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도 2.7배 강화했다.

업계는 이번 협력을 삼성전자와 현대차 모두에 ‘윈윈’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가 현대차에 메모리 반도체나 이미지 센서를 공급한 적은 있지만 인포테인먼트용 제품을 거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독일 완성차 업체들과 교류해온 삼성전자는 고객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독일 아우디에 2017년 차량용 프로세서를, 2019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를 차례로 공급했다. 2021년에는 폭스바겐에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를 조달했다.

현대차도 단기간에 완성차 업체가 극복하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를 메운다는 의미가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올 1월 신년사에서 “현재 차량 1대당 200~300개의 반도체 칩이 들어간다면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가 들어간다”며 “전자회사보다 더 치밀해지고 꼼꼼해져야 하는 게 자동차회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한때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 제조에 차질을 겪은 현대차 입장에서는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삼성전자를 거래처로 둔 게 이익이 될 수 있다.

현대차는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과도 궁합을 맞추고 있다. 향후 현대차 플래그십 모델인 제네시스에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이 탑재되는 게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3년 전 삼성SDI 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논의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일본에서는 자국 기업 간 협력이 진행 중이다. 소니는 완성차업체 혼다와 함께 전기차 ‘아필라’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소니의 게임, 영화, 음악,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카를 2025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분야에서 퀄컴과 협업 중인 소니는 “연산 능력이 최소 초당 800조회 이상인 반도체를 탑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은 국내 산업계에 큰 고민거리였다. 과거 자동차 시장 진출 전력이 있는 삼성을 향해 현대차는 늘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던 게 사실이다.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 전장부품 조합으로 이뤄지는 전기차 시대에는 삼성이나 LG 같은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어렵잖게 완성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어서다.

구교형·박순봉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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