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이 남자가 '놀고먹기'를 연구하는 이유

이한듬 기자 2023. 6.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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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식도락' 전문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 인간 기본 권리 '유희' 탐구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 / 사진=이한듬 기자
'어떻게 하면 잘 놀고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누구나 농담처럼 던지는 이 질문에 적극적으로 해답을 찾는 남자가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의 이우석 소장(53)이 그 주인공이다. 유명 스포츠매체에서 오랜 기간 여행기자로 활약하며 남다른 내공을 쌓은 이 소장은 3년 전 회사를 떠나 본격적으로 '잘 놀고 잘 먹는 방법'을 찾는 연구소를 차렸다. 여행과 식도락 분야의 전문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의 기본 권리인 '유희'를 탐구하기 위해서다.


여행기자 활약하며 놀고먹기 내공 다져


이 소장은 스포츠서울에서 22년 동안 근무한 베테랑 기자 출신이다. 기자생활 중 18년가량을 여행과 식도락을 담당했다. 당시 레저나 먹거리 관련 콘텐츠는 외부 필진을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소장은 본인의 고정 지면을 연재하며 전문적인 기사를 작성해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 소장은 "쉽게 말하면 여행은 '놀기', 식도락은 '먹기'에 관한 것"이라며 "스포츠매체에서 스포츠나 연예 전문기자는 있어도 마이너 분야의 전문기자를 두는 건 쉽지 않은데 놀고먹는 것에 관한 콘텐츠로 전문기자는 물론 데스크까지 지냈다"고 소회했다.

이 소장이 신문사를 떠난 건 49세의 마지막 무렵인 2019년 12월이다. 이 소장은 "기자 생활만으로 사회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 50세가 되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명예퇴직이 실시됐다"며 "마치 '신의 계시인 것 같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원래 일을 잘 저지르고 뒤를 돌아보지 않은 타입"이라며 "오히려 주변 지인들은 어떻게 네가 아직까지 한 회사를 다녔냐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인생 2막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퇴사 직후 곧바로 MBC 라디오의 유명 프로그램 '여성시대' 제작진으로부터 이 소장을 섭외하는 연락이 왔다. 2020년 1월부터 패널로 출연해달라는고 부탁이었다. 섭외 담당자는 이 소장에게 "직함을 어떻게 불러드려야 하냐"고 물었다. 그 순간 불현듯 이 소장의 머리에 '놀고먹기연구소'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이 소장은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갑자기 이름을 지어내 '놀고먹기연구소 소장이라고 불러달라'고 내뱉었다"며 "1분도 안 돼 나온 이름이지만 이후 공식적으로 놀고먹기연구소 법인을 설립하고, 명함도 만들고,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금도 각종 방송과 유튜브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놀고먹기연구소는 말 그대로 '놀고' '먹는' 것과 관련한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한다. 여행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지역의 유명한 장소나 관광지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컨설팅부터 브랜딩하는 일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 / 사진=이한듬 기자


특별취향여행 공략으로 기회 찾는다


이 소장의 거침없는 도전은 시작과 동시에 위기를 맞이했다. 2020년 초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여행과 식도락 문화에 금지령이 내려진 것이다. 이 소장은 "방역대책에 따라 여행은 중단됐고 식당에서의 식사도 소수 인원만 밤 9시 이전까지로 제한됐다"며 "배를 띄우려고 건조를 하고 진수식을 한 날에 곧장 배가 가라앉은 셈"이라고 회상했다.

두 해를 넘기는 암흑기를 거치는 동안 이 소장은 재부상의 때를 기다리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연구소는 경영 효율화나 기술개발 등 생산자를 위한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놀고먹기연구소는 철저히 소비자의 활동에 관한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약은 약사에게, 운동은 개인 트레이너에게 맡기 듯이 놀고 먹는 것은 놀고먹기연구소에 맡기도록 그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이 놀고먹기에 이토록 진심인 이유는 유희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놀고먹기는 자신이 누려야하는 권리로, 생계나 생존을 위한 외부 활동으로부터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며 "재벌이든 학생이든 재산이 있든 없든 누구든 스스로 놀고먹기의 즐거움을 챙겨야 하고, 그래야 더 행복할 수 있고 더 생산적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이 소장이 가능성을 크게 보고있는 분야는 '특별취향여행'이다.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만화의 배경이 된 지역을 찾는 성지순례 여행,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여행, 특별한 숙박업소를 찾아가는 테마여행 등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여행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소장은 "일반적인 여행은 가성비를 따져 조금이라도 싼 가격의 상품을 선택하지만 소비자 개인의 취향에 맞춘 여행에는 얼마든지 지갑을 열고 돈을 지불한다"며 "엔데믹 시대 진입으로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놀고먹기연구소가 특별취향여행 문화 확산의 브릿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행상품이든 굿즈든 브랜딩이든 사람들이 보기에 '이건 놀고먹기 연구소에서 만들었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기발한 것들을 연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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