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만에 낙마' 민주당 혁신위, 이제 어디로 가나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던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내정 9시간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민주당 혁신위 구성이 난항이다. 혁신위원장 추천·검증 시스템을 개선해 이른 시일 내 혁신위원장 인선을 매듭지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이번 인선으로 당내 무너진 신뢰 회복 문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7일 민주당 한 지도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이 이사장의 낙마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 혁신위원장 내정에 있어 시간을 더 끌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가능한 한 이번 주말 안에 인선 작업을 마치도록 지도부 내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내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내정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래경 이사장을 당내 혁신기구를 이끌 책임자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후 당 안팎에서 그가 '이재명 지키기 운동'에 참여한 점, 천안함을 자폭했다고 표현한 점 등을 두고 논란이 됐다. 이 이사장은 내정 약 9시간 만에 스스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이사장의 낙마로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혁신위원장 인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당의 모순과 결함, 한계를 극복하려고 혁신위를 띄운다고 했는데 그 위원장 인선을 이런 식으로,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상태(로 진행한 것이) 이재명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위 당직자 인선도 아니고 실무 당직자 인선도 아니고 지금 우리 민주당이 놓인 사면초가 위기를 극복하고 어떤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데 바람직하게 이끌어갈 인물을 찾는데 이런식으로 해서야 되겠나"라고 했다.
당 최고위원들의 경우 인선 발표 하루 전에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혁신위원장 임명은 최고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토록 돼 있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7일 YTN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돼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조금 더 차분하고 진중하게 잘 준비해야 되는데 그렇게 진행되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혁신위원장의 (선임) 원칙이 외부 인사로 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원칙과 강단이 있었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주당을 진단하고 새로운 처방을 했으면 좋겠다 등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추천된 분들이 꽤 있었는데 제안을 사양하시는 분들도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인사 추천과 검증 과정에서 문제제기를 받은 만큼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사 추천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최고위원들도 현재 '혁신위원장으로 적합한 인물이 있다면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인사 추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혁신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이 대표를 비롯, 당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훼손돼 이를 회복하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에 "이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히려 하면서 지도부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았나"라며 "제대로 시작 하기도 전부터 기대감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명예이사장이 친명 인사라고 평가받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석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6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혁신위원장이 갖춰야 할 요건에 대해 "이 대표나 당 지도부하고 색깔이 같으면 안된다. 그럼 무슨 혁신의 의미가 있겠나"라며 "국민들이 듣기에도 '저 분이라면 민주당에 필요한 정당 혁신, 정당 개혁 이런 걸 어느정도 하겠다'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말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7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번 기회로 이 대표가 혁신을 어떤 방향으로 가야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시고 또 의원총회에서 왜 의원들이 혁신기구를 만들자고 결의했는지 의원들의 고민, 그 고민에 담긴 민심에 귀기울였으면 좋겠다"며 "당의 내외부를 떠나 이재명 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인선을 해야 그게 민주당에도 도움이 되고 이 대표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 대표 지지하는 사람들만으로는 내년 총선 못 이긴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래경 이사장 일과 관련 대표의 책임론이 나온다'는 질문에 "충분히 논의하고 하는 일입니다만 결과에 대해선 언제나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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