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피하자’…이재명 대표, 무한책임 대신 프레임 싸움만

엄지원 2023. 6. 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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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송영길 전 대표가 프랑스에서 귀국한 지난 4월24일, 이재명 대표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거듭 강성 당원들과 함께 '대의원제 폐지'를 개혁의 핵심으로 내밀거나, 친명계를 자처한 양문석 전 경남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이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전해철·홍영표 의원을 겨냥해 "민주당에 치명적인 반개혁 세력의 뿌리요 줄기이고, 그 자체가 '수박'(비명계의 멸칭)일 뿐"이라고 공개 저격한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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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민주당]위기의 민주당 (상)
당내 사고 터져도 정권 때리기 맞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김현아 의원은 어떻게 돼 가고 있어요? 몰라요?”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송영길 전 대표가 프랑스에서 귀국한 지난 4월24일, 이재명 대표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당대표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왔지만, 이 대표는 거듭 “(공천헌금 수수 혐의를 받는) 박순자 전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 가느냐”(4월25일), “태영호 의원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가느냐”(5월3일)며 여당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 했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프레임을 전환해보려고 ‘수 싸움’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가 앞서 5일 당 혁신위원장으로 낙점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논란만 빚고 임명 9시간 만에 물러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틀 만인 7일 입을 연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결과에 대해서는 언제나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당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어떻게 책임질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 대표의 사과부터 사퇴까지 ‘책임질 방법’을 두고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는데도 이 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내정 철회를 촉구하며 또다시 여권으로 화살을 돌렸다.

민주당 안팎에선 당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이 대표가 이렇게 여당을 때리는 미봉책에 급급한 탓에 불씨를 진화할 골든타임을 번번이 놓쳤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당을 이끌게 된 뒤, 당에 분란이 생길 때 책임지고 입장을 밝히거나 설명하는 걸 본 기억이 드물다. 적시에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지도자의 역할이 아닌가”라고 했다.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특히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 논란’처럼 ‘위법성 논란’이 불거졌을 땐 습관처럼 ‘검찰 탄압’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한 민주당 다선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검찰 탄압, 돈봉투 때도 일성이 검찰 탄압, 김남국 사태에서도 검찰 탄압을 먼저 말하지 않았냐”며 “눈앞의 순간만 모면하려는 당 지도부의 대응이 이제는 거의 공식 패턴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곤란한 문제 해결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대신, 이 대표는 친명계 인사들과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하는 등 강성 당원들을 상대로는 “당원이 민주당의 중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친명계를 표방한 정치인들도 ‘명심 대리전’에 나서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거듭 강성 당원들과 함께 ‘대의원제 폐지’를 개혁의 핵심으로 내밀거나, 친명계를 자처한 양문석 전 경남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이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전해철·홍영표 의원을 겨냥해 “민주당에 치명적인 반개혁 세력의 뿌리요 줄기이고, 그 자체가 ‘수박’(비명계의 멸칭)일 뿐”이라고 공개 저격한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오는 12일 열릴 의원총회에서는 혁신위원장 선임 과정과 당내 분란을 조장하는 발언에 대해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비명계 의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일부 구성원들이 사실상 해당 행위에 가까운 발언을 하는 데 대해 이 대표가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 혁신위원장 논란에 대해서도 의총에서 소상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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