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존심’ 골프 집어삼킨 오일머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을 받는 골프 단체 리브(LIV) 골프가 출범 1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전격 합병을 선언했다. 출범 당시부터 오일머니를 스포츠에 쏟아부어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가리려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LIV는 결국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골프의 중심으로 진입하게 됐다.
6일(현지 시각) PGA 투어와 PIF,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 투어)는 성명을 내고 “골프라는 종목을 글로벌 단위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며 “(LIV 등) PIF와 PGA의 골프 관련 사업을 새로 만들어질 통합 영리 기관으로 모두 이관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의 PIF는 새로 세워질 법인의 독점적 투자자가 된다.
지난해 6월 첫 대회를 연 LIV는 출범 직후부터 PGA 투어의 주요 선수를 고액의 상금과 계약금으로 유혹해 빼가면서 갈등을 촉발했다. PGA 투어는 LIV로 넘어간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했고, LIV는 PGA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하며 충돌해 왔다. 이처럼 대립하던 두 단체가 갑자기 합병을 발표하면서, 이 사건이 최근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에 긍정적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합병이 발표된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합병에 미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때 미국의 최우방이었음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인권 문제 등으로 대립해온 미·사우디 관계를 풀기 위해 블링컨이 사우디를 방문한 날, 공교롭게도 양국의 ‘골프 전쟁’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사우디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났고, 미 국무부는 “미국과 사우디는 80년 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우디는 이번 PGA와의 합병으로 스포츠계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게 됐다. 이미 PIF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뉴캐슬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에도 지분 투자를 했다. PIF가 자국 프로축구 팀에 직접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사우디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글로벌 스타 선수들을 수집하듯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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