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뒤흔들어 놓고… 이재명, 사흘째 ‘이래경 사태’ 뭉개기
7일 오전 11시 국회 본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 앞. 최고위원 회의를 마치고 나온 이재명 대표에게 기자 30여 명이 달려가 질문을 쏟아냈다.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선 경위가 무엇인가’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만날 것인가’ 등의 질문에 이 대표는 침묵했다. 그는 ‘대표 책임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란 질문이 나온 후에야 굳은 표정으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대표의 역할”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나’ ‘사과할 생각이 있나’란 질문엔 다시 침묵한 채 국회 본관을 나갔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등 막말로 9시간 만에 물러났지만, 이날까지 사흘째 제대로 된 사과나 수습책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 발언에선 현 정부가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하고 자녀 학폭 의혹에 휩싸인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설을 거론하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공개 토론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촉구하는 취지의 이야기만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공개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할 거란 예상이 많았는데 하지 않더라”며 “비공개회의 때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무한 책임이라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비명계에서는 인선 실패와 천안함 발언에 대해 명확하게 사과하지 않는 이 대표를 향해 “송영길만도 못한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2021년 조상호 전 부대변인이 ‘천안함 수장(水葬)’ 막말을 했을 때 송영길 당시 대표는 직접 사과하고 고개 숙였는데 이 대표는 ‘무한 책임’이라는 모호한 말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말로만 무한 책임이지 아무 의미 없는 말”이라며 “대선 지고, 지방선거 지고 ‘모든 책임은 나(이재명)한테 있다고 했었는데 변한 게 뭐가 있냐. (이재명은) 끝까지 갈 것”이라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나 장관이 이런 발언 했으면 인사 참사를 대통령이 책임지고 당장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겠나”라며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본회의를 앞두고 오는 12일 열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일 “부하 다 죽인 함장(최원일)은 무슨 낯짝으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안팎에서 사과 및 사퇴 요구가 거세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을 비롯하여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국회 장관 청문회 과정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권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다. 권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천안함 장병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를 찾아온 천안함 생존자 전준영씨와의 면담에서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고, 8일 최원일 전 함장을 만나 직접 사과하기로 했다.
친명계는 권 대변인이 유감을 표명하기 전인 이날 오전까지도 “기자들이 따라붙는 과정에서 그냥 혼잣말한 것”(장경태 최고위원)이라며 해당 발언을 옹호했다. 장 최고위원은 최원일 전 함장이 현충원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항의한 것과 관련해 “외교 사절과 정당 대표, 현직 장관과 국회의원만 갈 수 있는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며 “어떻게 들어가셨는지 일단 저것부터 확인해야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권칠승 수석대변인을 8일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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