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종전선언 삭제, 사드는 안보주권...尹정부, 5년 만에 안보전략 개정
대통령실이 7일 안보 관련 최상위 전략 기획 지침인 ‘국가안보전략(안보 전략)’을 공개했다. 윤석열 정부의 지향 목표는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 국가’로 제시됐다. 지난 2018년 11월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전략 목표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였던 것과 대조된다. 남북 관계를 최우선시했던 전임 정부와 달리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 강화 등 국제 공조로 ‘원칙을 통한 남북 관계 정상화’ 기조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이번 전략서에 들어가지 않았다. 중국이 반대했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해선 “우리의 안보 주권 사안임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안보 전략은 노무현 정부 이후 새 정부 출범 때마다 5년 주기로 작성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WMD(대량 살상 무기)는 당면한 최우선적 안보 위협”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독자적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고자 한다”고 했다. 안보의 목표를 ‘국가 주권과 영토의 수호, 국민 안전 증진’에 두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비롯한 각종 도발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이를 강력히 응징하고 격퇴한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연대 강화’와 ‘힘에 의한 능동적 평화 구축’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한미동맹·확장억제 강화와 더불어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담대한 구상’ 가동 등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전략서에선 북핵 위협에 대한 별다른 기술 없이 당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 ‘한미 공조하 북·미 관계 정상화 지원’을 강조했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 등 국제적 공조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안보 전략 서문에서 “국가 안보는 더 이상 외부의 침략을 막는 소극적인 개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변화의 흐름을 미리 읽어내고 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미래를 좌우할 열쇠”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기만 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닌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와 번영이 보장된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안보 정세와 관련해 “미국·중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럽과 인도·태평양 국가의 안보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 제고’ ‘보편적 가치와 공동 이익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대북 정책 기조로 한미동맹·확장억제 강화와 더불어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대화를 앞세운 지난 정부의 대북 안보 기조가 ‘북한의 선의(善意)에 기댄 가짜 평화’란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정세를 ‘연이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화 분위기로 전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시화’라 평가하고 ‘화해·협력적인 남북 관계와 우호적인 북미 관계 선순환’을 해법으로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와 다른 접근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 ‘한미 공조하 북·미 관계 정상화 지원’을 강조했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5년간 한반도에 대단히 많은 관심과 시간을 투여했다”며 “지금 정부는 똑같은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더라도 이를 바라보는 세계의 주류 시각, 주요 동맹 세력, 안보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우군과 가치와 이익의 공감대를 마련해 놓고서 한반도 문제로 접근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담대한 구상’이 유효하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경제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담대한 구상이 제안 1년이 다 되도록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럴 때일수록 긴 호흡으로 일관된 원칙을 견지함으로써 올바른 남북 관계 기초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전략서는 통일과 관련, ‘원칙 있는 대북 접근’을 강조하며 “북한이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을 내리도록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의 문을 열어두되, 그 자체에 매달려 비핵화란 원칙에서 후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대통령실은 전략서에서 “그간 남북 교류 협력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단체와 사업자들의 불법과 일탈 행위들이 발생했다”며 남북 교류 협력 관련 법령·제도 정비 및 과태료의 엄격한 부과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인권·법치 등 인류 보편적 핵심 가치의 침해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이를 적극 수호한다는 방침도 안보 전략서에 담았다. 북한 주민 인권뿐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사회의 반(反)자유민주주의적 도전에 글로벌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윤 정부는 미국 등 동맹 외교뿐 아니라 다자 외교 리더십을 강화하고 선진국형 국제 개발 협력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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