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하사 공평하게 3인실 살게해줘 감사” 초급 간부들 비아냥
“간부 숙소가 부족하다고 하니 1990년대 지어진 2인실을 3인실로 변경해 대위부터 하사까지 공평하게 3인실에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군내에서 유행한 ‘육군 16감사1사죄’라는 소셜미디어 글 중 일부 내용이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비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초급 간부의 현실을 신랄하게 반어법으로 풍자한 글이다. ‘3년간 월평균 70시간 24분을 초과 근무해도 후방 지역이라는 이유로 월당 27시간만 인정해 조국 수호에 지역 차별을 두는 육군 초과 근무 체계에 감사한다’’병사 봉급만 올려 간부도 병사들 하는 만큼만 일하라고 가르쳐주신 미필 국회의원님들께 감사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군 초급 간부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한 대학교수는 “현재 군 초급 간부들의 심정이 잘 반영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엔 군내 문제 제보가 자주 올라오는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당직 근무비(수당) 문제와 관련, 강도 높은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초급 간부로 추정되는 제보자는 ‘위에서는 신성한 복무를 보상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위국헌신’이라는 군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한다. 안중근 의사께서도 이렇게 생각하셨을까요?’라고 썼다.
‘육대전’은 그동안 급식 문제 등 주로 병사와 관련된 사안들에 대한 제보가 이뤄졌지만 올 들어선 군 간부, 특히 초급 간부와 관련된 사안들이 자주 제보되고 있다. 이처럼 병사가 아닌 초급 간부들이 소셜미디어에 각종 문제점을 공개하고 군 수뇌부와 정책을 비판하는 모습은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초급 간부들의 불만은 국방부 내부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육대전 등에서도 제기됐던 당직은 군 특성상 격오지 등 열악한 환경에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수당은 공무원들의 평일 3만~5만원, 휴일 6만~10만원에 비해 턱없이 적어 큰 불만의 대상이 돼왔다. 현재 군인·군무원의 당직 수당은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이다.
군 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초급 간부들은 2020년에 59.7%가 ‘만족한다’고 응답했지만 2021년엔 그 비율이 46.1%로 낮아졌다. 배우자가 직업군인으로 복무하기를 원하는 비율도 떨어졌다. 2017년엔 ‘매우 그렇다’가 43.5%, ‘대체로 그렇다’가 33.3%였는데 2021년엔 ‘매우 그렇다’가 35.3%로, ‘대체로 그렇다’가 32.2%로 각각 줄어들었다. 배우자가 직업군인 복무를 희망하지 않는 이유로는 잦은 이사나 별거 등의 부담(31.9%), 낮은 보수(20.8%), 근무의 불규칙성(17.3%), 직업의 불안정성(8.4%) 등 순서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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