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회 윤리특위 전면 개편 절실하다

기자 2023. 6. 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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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및 투자 의혹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을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윤리특위에 제소했기 때문이다. 나는 김 의원에 대한 징계 당위성이 아니라 유명무실한 윤리특위의 전면 개편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지문 연세대 연구교수·(사)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

7일 현재 21대 국회 중 접수된 징계안은 40건이지만 징계는 단 1건에 불과하다. 그 1건도 국회법상 윤리특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법제사법위원장석 점거 및 회의 진행 방해에 따른 출석정지 30일 징계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헌법재판소에서 김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징계가 무효화됐다.

지난 20대 때도 총 47건의 징계안이 제출됐지만, 철회 3건, 심사 대상 제외 2건을 제외한 징계안 전부가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됐다. 19대에서는 39건의 징계안이, 18대에서는 54건의 징계안이 접수됐지만, 12년 전 성희롱 발언으로 징계받은 강용석 의원을 포함해 징계는 단 2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징계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원에게 징계를 맡기는 구조인 데다 비상설이다 보니 윤리특위의 구성이 지연되는 등 의원윤리 심사기구의 공백으로 인한 징계안의 장기 계류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특위는 2018년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교섭단체 간 합의에 따라 상설특위에서 비상설특위로 변경됐다. 제헌 때부터 2018년 국회법 개정 이전까지 윤리심사 기구는 징계자격위원회(상임위), 법제사법위원회(상임위), 윤리특별위원회(상설특위)로 상설위원회였다는 점에서도 상설화가 요청된다.

미국 의회는 양원 모두 윤리위를 상임위로 설치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양원에 징벌위를 상임위로 설치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의원 윤리심사 기구를 상임위 또는 상설특위의 어느 형태로든 상설기구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의원 스스로 동료 의원에게 징계를 맡기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일반 시민의 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의원의 윤리규범 위반 여부 조사 및 징계 요구 제출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윤리조사위를 설치하고,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의회윤리배심을 제안한다.

20대 국회에서 박주민 의원은 윤리특위에 30명 이내의 국민으로 국민배심원단을 두고, 윤리특위는 국민배심원단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다만 법안에서는 “국민배심원단은 국회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30명 이내의 국민으로 구성하며, 윤리특위원장이 위촉한다”고 돼 있어 구성 방식은 명확하지 않다.

이에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배심처럼 추첨 방식으로 구성할 것과 그 규모를 좀 더 확대한 의회윤리배심을 제안한다. 선거권이 있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중 지역·성·연령 등을 고려한 일정 규모(100명 수준) 인원을 추첨을 통해 선발해 배심을 구성하도록 하되 강제성이 있는 국민참여재판 배심과 달리 참여를 거부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또한 의회윤리배심에서 결정한 내용을 단지 윤리특위 자문 차원에서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국회 본회의로 바로 회부하게끔 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징계 처분의 종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의 경우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등 6종과 함께 징계는 아니지만 불문경고, 주의, 훈계, 경고가 있다. 하지만 국회의 경우 공개회의에서의 경고와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겸직금지 등 위반 시 90일 이내), 제명 등으로 한정적이다. 특히 앞의 3개와 비교해 제명 처분은 그 수위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점과 선출직 공직자라는 특성을 고려해 과태료 처분 등 종류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의원의 윤리 위반이 있으면 국민이 참여하는 실효성 있는 윤리심사를 통해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 이번 김남국 의원 윤리특위 제소를 계기로 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도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지문 연세대 연구교수·(사)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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