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걸렸을 때 몸에서 열이 나는 까닭은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2023. 6.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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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이야기]

병에 걸리면 왜 체온이 오를까요? 보일러나 에어컨의 설정 온도처럼, 뇌 시상하부에는 체온의 기준이 되는 설정 온도가 있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백혈구가 분비하는 열발생 물질이 시상하부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을 생성하여 설정 온도를 올립니다. 체온이 높은데도 춥다며 오슬오슬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은, 체온이 아직 설정 온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증거이지요. 대부분의 해열제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하여 설정 온도를 낮춥니다.

병이 치료되어 설정 온도가 제자리로 돌아오면, 높아졌던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이 나고 덮었던 이불을 걷어찹니다. 어르신들이 땀이 나야 감기가 낫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백혈구가 우리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체온을 높이는 데는 속뜻이 있습니다. 체온이 높아지면 백혈구 작용 등 면역 기능은 향상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활성은 억제되어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해집니다. 체온이 오른다고 무조건 해열제를 먹는 것은 백혈구의 속뜻을 무색하게 만드는 셈이지요. 가벼운 감기에 걸렸을 때 해열제를 복용하면 체온은 낮아져 편해지더라도 치유 기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해열제의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통증도 체온처럼 속뜻이 있습니다. 병든 부위를 아프게 하여 사용하지 못하게 한 뒤 치료해주려는 것입니다. 연골이 손상된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진통제로 통증만 완화시킨다면, 관절을 계속 움직이게 되어 연골이 더 마모되겠지요. 모든 증상은 퇴치 대상이 아니라, 치료의 디딤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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