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90] ‘시애틀의 영혼’으로 불리는 곳
시애틀은 항공기 제작 회사 보잉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첨단 IT 기업들이 시작된 미국 북서부 해안의 산업도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렘 콜하스 설계의 공공도서관과 프랭크 게리 설계의 음악박물관, 스타벅스 1호점, 많은 서점과 카페가 있는 보헤미안 도시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최고 명소는 뭐니 뭐니 해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1907년 문을 열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애틀의 영혼’으로 불릴 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장이다. 특히 톰 행크스, 맥 라이언 주연의 1993년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이후 더욱 알려져, 현재 1년에 1000만 명의 사람이 찾는, 전 세계에서 33번째로 관광객이 많은 명소가 되었다.
시장은 특유의 북적거리는 생동감으로 현지인과 관광객들 모두가 좋아하고 즐기는 장소다. 도시 경제와 관광 수입에도 큰 기여를 한다. 구경거리가 많고 재미있는 곳은 역시 생물 시장이다. 신선하고, 오래두면 상하는, 물기가 있는 상품을 다룬다고 해서 영어로는 ‘젖은 시장(wet market)’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시애틀의 시장에선 공산품이나 예술품을 취급하는 ‘마른 시장(dry market)’도 흥미롭다. 단지 빗자루나 그릇만 파는 게 아니라 포스터나 만화책, 피겨, 마술용품, 빈티지 상품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100여 상점과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노점상도 한 지붕 아래서 공존한다. 특히 시장 3층에 꾸며 놓은 회의실(The Goodwin Library)을 시간별로 임대하는 프로그램은 인근 회사들에 인기가 좋다. 회의 때 간식을 쉽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의 전후로 시장에 들려 구경도 하고 먹거리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많은 사람은 이 재래시장과 관계를 맺고 있다. 시장의 가치와 전통은 그 도시의 정체성 자체다. 디지털로 점령된 세상에서, 오프라인으로 공간의 힘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장소 중 으뜸이 시장이다. 어느 도시의 제일 관광 명소가 시장인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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